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706072106505


생수 한 병도 '택배'..너무 싸고 편리해서 이상하지 않나요?

박상휘 기자 입력 2020.07.06. 07:21 


골목 상권마저 무너뜨린 비정상적 택배 수수료

착취의 결과물인 값싼 택배비..소비자에게도 위험 전파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말만 개인사업자죠. 사실상 택배기업의 노예나 다름없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하고 나서는 소비자들마저 세균 덩어리로 봅니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지난 달 말 서울 도심에 모인 택배노동자들이 연 집회에서 만난 한 택배기사의 말이다. 코로나19 시대에 택배는 우리사회의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창궐한 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재기가 벌어졌을 때 우리나라만 다른 일상을 걸었던데는 택배가 큰 영향을 작용했다. 택배기사들은 아침마다 신선한 식재료와 생필품을 각 집마다 제공했다.


그러나 배송량이 폭주할수록 택배 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해지고 있다. 사측은 수수료 삭감을 강요하고 부당 해고를 일삼는다. 그야말로 무법천지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서울시내 한 택배 물류센터에 늘어난 택배 물량이 쌓여잇는 모습.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코로나19 창궐 이후 서울시내 한 택배 물류센터에 늘어난 택배 물량이 쌓여잇는 모습.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비정상적으로 싼 택배시스템에 길들여진 한국 사회


우리나라 택배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싸다. 개인이 부담하면 2000~4000원 사이, 업자간 계약으로는 2500원대 전후다. 이같은 택배비는 5년 전 가격과 비교해 다르지 않다.


소비자가 직접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물건을 가져와도 2500원이 드는데, 유통망의 발달과 갈수록 심해지는 인구 밀집도를 감안해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가격이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택배비는 철저하게 저렴한 인건비가 있어 가능하다. 택배회사들은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트럭을 개인적으로 사게 만들어 개인사업자로 만들어 시스템 구축에 원가를 절약한다. 이렇게 하면 4대 보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그 사이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거리와 무게와 상관없이 700~800원에 불과하다.


근로 시간 늘리기도 손대지 않고 코푸는 형태로 가능하다. 택배 분류시간은 사측에서 노동시간을 인정하지 않는다. 분류해서 가져가는 건 그들의 일이라는 논리다. '9 to 6'라는 법정 근로시간이 있지만 택배기사들은 밤 10시나 돼서야 일을 마칠 수 있다. 물론 사측의 강제는 아니다. 하지만 사측이 정한 수수료를 맟추고 최소한의 비용을 가져가려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내려준 물량을 모두 받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택배연대노조는 "코로나19로 배송량이 폭주해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택배 노동자의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며 "회사 측은 오히려 수수료 삭감을 강요하고 부당 해고까지 일삼고 있다" 고 주장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생수 한 병도 택배로 주문하는 사회…골목 상권마저 무너뜨리다


원가 절감과 4대 보험 미적용 등 철저하게 후려친 유통비용은 생수 한 병까지 택배로 시켜 먹는 사회를 만들었다. 집 앞에 나가서 6개들이 생수를 사서 들고오는 것보다 택배비용이 더 싼 비정상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스템은 골목상권마저 붕괴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통망을 장악한 유통업체와 택배회사, 이 가격을 상쇄시킬만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마트만 돈을 벌고 살아남는 구조라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불공정 거래와 다르지 않다. 이 구조 역시 저임금으로 일하는 택배기사가 있어 가능하다. 트럭에 들어가는 기름값이 올라도, 그건 택배기사 개인의 비용으로 처리되고 유통비가 올라도 택배회사는 수수료 마진만 올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구조는 열악한 노동환경 마저 증폭시킨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이제는 물류센터에 하루벌어 하루사는 사람까지 고용하고 있다. 말만 물류센터지 건설현장 막노동자와 다를게 없다. 심지어 건설현장 노동자보다 임금도 싸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영권(42)씨는 "동네 주민이 쌀이나 달걀 등 식품을 일정 가격 이상 사면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도 운영했으나 택배와 경쟁 자체가 안된다"며 "우리 가게에서 그나마 팔리는 상품은 담배와 쓰레기 봉투"라고 말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싼 택배 비용이 소비자에게 이득이기만 할까


비용 절감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는 결국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위험의 외주화는 우리의 실생활 속에 생각보다 많은 곳에 침투해 있다.


햄버거병 여부를 놓고 여러 단체들과 송사를 치르고 있는 맥도날드는 식품 안전관리 외주화로 소비자들로부터 여러 비판을 받고 있다. 외주화로 버거의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그 댓가는 소비자가 치르고 있는 주요 사례 중 하나다.


택배도 마찬가지다. 값싼 가격에 빠른 시간 내 받을 수 있는 택배가 때로는 착취의 결과물은 아닐지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재난이라는 기현상에서는 착취의 결과물이 위험으로 바뀌기도 한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하면서 택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일말의 우려가 소비자에게 발생한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일용직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고, 그 노동자들에게 마스크와 제대로된 방역수칙을 지키게 할 수도 없는 단가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위험으로 불거진 것이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지난달 28일 열린 집회에서 “코로나19 시국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택배 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며 “택배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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