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험해진 낙동강 지천, 해법은 이것뿐이다
용호천 사천교에서 안전 문제 발생 조짐... "보 수문 여는 게 최선"
12.12.18 15:28 l 최종 업데이트 12.12.18 15:28 l 정수근(grreview30)

▲  용호천의 붕괴된 옹벽 쪽에서 물이 줄줄 새어 나온다. ⓒ 정수근

▲  오른쪽 콘크리트 옹벽도 곧 무너져내릴 테세다. ⓒ 정수근

▲  오른쪽 옹벽 밑으로도 균열이 일어나 물이 줄줄 새고 있다. 2012년 12월 5일 모습. ⓒ 정수근

낙동강 지천 용호천 주변의 붕괴가 심각합니다. 용호천은 낙동강 달성보에서 하류쪽으로 2km 지점에서 낙동강과 만납니다. 

둔치제방은 말할 것도 없고, 5번 국도를 연결하는 교량 사촌교의 안전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교량을 지지하는 옹벽의 일부는 이미 무너졌고, 추가 붕괴가 진행중입니다. 지반침하로 인한 상수관로의 균열로 콘크리트옹벽 바로 옆에선 수돗물까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다시 위험해진 용호천

멀쩡하던 하천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왜 이런 심각한 붕괴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대구시 달성군 논공공단 쪽에서 흘러오는 이 작은 하천은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던 2011년 여름부터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붕괴가 일어난 순서대로 그 현장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  4대강 사업 전의 용호천 모습입니다. 폭이 불과 10여 미터인 작은 하천입니다. 저 멀리 낙동강 보입니다. 오른쪽 옹벽과 석축이 그대로 남아있고, 둔치제방은 잡풀들이 자라는 등 안정돼 있어 태풍 매미나 루사 때도 별 피해가 없었습니다. 사촌교 위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 김성만

▲  2011년 5월 20일,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 이른 장맛비 한 번으로 오른쪽 둔치제방이 완전히 폭격을 맞은 듯 침식됐습니다. 저 뒤로 낙동강이 보입니다. 사촌교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 정수근

▲  2011년 5월 20일, 이른 장맛비 한 번으로 오른쪽 둔치제방이 완전히 폭격을 맞은 듯 침식됐습니다. 멀리 사촌교가 위태롭게 보입니다. 낙동강 쪽에서 사촌교를 향해 찍은 모습입니다. ⓒ 정수근

겨우 폭 10여 미터에 불과한 이 소하천은 태풍 매미나 루사 때도 멀쩡했습니다. 하지만 용호천은 여름 이른 장마기간을 지나면서 제방과 하천 바닥 등이 침식돼, 그해 5월에 폭이 약 50m(하류 부분)에 이르렀습니다. 그 침식은 상류까지 이어져 7월에는 콘크리트 옹벽 구조물까지 붕괴시켰습니다. 

▲  오른쪽 콘크리트 옹벽과 석축이 멀쩡히 그대로 있습니다. ⓒ 정수근

▲  2011년 7월 13일, 오른쪽 옹벽의 일부와 석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 정수근

용호천 바닥부터 양쪽 둔치제방까지 모두 붕괴됐으니,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결국 그해 용호천은 역행침식의 대명사로 많은 언론사의 주목을 받았다. 환경단체는 용호천에 'MB캐년'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  'MB캐년'의 탄생. 저 협곡 위에 선 사람은 필자입니다. ⓒ 이석우

▲  2011년 여름 'MB캐년' 용호천은 4대강 사업 현장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 유명한 MB캐년에서 기념촬영하는 가톨릭대 학생들. ⓒ 정수근

그런데 당시 국토부는 오래된 석축 옹벽을 탓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노후된 석축이 포화된 배면부 토압과 수압을 견디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며, 지류 하천의 역행침식과도 관련없음"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역행침식과도 관련이 없다"던 국토부는 돌연 용호천에 길이 87m, 폭 20m 짜리 사석과 돌망태로 된 하상유지공(바닥보호공)을 설치하는 보강공사를 벌였습니다. 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역행침식과도 관련이 없다면서, 왜 역행침식 방지용 하상유지공을 시공했을까요?  

이것도 공사 순서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2011년 6월, 지난 5월의 MB캐년을 없애고 복구공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 정수근

▲  2011년 7월, 옹벽과 석축 그리고 복구했던 반대편 둔치제방이 다시 무너져 내립니다. ⓒ 정수근

▲  2011년 완벽히 복구한 모습니다. 강바닥엔 하상유지공을 깔았고, 무너진 석축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둔치제방의 사면도 보기 좋게 복구했습니다. 이것은 복구공사 준공 단면입니다. 하지만 이게 다시 붕괴되고 있습니다. ⓒ 정수근

그렇습니다. 용호천이 붕괴한 이유는 4대강 사업에 따른 역행침식 탓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다시 혈세를 투입해 하상유지공을 시공한 것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그렇게 혈세를 투입했건만, 올해 용호천에서 또 붕괴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붕괴는 낙동강과 용호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시작돼, 상류 5번 국도와 만나는 사촌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  붕괴중인 둔치제방의 한 단면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사람 높이보다 2배는 더 커 보입니다. ⓒ 정수근

▲  사촌교를 받치는 콘크리트 옹벽의 일부가 지반침하에 의해 기울어 벌어졌다. 대단히 위험해 보이는 모습이다. ⓒ 정수근
4대강 사업이 만든 재앙, 역행침식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바로 4대강 사업 탓에 하천의 물리적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 전에는 낙동강 본류와 지천의 강바닥 표고 차이는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낙동강 바닥을 준설했고, 평균 수님은 5~6m로 깊어졌습니다. 결국 낙동강 본류와 지천의 바닥 차이도 딱 그만큼 커졌고, 이런 표고 차이로 지천의 물은 본류와 만나는 합수부에서 마치 폭포처럼 떨어집니다. 

▲  둔치제방은 곳곳이 역행침식으로 균열이 일어났다. ⓒ 정수근

그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 지천의 바닥이나 양 측면 제방이 붕괴되고, 그 붕괴가 상류로 계속 진행되기에 이를 역행침식이라 부릅니다. 

4대강 사업 전에는 일어나지 않은 역행침식 탓에 4대강의 많은 지천이 지금 붕괴중이거나 그 위험에 놓였습니다. 특히 장맛비로 물이 불어날 때는 침식이 커서 하천 바닥과 제방 붕괴는 물론이고, 교량에도 안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여름 남한강 지천인 연양천의 신진교, 한천의 용머리교, 그리고 낙동강 지천인 청도천의 한 교량도 역행침식으로 각각 붕괴됐습니다. 

▲  2010년 역행침식으로 무너진 남한강 지천 연양천의 신진교. ⓒ 4대강범대위

▲  2011년 여름 역행침식으로 붕괴된 낙동강 지천 청도천의 교량. ⓒ 정수근

지난해 한강과 낙동강을 다녀간 독일의 하천 전문가 헨리프라이제 박사가 예언한 그대로, 이명박 정부가 삽질을 한 4대강에서는 심각한 역행침식으로 지천들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용호천의 사촌교가 지금 위험에 처했습니다. 길이 약 20m로 작은 규모지만, 사촌교는 대구와 현풍을 잇는 5번 국도의 중요한 다리입니다. 이 교량에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을 게 뻔합니다. 

▲  위태로운 사촌교. 대구와 현풍을 잇는 5번 국도에 있는 사촌교를 많은 차량이 이용한다. 그런데 침식은 교량쪽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정수근

이에 대해 4대강복원범대책위원회 이항진 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전에 없던 붕괴사고가 4대강의 많은 지천에서 일어났고, 이를 막기 위해 하상유지공까지 설치했지만 헛일이 되었다"며 "이는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아무리 하상유지공을 깔고 복구공사를 해봐야 또다시 붕괴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4대강 공사식 지천 공사는 국민혈세만 계속 탕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  이미 상당한 균열이 발생해 있다. 지난해 석축이 무너진 것처럼 붕괴는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 정수근

반복되는 붕괴사고를 막는 길, 4대강 보 수문을 열어야

이항진 위원장은 "역행침식으로 인한 지천의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선 우선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며 "강물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해서 하천이 스스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올 여름 장마로 구미보 아래서 낙동강과 만나는 감천의 하상유지공 역시 완전히 붕괴되고, 본 제방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 정수근

▲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라떼' 이게 수질개선? ⓒ 정수근

▲  4대강 사업의 목적이 수질 개선이란 게 무색한, 낙동강 물고기떼죽음 사태. 낙동강은 15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입니다. 물고기가 죽는 강물을 인간이 마실 수 있을까요? 과연 괜찮을까요? ⓒ 정수근

우리는 지난 여름 '녹조라떼' 현상과, 가을 물고기 떼죽음 사태를 기억합니다. 거기에 더해 낙동강 지천인 감천과 용호천에서 벌어진 붕괴 현상까지. 이 모든 심각한 재난은 4대강 사업은 이미 실패했다는 걸 증명합니다. 

혈세 약 25조 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을 도대체 왜 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항진 위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합니다. 그리고 이 사업으로 더 큰 재앙이 벌어지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 대책의 최우선은 보의 수문을 활짝 여는 일입니다. 이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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