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5&aid=0000197932
* 2005년 기사라 현재와 좀 차이가 있을 겁니다.

[민족의 혼,고구려는 지금 ⑼] 여전히 홀대받은 유적들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5-03-15 17:35 | 최종수정 2005-03-15 17:35



고구려 역사가 여전히 홀대받고 있다. 지난해 초 중국 정부가 아시아 대륙의 동북지역을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해 24억원을 들인 연구프로젝트 ‘동북공정’을 추진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구려 역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고구려 유적들은 다시 관심의 영역에서 밀려나고 있다.

당시 구성됐던 정부 기구는 민간에 일을 넘긴채 활동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전문 연구자의 유적 연구는 예산 부족 등으로 벽에 부딪쳐 있다. 국내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고구려 유적들도 무관심 속에 또다시 무너져내리고 깎여나갈 운명을 맞고 있다.

◇ 방치 실태

국내 고구려 유적은 지표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지표조사란 본격적인 발굴조사에 들어가기 전 땅위에 있는 유적·유물을 조사하는 초기단계를 말한다. 고구려연구회에 따르면 임진강에서 금강까지 학계에 보고된 삼국시대 군사유적 85곳 중 고구려 유적이 채집되거나 고구려인이 점유한 흔적이 나타난 유적은 성 15개와 보루 32개다. 소규모 고분 5곳과 주거지,비석까지 합치면 모두 60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조사가 이뤄진 곳은 절반뿐이고,조사가 마무리된 뒤 사적으로 지정돼 국가가 관리하는 곳은 10여곳에 불과하다.

본보가 올 연초부터 3개월가량 현지를 답사한 결과 경기 연천의 호로고루성 등 핵심 고구려 유적들은 대부분 지방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지자체의 예산 부족 등으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않아 폐허같이 변해 있었다. 서울 외곽의 아차산과 용마산에 형성된 고구려 보루 20여곳은 등산로로 변해가고 있었다. 중원고구려비와 같이 사적으로 지정된 경우도 20여년동안 연구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역사서에 고구려 이동경로로 기록돼 유적 존재 가능성이 높지만 전혀 조사가 되지 않은 지역도 많다. 삼국사기는 고구려군이 충북 단양부터 경북 풍기 임하를 거쳐 영일만에 이르는 지역까지 진출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조사가 이뤄진 곳은 없다. 고구려연구재단 김현숙 연구위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개발할 때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도록 돼있는데 이 지역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아 유적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지원이 부실하다 보니 근본적으로 유적 파괴와 연결되는 개발과 발굴이 함께 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미흡한 정부 조치

고구려유적이 방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무관심과 예산 부족이다. 지난해 초 중국 동북공정 실상이 알려지자 외교부,교육부,문화관광부 등 관계부처는 고구려실무자대책협의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 협의회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협의회 관계자는 “고구려연구재단을 통해 중국 역사왜곡에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며 “올해 들어서는 단 한차례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구려 문제에 대한 예민한 여론이 수그러들고 한·중 정부간 외교 문제가 일단락되자 민간에 일을 넘기고 뒷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중국 역사 왜곡 대응책으로 고구려연구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 100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 수준만 책정됐다. 기금 규모보다는 내실있는 운영이 중요하다는 논리도 가능하지만 예산 부족은 연구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역사학계의 지적이다. 고구려연구재단은 연구논문 공모과제 형태로 약 30명에게 1인당 1000만원꼴을 지원하면서 출판물 발행에만 주력하고 있다. 1억∼5억원의 비용이 드는 발굴조사 지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원 춘천 방동리 고분은 지난해 12월 최소 1억원 이상이 드는 발굴조사를 시 예산 500만원으로 시작했다 다시 덮어둔 상태다. 충북 청원 남성골산성은 일부 구역을 올해 발굴할 예정이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연구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었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고구려 연구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답보상태의 연구

고구려연구재단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고구려 관련 논문 목록에 따르면 한국학자 논문이 2300종으로 중국(910)이나 일본(1270종)보다는 많았다. 그러나 한국의 논문은 문헌에만 의존한 것이어서 질적인 수준은 별로 높지 않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이는 유적 대부분이 중국과 북한에 산재해 고대사 연구에 필수적인 현장발굴이나 조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로 중국 내 고구려 유적에 대해서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에야 비로소 접근이 가능해졌고 그나마도 동북공정 이후 중국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고구려 유적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학계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적에 대한 연구에 우선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유적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활용을 통해 고구려사 연구 전반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한강 유역에 이어 최근 금강 유역에서 대규모 고구려 유적이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학계 연구가 양적으로 급팽창했고 고구려의 남하경로나 대외정책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놓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조사의 질적 발전은 미흡한 상태다. 막대한 예산을 마련할 방법이 거의 없는데다 고구려 고고학 박사학위 소지자는 3명 정도에 불과한 등 전문연구인력의 저변도 협소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최종택 교수는 “국내 고구려 유적의 보존과 체계적 연구가 시급하지만 궁극적으로 고구려사 연구는 당대의 중국 역사와 연계돼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중 역사학계의 교류와 이를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화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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