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어 미국도 “발효후 논의가능”…“립서비스 가관”
이정희 “지금은 왜 못해?”…이용섭 “장애물 제거 논의한단 뜻”
민일성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1.16 09:23 | 최종 수정시간 11.11.16 09:49
11.11.16 09:23 | 최종 수정시간 11.11.16 09:49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즉각 ‘한미FTA 발효 뒤 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조속한 발효를 위해 북치고 장구치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미국의 발언에 대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얘기지 재협상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석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발효 후 논의가 가능하다면 왜 지금 못하냐’고 지적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미국 의회가 동의해야 개정된다”며 ‘의미 없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국회를 방문해 “국회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면 3개월 안에 미국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관해 재협상을 요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이어 미국 측의 반응도 곧바로 나왔다. <연합뉴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후 양국이 설립키로 한 한미FTA 서비스 투자위원회에서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미 통상당국자는 <연합>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에 관해 한국측이 제기하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한국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간에 서한 교환을 통해 새로운 한미FTA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설립키로 했다”며 “이 위원회에서는 ISD를 포함해 서비스 투자 분야의 어떤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측은 “발효 후 빼겠다”, “발효 후 뺄 수도 있다”, “발효 후 논의하겠다”도 아니고 “발효 후 논의할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또한 한미FTA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설립해 3개월 이내에 첫 번째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은 한미FTA 협정문 전문에 이미 나오는 내용으로 이 대통령이 ‘3개월 이내에 ISD에 관한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것도 이미 논의사항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이 대통령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지 전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 행정부가 ISD 폐기에 동의한다고 해도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청와대 내부에서도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ISD는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실제 폐기하는 게 좋은지 국내에서 먼저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재협상 요구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미국의회가 이미 비준한 상태에서 그것은 너무 무례(rude)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비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미국 행정부의 “발효 후 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언급에 대해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조속한 발효를 위해서 한미 양국 정부가 지금 장구치고 북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협의와 논의라는 게 영어로 하면 consult고 discuss다”며 “이건 시행되고 나서 시행에 따른 문제점이 있으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논의하겠다는, 즉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얘기지 ISD와 같은 조문을 완전히 폐기시켜서 미국 의회에서 다시 비준을 받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와서 이런 제안을 하니까 미국 측에서 화답을 한 것”이라며 “독소조항인 ISD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문제까지 협상하고 논의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면 지금 하지 왜 나중에 하냐”며 “지금 못하는 것을 시행되고 나서 하려면 더 어려운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미국 측에서 한 두세 차례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협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건 도저히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 국민들도 그렇고 그리고 미국 의회에서도 동의받기 어렵다, 이러면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지겠다 하는 말씀은 미국 측이 협상에 응하도록 책임지겠다는 얘기지 ISD를 수정하는 것을 책임지겠다 하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트위터에 “미국이 ‘한미FTA 발효후 ISD포함 현안 논의 가능’하다고 했다고요, 논의해야 할 문제라 보면, 발효 전 논의 못 할 이유도 없죠”라며 “ISD포함 제반 문제 재협상합시다. 그 결과 보고 국회 재논의하면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미국이 ‘ISD 논의가능’이라고 했지만 협상은 불가능합니다. 최종적으로 미 의회에서 다시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 정부의 발표는 한국 국회의 신속한 비준을 재촉하기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 트위터 ‘김영삼봇’은 “3개월뒤 한국 정부, ‘ISD재협상 합시다’→미국 정부, ‘그래 하자, 그런데 우리는 양보 못한다’→김종훈, ‘ISD 재협상을 여러모로 협상했지만, 개정에는 실패했으니 원안대로 추진합니다’ 요지랄”이라고 꼬집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도 트위터에서 “MB의 재협상은 재협상이 아니다, 개정 제안이다”며 “한미FTA를 개정하려면 한미가 서면 ‘합의’하고(24.2조) 양국 국회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동의해야 개정된다”며 “한국 대통령의 ‘비준 후 재협상’ 발언은 국제법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이 대통령의 제안을 분석했다.
송 변호사는 또 “대통령의 발언처럼 재협상하려면 비준 전에 해야 한다”며 “비준이란 한미 FTA의 모든 조항을 한국이 지키겠다는 국제법적 의사표시이다. 재협상은 비준 전에 하는 것이다, 비준 후에는 개정 제안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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