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개입, 사이버 근거지 의혹 네이버 ‘블로그’ 발견
민주당,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급습 직후 활동 멈춰… 다음 아고라도 선거 개입 가능성 제기돼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입력 : 2013-04-30 15:50:51 노출 : 2013.05.01 08:49:36
검찰이 포털업체로부터 국정원과 관련된 수백명 일반인들의 게시활동을 조사하기 위한 자료를 넘겨 받은 가운데 한 포털의 블로그가 국정원의 조직적인 게시글 내용의 근거지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백명의 휴대전화와 이메일 주소를 확보해 포털업체 네이버와 다음에 제시한 뒤 아이디와 컴퓨터 로그기록를 넘겨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포털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이들이 카페와 블로그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 누리꾼이 지난 3월경 네이버에서 활동한 '무궁화******'라는 제목의 블로그에서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내용과 비슷한 게시글이 다수 게재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해당 블로그가 여론 조작 활동의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주목받고 있다. 해당 블로그에는 제주해군기지를 찬성하는 글과 '무상복지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언론사 칼럼글, '4대강 사업으로 수질 개선됐다'는 대학교수의 글, 4대강 녹조현상 왜곡선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글, '이명박 대통령 독도방문, 누구를 위한 비난인가'라는 글 등 최대 1500여개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국정원 선거 개입 게시글의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 화면.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찬성글이 올라와 있다.
블로그에서는 보수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로 의심을 받았던 '아스*****'라는 글과 똑같은 제목의 글도 발견됐다. 일례로 '대한민국 숫자송', '오빤 MB 스타일'이라는 글은 네이버 블로그와 아이디 '아스*****'가 올린 글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들 글은 이미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글과 유사한 내용들이다.
국정원 직원은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과 미사실 사거리 연장을 홍보하는 글을 올렸는데 네이버 블로그와 아이디 '아스*****'가 오린 글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와있다. 대학생 운동인 한대련 활동을 비판한 글도 눈에 띈다. 또한 연평도 포격 당시 희생된 故서정우 하사와 故문광욱 일병을 기리는 '엄마는 울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UCC 영상도 국정원 직원이 올린 게시글에서 발견됐는데 블로그에도 같은 내용의 UCC 영상이 올려져 있다.
해당 블로그가 활성화되고 활동을 멈춘 시점도 국정원 직원의 활동 패턴과 일치한다. '무궁화******' 블로그는 지난 9월 게시글이 1500여개에 달했지만 800여개로 줄었고 선거 개입 의혹이 나온 시점인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활동을 멈췄으며 그 후 폐쇄됐다. 12월 11일은 민주당 당직자들이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을 급습한 날이다.
검찰이 포털 업체로부터 넘겨받은 아이디와 게시글 내용을 조사하는 것은 국정원이 고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반인들의 활동 내용까지도 폭넓게 살펴보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검찰 수사는 경찰 수사 때부터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했던 내용이다. 국정원 직원이 일반인과 함께 게시글 활동을 했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었고 이들이 인터넷커뮤니티 외에도 포털에서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한 국정원 전직 요원은 선거 개입의 공간으로 다음 포털의 '아고라'를 지목하기도 했다.
국정원 전경. ⓒCBS노컷뉴스
일각에서는 일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여론을 어떻게 조작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십만건이 오고가는 정보 유통창구인 포털에서도 게시글 활동이 대규모로 이뤄진 흔적이 발견되면 선거 개입 의혹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윗선의 지시 여부도 중요하지만 선거 개입 규모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이유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말씀', 국정원 직원 2명과 일반인 1명의 게시글이 전부지만 이들 이외에 심리정보국 직원들과 이들이 고용한 일반인들이 쓴 게시글의 규모가 드러나면 선거 결과의 정통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광범위한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는 여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서는 대선 결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3% 정도였는데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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