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로 본 세상]볼수록 의심되는 이명박 대통령 기록
2013 05/14ㅣ주간경향 1025호

지난 2월 이명박 정부가 끝날 무렵에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보도자료 한 장이 발표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기록 1088만건을 생산하였고 이 중 96%가 전자기록으로 생산되어 ‘17대 임기 내 전자정부의 진전을 가늠케 한다’ 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생산했다고 발표한 1088만건의 기록은 노무현 정부보다 20%나 많은 수치를 자랑한다. 이 발표대로라면 새로운 기록 대통령이 탄생되는 것이고, 이는 후손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발표를 믿기에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권은 대통령 기록을 이관하는 단계부터 발표단계까지 무엇하나 명쾌하게 설명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이명박 정부는 2012년 대통령 기록 이관을 위해서 대통령 기록 이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는 TF 명칭, TF 구성일 및 내부위원 이름, TF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했으나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의신청을 막기 위해서 내용은 비공개했으나 통지는 ‘공개’로 결정하는 꼼수를 썼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대통령 기록 생산의무가 부과되고 그 의무를 다하여 국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사진은 지난 2월 25일,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정지윤 기자

일부 언론에 의해 이명박 정권에서 생산한 대통령 기록 중 비밀기록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실무진에서는 비밀기록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묶어 이관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밀기록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 반드시 참조해야 할 자료이고, 대통령 지정기록은 15년 동안 전직 대통령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한반도 긴장 정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 청와대는 무슨 기록을 보고 상황을 대처해 나갈지 걱정이다.

또한 2012∼2013년 사이에 대통령실 각 부서의 기록물 생산현황을 공개해달라고 청구해보았는데 답변은 놀라웠다. 비서실별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생산한 기록 통계만을 조악한 수준으로 공개했다. 이는 기록생산 현황 통보체계에도 맞지 않는 황당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2008∼2011년 대통령 기록생산 현황 보고자료를 보면 MB 대통령실 부서별 ‘기타 종이문서’ 생산량도 의혹 투성이다.

4년 동안 종이문서를 생산한 곳은 민원 관련 부서였던 민정수석실·사회통합수석실뿐이었고, 정작 기록을 제대로 남겨야 할 중요 정책결정 담당부서인 경제수석실·국정기획수석실·정무수석실 등에서는 문서 생산 표기란이 공란으로 돼 있다. 주요 부서에서는 단 한 건의 기타 종이문서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업무를 담당했던 담당자는 현재도 청와대에서 근무 중이며, 비서실별로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 기록을 접수했던 대통령기록관 쪽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답변할 성질의 사안이 아니라며 함구하고 있다.

이런 정황들로 봤을 때 이명박 정권의 대통령 기록은 적어도 부실하게 생산했거나 관리 자체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안들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검찰·감사원 등에서 대통령 기록 생산과 관련해 어떤 불법적인 일은 없었는지 조사해야 할 사안이며, 불법적인 정황이 드러난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 기록의 소유는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대통령 기록 생산의무가 부과되고 그 의무를 다하여 국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그 의무를 이행했는지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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