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4대강 노동자 “뼈빠지게 일하고 880만원 떼여”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입력 : 2013-05-19 16:31:38ㅣ수정 : 2013-05-19 21:57:06

대부분 공사현장 임금 체불
“22조 사업 대기업만 돈잔치… 하청업체·노동자는 빚더미”

4대강 사업의 낙동강 공구 준설 작업에 참여한 ㄱ씨(50)는 19일 최근 검찰의 4대강 건설업체 수사 소식을 접하고는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그는 “뼈빠지게 일하고 880만원을 떼였다”면서 “국가가 고용을 창출한다며 시작한 사업이라 믿고 일했는데, 임금 체불로 빚만 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한 해 동안 꼬박 낙동강 공사 현장에서 덤프트럭을 몰았다. 초반에는 임금이 정상적으로 나왔지만 6월 이후부터는 아예 월급 구경을 못했다. ㄱ씨는 “처음에는 오랫동안 잘 나왔으니까 결국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일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체불된 임금을 못 받고 있다”면서 “일을 맡긴 하청업체는 원청업체한테 돈을 제대로 못 받았다고 하고,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의 책임일 뿐이라고 미뤘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비가 없어 친척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근근이 생활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건설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 사례가 속출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4대강 공사가 한창이던 2011년 신고받은 체불액만 해도 107억원에 이른다. 건설노조는 107억원의 체불액 가운데 30% 이상이 아직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추산했다.

임금 체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ㄴ씨(45)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남편과 함께 2대의 굴착기로 4대강 사업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경북 안동 임하댐 공사에 참여했으나 7000만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 하청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현금 대신 어음으로 지급하더니 올해 2월부터는 아예 어음도 주지 않고 있다.

ㄴ씨는 굴착기 기사에게 줄 임금과 굴착기 수리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음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 ㄴ씨는 “빚 독촉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여관과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고, 고등학생인 딸아이는 친척집에 맡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영산강 죽산보 공사에 참여한 ㄷ씨(48)는 원청업체와 긴 싸움을 거쳐 그나마 밀린 임금을 대부분 건진 경우다. 하청업체가 부도나면서 사장이 야반도주하자 원청업체는 체불 임금의 70%만 주겠다고 했고 노동자 대부분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ㄷ씨는 원청업체의 제안을 거부하고 버텼다. 원청업체 직원들은 70%라도 줄 때 받으라며 회유했다. 하지만 ㄷ씨는 싸움을 계속했고 석 달가량이 지난 뒤 밀린 임금의 90%가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체불 임금의 일부라도 줬다는 것은 하청업체에 줄 돈을 안 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원청업체 입장에서는 하청업체 부도를 핑계로 임금을 30%나 줄인 셈이 된다”고 말했다.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 지부장은 “대구와 경북 지역 4대강 공사 20여개 공구 중 임금 체불이 발생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면서 “정부 예산으로 막대한 공사비가 투입됐지만 대기업들만의 ‘돈잔치’였고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은 공사비나 임금을 제대로 못 받고 도산하거나 파산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적발된 대형 건설사 비자금 사건 외에도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엄청난 돈이 어딘지 모를 곳으로 새어나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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