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택배라니요?”…일베 언어 테러에 쓰러진 5·18 유족
등록 : 2013.05.22 16:07수정 : 2013.05.22 20:47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평생 가슴에 슬픔을 안고 산다. 1980년 5·18 때 아들을 잃은 김길자씨는 지난 3월 33년 동안 가슴에 맺힌 피멍울을 풀기 위해 광주트라우마센터 치유 프로그램을 마쳤다. /일베화면 캡처

“화가 나서 아파 드러누웠어요. 세상에….”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총에 맞아 숨진 문재학(당시 17살·고교 1학년)군의 어머니 김길자(73)씨는 22일 “(주검이 안치된 관을 홍어 운운하는 것에 대해) 천벌을 받을 소리”라고 말했다. 문군은 당시 도청에서 숨진 뒤 옛 망월묘역에 가묘 형태로 묻혔다. 김씨는 아들의 담임이 신문을 보고 찾아와 ‘망월동 묘역에 가보라’고 한 말을 듣고 가까스로 주검을 찾았다. 김씨는 “옷도 안 입힌 채 (주검을) 담아 광목으로 몰아둔 것이 지금도 눈에 밟힌다. 죽은 아들과 당시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5·18 민주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들은 22일 대책회의를 열어,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일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5·18 폄훼에 대해 유족과 해당 당사자들을 찾아서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5월 단체는 일베에 실린 5·18 당시 사진에 나온 희생자의 유족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해 소송에 대비할 방침이다. 일베 사진엔 옛 전남도청 광장에 숨진 채 죽어 있는 시민군들의 사진 밑에 “아따 마 오늘 햇살 보니 날씨 직이네”라고 조롱하고 있다. 또 옛 상무관에 안치된 5·18 희생자들의 관 사진을 끌어다가 ‘배달될 홍어들 포장 완료’라고 비하했다.
 
80년 5월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민군은 문재학군 등 모두 16명이다. 또 당시 상무관에 안치됐던 희생자들의 주검은 모두 82구에 이른다. 80년 5월23일 총에 맞아 숨진 손종철(36년생)씨의 부인 김옥희(71)씨는 “지게에 짊어지고 시신을 상무대로 옮겼다. 신발을 짝짝으로 신은 것도 모르고 넋이 나간 채 다녔다. 5·18 유족회 회원들과 힘을 모아 5·18 왜곡에 대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5월 단체는 일부 종편이 방송한 ‘당시 전남도청을 사수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라 북한군 게릴라였다’는 내용도 시민군 개개인을 충분히 특정할 수 있어 법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김상훈 공익소송지원단장은 “일베 등이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족과 관련자 등 피해자들을 특정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5·18 관련자 37명이 2008년 9월 수구 성향 논객 지만원씨 등 20명을 5·18 민주화운동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고소했지만, 대법원이 2012년 12월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지씨의 글이 5·18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밝혀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5·18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5·18 민주화운동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와 5월 단체,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등은 ‘5·18 역사왜곡 대책위원회’를 꾸려 24일 첫 모임을 연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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