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남겨 놓은 또 하나의 애물단지 - 경인운하
2013/05/21 22:44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
여러분이 잘 아시듯,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위 아라뱃길을 만든답시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지요. 배들이 지나갈 수 있게 만든다고 멀쩡한 다리를 뜯어고치질 않나, 선착장 만든답시고 아까운 혈세를 펑펑 쏟아붓지를 않나 한 마디로 가관이었습니다. 천행으로 오세훈 씨가 자충수를 둬 쫓겨났기에 망정이지 큰일날뻔 했습니다.
경인운하는 애당초 사업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정이 난 사업입니다. 우리 대학 환경대학원의 홍종호 교수가 이 사업의 비용편익분석을 한 결과를 보면, 편익이 비용의 10%에서 17%에 이르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최소한 100%가 되어야 경제적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 사업은 거의 쓰레기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도 오늘 한겨레 신문 보도를 보고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이미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경인운하 사업은 타당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 계획중이었던 민자사업이 폐기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냥 폐기하고 만 것이 아니라 민자사업자에게 무려 360억원이나 되는 배상금까지 지급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부 아래서든 관료들은 아무 사업이나 벌이고 보자는 태도를 갖기 십상입니다. 항상 토건족의 이익을 대변하려 하는 국토부는 말할 나위도 없고, 다른 부서의 관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비록 참여정부라 해도 정부가 스스로 그 사업을 포기했다는 건 아무리 정당화하려 해도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무덤 속에 들어갔던 경인운하가 다시 화려한 부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때도 반대 여론이 많았지만, MB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려 2조 5천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그 애물단지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특유의 똥고집으로 타당성이 전혀 없는 사업을 밀어붙였던 것이지요. (자기 돈이 아니니까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생각했을까요?)
지난 해 5월 개통된 이후 경인운하 이용률을 보면 비참하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컨테이너선은 당초 KDI가 예측한 양의 7.3%에 불과했으며, 일반화물은 고작 1.8%에 그쳤다고 합니다. 여객 이용도 당초 예측치의 28.7%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명품관광은커녕 싸구려 관광상품으로 여행객을 쓸어모은 결과 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과지요.)
이렇게 이용률이 저조하니 매년 수백억원으로 예상되는 유지관리비를 뽑는 일조차 어려울 것이 분명합니다. 4대강사업에 비해 들인 돈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명백한 예산 낭비의 사례라는 점에서는 그 심각성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2조 5천억원이라는 돈이 동네 개 이름이 아니잖습니까? 더군다나 그 수로의 수질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원상회복을 하려면 엄청난 추가 지출이 필요하겠지요.
도대체 MB는 무슨 심뽀로 온 국토를 망가트리고 아까운 혈세를 시궁창으로 흘러들어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소신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마땅합니다.
나는 이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이 모두 해서는 안될 사업으로 판명될 것이라는 데 한 점 의문이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MB와 그의 추종자들은 국토를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한 죄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궁지에 몰려 대통령의 통치행위니 뭐니 하는 구구한 변명 늘어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고집을 꺾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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