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녹조현상이 가뭄과 이상고온 때문이라고?
2013 06/25ㅣ주간경향 1031호

낙동강 달성보·강정고령보 유역 6월부터 발생… 주민들 “보 들어서기 전엔 볼 수 없었다”

낙동강에 녹조현상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보다 두 달가량 일찍 발생한 것이어서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이 되면 더욱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해명처럼 갈수기와 고온현상이 겹쳐 일어난 것으로는 보기 힘든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녹조의 주범인 남조류의 대부분이 독성물질을 만들어내는 종인 것으로 드러나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는 문제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인다.

기자가 낙동강 중류에 설치된 달성보와 강정고령보 주변 유역을 찾은 11일은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이날 내린 비 때문에 강의 유량이 늘어 수면을 가득 덮은 녹조현상이 발견되진 않았다. 그러나 군데군데 비교적 유속이 느려지는 강가 곳곳에서 나뭇가지나 돌에 붙어 있는 녹조들은 손쉽게 발견됐다. 11일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의 낮 최고기온은 23℃ 안팎이었다. 녹조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이상고온과는 거리가 있는 날씨였다.

달성보 상류 1㎞ 지점에서 조류가 뭉쳐서 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 김태훈 기자

달성보를 세우면서 물고기들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된 어도에도 조류가 덮여 있었다. 보를 통과하기 전 강물이 잔잔한 것과는 달리 물길이 뚫려 있는 어도는 물살이 세차게 흘렀다. 센 물살 때문에 쉽게 휩쓸릴 수 있는 조류가 많이 서식하지 못하는 구간이지만 이곳에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조류들이 쉽게 발견됐다. 어도관찰실의 투명한 창에는 이미 번성한 녹조들이 창을 뒤덮어 수면 아래로 이동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전혀 알아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자갈밭 깔린 뒤 풀 자라지 못해 녹조 심해져”

달성군 화원읍 부근에서는 물 속에 잠겨 있는 나뭇가지에 조류가 들러붙어 있는 가운데 잉어가 죽어 물 위에 떠올라 있는 모습도 발견됐다. 강정고령보에서 하류로 2㎞밖에 떨어지지 않아 보를 통과하면서 빨라진 유속이 유지되는 구간이었다. 강 건너편인 고령 방면에서는 강바닥 위에 검푸르게 깔려 있는 조류들의 모습도 발견됐다.

인근 지역 주민은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들어서기 전에는 녹조현상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달성보 인근에서 농업을 하고 있는 문희국씨(58)는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도 물이 깨끗한 건 아니었지만 작년 같은 녹조는 없었다”며 “공사한다고 강바닥 헤집어놓고 난 뒤로 (물)고기는 더 줄어들고 시퍼렇게 녹조만 생겼다”고 말했다. 문씨는 또 예전에 모래톱이 있던 자리를 가리키며 “모래톱이 원래 모양대로 있을 때는 수초도 자라고 주변에 풀이 많아서 녹조에게 갈 양분을 흡수하는데 자갈밭이 깔린 뒤로는 풀이 잘 자라지 못해서 (녹조현상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6월 7일 낙동강 중류 일대의 녹조현상을 조사한 바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정수근 정책국장은 일조량이 많은 날에는 녹조가 활발히 번식하면서 수면까지 덮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지난해엔 하류지역부터 시작된 녹조현상이 7월 말부터 중류지역으로 확산됐지만, 올해는 6월 초부터 이미 중류인 고령 우곡교 일대, 달성 도동서원 일대에서 심각한 녹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지난해 녹조현상이 생겼을 때 정부는 가뭄과 이상고온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총인처리시설까지 만들었는데도 올해 6월 초부터 하류뿐 아니라 중류까지 녹조가 발생한 건 보 건설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달성보에 설치된 어도관찰실에서 본 수면 아래 모습. 부착조류가 창을 덮어 물길 안쪽을 관찰하기 어렵다. | 김태훈 기자

정부는 특정 시기·지역의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낙동강 중·하류에 발생한 녹조에 대해 “현장 확인 결과 낙동강 본류에는 녹조현상이 확산되지 않았다”며 “비가 내리지 않고 고온이 지속되면 특정 지역에 일시적인 녹조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장 순찰 및 수질 모니터링 등을 통해 녹조 발생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 조사에서도 올해 2·3월부터 조류농도의 척도가 되는 클로로필-a 수치가 조사지점 대암-1에서 116.1㎎/㎥(2013년 3월), 현풍에서 100.4㎎/㎥(2013년 2월)로 나타나는 등 조류경보제의 대발생 수준(100㎎/㎥ 이상)을 넘어선 바 있다.

녹조현상은 하천이나 호수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녹조류·남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을 녹색으로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수면이 녹조로 덮이면 햇빛이 수중까지 닿지 못하는 데다 물 속 용존산소량이 줄어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수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환경당국은 조류를 제거하기 위해 우선 폴리염화알루미늄을 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폴리염화알루미늄은 수면과 수중에 퍼져 있는 조류를 응집시켜 가라앉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경우에도 강바닥으로 가라앉은 조류의 사체 덩어리가 악취를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녹조 주범 남조류 독성물질 상수원 오염 ‘비상’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일부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독성물질이다.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물질은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을 띠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5월 펴낸 ‘유전자 분석에 의한 낙동강의 남조류 검출 정보집’에 따르면 지난해 녹조현상이 절정에 달한 8월 경남 양산시 물금읍 주변 낙동강 수계에서 채취한 남조류 중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비율은 82%를 넘어섰다. 같은 시기 창녕 함안보와 달성보 주변에서의 수치도 각각 76%, 75%에 달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번식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할 수 있는 고가의 장비를 갖춘 곳은 부산의 일부 정수장뿐이다.

현재 대구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원 중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취수장은 오존 및 활성탄 처리를 하는 고도 정수 처리능력을 갖고 있어 독성물질이 수돗물에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두 달 일찍 시작된 녹조현상이 가장 기온이 높은 7·8월 중에 낙동강 상류지역까지 번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낙동강 중상류의 구미취수장부터 상류로 올라가면 고도 정수 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취수·정수장이 대부분이다. 가정의 수돗물 수요가 급증하는 한여름철에 수돗물 공급이 어려울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보 건설 때문에 일어난 수중생태계 변화는 녹조현상에만 그치지 않았다. 흐르는 물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토종어종의 개체수는 줄어드는 반면 외래어종만 늘어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낙동강 8개 보의 상· 하류 2㎞ 구간 수생태계 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고인 물에 사는 정수성 어종은 2010년에 비해 3.7배 늘었다. 낙동강 전체 어종 가운데 정수성 어종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36%에서 2012년 49.7%로 늘었다. 보가 설치되면서 유속이 느려져 호수와 비슷하게 수중환경이 변한 데서 나타난 결과다. 특히 블루길이나 큰입배스 등 외래어종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모래무지 등 유수성 어종을 비롯, 붕어 등 정수성 토종어종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낙동강을 비롯해 한강과 금강에서도 발생한 녹조현상이 올해도 되풀이되는 것은 4대강 사업의 결과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상수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지역간 갈등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수근 국장은 “매년 녹조현상이 일어나면 대구시민들은 낙동강 구미구간 부근으로 취수장을 옮기자는 요구가 강해질 것이고, 반면 경북도와 구미시의 반대도 더 거세질 것”이라며 “낙동강 수질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지천에 댐을 세워 깨끗한 상수원을 확보하자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결국 4대강 정책의 실패로 또 다른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대구/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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