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국시대란 무엇인가? - 고구려연구회

출처 : http://www.palhae.org/sogilsu/balhe/balhe-29.htm

남북국시대란 무엇인가?

정 진 헌 (경희대 강사, 고구려연구회 연구원)

 

해동성국, 발해(698∼926)는 방대한 영토, 모호한 건국 과정과 주민 구성, 그리고 갑작스런 멸망 등으로 아직도 사람들의 경이와 의문을 자아낸다. 역사 지리적으로 이와 연관된 국가마다 발해를 고구려의 계승국, 말갈족의 국가 또는 당나라의 지방봉건정권으로 보는 등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 현재 남한과 북한에서는 '발해는 고구려의 계승국으로 한국사의 일부'라고 동일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대를 북쪽에는 발해, 그 남쪽에는 이른바 통일신라가 양립한 '남북국시대'라고 한다. 발해 유민들이 대거 유입된 고려시대에 발해를 한국사의 일부로 언급했으나 남북국시대라고는 인식하지 않았다. 주자학의 정통론에 입각한 조선 전기에는 이따금 발해 기사를 소개했으나 한국사 체계에서는 제외 했다. 조선 후기에는 산발적으로 이를 소개했는데 급기야 북학사상가인 영재 유득공(1748∼1807)이 {발해 고}(1784)에서 삼국시대 이후에는 고구려의 계승국인 발해와 신라가 양립된 남북국시대를 최초로 거론했다. 비로소 정연한 논리를 갖추어 한국사에 편재된 남북국시대론은 홍석주, 정양용, 신채호를 거쳐 일제강점기 의 권덕규, 장도빈 등에게 이어졌다. 북한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발해와 신라의 남북국시대를 설정하고 고려에 의해서 민족 통일이 달성되었다 는 북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국사 체계를 세웠다. 남한에서도 1970년 이후로 남북국시대론이 대두되었고, 1980년 이후로는 발해 연구가 증폭되어 이 주장을 입증하는 여러 업적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국사 교과서 에도 [통일 신라와 발해의 발전]이란 항목이 설정되었고, 최근에 개편된 교과서에는 남북국을 거론하면서 통일신라와 발해를 거의 대등하게 기술했다. 그러나 남북국시대란 시대구분을 명확히 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는 유득공의 주장을 근거 없는 광인의 넋두리라고 했고, 발해의 고구려 계승 관련 사실들을 달리 해석하여 남북국시대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심지어 고구려도 당의 지방봉건정권으로 보는 점을 고려하 면 중국 학자들의 주장은 중화주의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남북국시대론은 통일신라의 역사적 가치를 낯추는 것이 아니라 방기되었던 발해를 역사 연구의 마당에 내놓아 빛을 보게 한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고구려·발해·고려가 지연과 혈연 그리고 역사적 으로 연계되었음을 확증하려고 한 유득공의 선각적 연구 방법론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유득공의 {발해고} 자서

 

고려는 발해사를 짓지 않았다. 이로써 고려가 부진했음을 알겠다. 옛날에 고씨가 북쪽에 있었으니 고구려요, 부여씨가 서남쪽에 있었으니 백제요, 박·석·김씨가 동남쪽에 있었으니 신라다. 이것이 삼국이니 마땅히 삼국사가 있어야 하는데 고려가 이를 지었으니 옳다. 부여씨가 망하고 고씨가 망함에 이르러 김씨가 그 남쪽을 차지했고, 대씨가 그 북쪽을 소유했으니 발해다. 이것을 남북국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남북국사가 있어야 하는데 고려가 이를 짓지 않았으니 잘못이다.

 

무릇 대씨는 어떤 사람인가? 바로 고구려 사람이다. 그가 소유한 땅은 무슨 땅인가? 비로 고구려 땅이다. 그런데 동쪽, 서쪽 그리고 북쪽을 물리쳐서 크게 했을 뿐이다. 무릇 김씨가 망하고 대씨가 망함에 이르러서 왕씨가 이를 통합하여 차지하였으니 고려다. 그 남쪽의 김씨의 땅은 모두 소유했으나 그 북쪽의 대씨의 땅 은 완전히 차지하지 못했다. 어떤 것은 여진으로 들어갔고 어떤 것은 거란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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