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전도사 열전 9> 차윤정 전 4대강 본부 부본부장  
2013/06/24 18:36  에코씨네

4대강 사업에 영혼을 팔아버린 어느 생태학자 
 
<사진출처 : 대구환경운동연합>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어느 언론에서는 이 책이 “철저하게 나무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면서 “지배자인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 다른 식물과 힘겨운 생존 투쟁을 해야 하며, 동물들에게 열매를 착취당하고,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어야만 하는 나무의 입장을, 숲의 입장을 이해해볼 수 있다”고 평하고 있다.  
 
<신갈나무 투쟁기>의 저자는 생태학자인 차윤정씨다. 자연을 인간의 관점을 벗어나 사고하자던 그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 정반대의 행보를 취하게 된다. 그는 이전과 다르게 자연을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주장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민의 뜻과 달리 4대강 사업을 강행했던 MB의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그를 모 언론사에서는 프랑스 100년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잔 다르크로 비유한 바 있다. 
 
하지만 차 전 부본부장을 환경운동연합 등은 4대강 스페셜(S)급 찬동 인사로 선정했다. 국민을 기만하고 혈세를 낭비한 4대강 사업에 대해 MB, 권도엽 전 장관, 이만의 전 장관 등과 함께 가장 크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S급의 의미이다. MB 퇴임과 함께 한동안 조용했던 차 전 부본부장이 지난 21일(금) KBS 시사프로그램인 <취재파일 K>의 4대강 편에 출연했다. 
 
4대강에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 
 
방송에서 차 전 부본부장은 “강의 본질은 물이 확보된 이후에 부수적인 요소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며 4대강 사업 옹호론을 펼쳤다. 탁한 강물을 보면서 그는 ”보라는 구조물에 인해서 명백히 물의 흐름에 체류 시간 이런 거는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 문제가 보 설치에 따른 효용을 상쇄시킬 만큼 하느냐"면서 자신이 참여한 4대강 사업 수질 문제에 대한 반론을 제시했다.  
 
50Cm 앞도 보이지 않는 물속 상황과 크고 작은 세굴 현상 등 참담한 4대강 사업 결과를 보면서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차 전 부본부장이 처음부터 4대강 사업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그는 MB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던 2009년 10월 한국일보에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칼럼에서 “이제 강을 수로와 수심과 수변으로만 다듬는 '사업'을 한다고 예산까지 구체화하였다. 뭘 어떻게 해서 자연의 아름다운 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을 만든단 말인가”라면서 “자연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라 지적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랬던 그는 4대강 본부 환경부본부장에 취임하면서 입장이 180도 변했다. “금빛모래는 인간에게는 정서적 공간일지 몰라도 수생태와 생물에게는 생존이 어려운 가혹한 환경이라는 또 다른 측면을 볼 필요가 있으며, 습지도 큰물이 있어야 유지가 된다”면서 “지금의 강은 퇴적토사 등으로 노후화되었는데, 그렇다고 지금의 강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 우리가 다시 젊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빛 모래는 소월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서 노래하던 우리 강의 정서적 특징뿐만 아니라 어류들의 산란공간이자, 수질을 정화시키는 강의 핵심적 요소들이다. 차 전 부본부장은 이를 부인하면서 4대강 사업의 준설 공사와 수량 확보가 필요 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한 MB와 그의 추종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우리 강은 썩은 퇴적토로 방치돼 죽었기 때문에 재창조해야 한다’는 논리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MB 정권이 생태학자를 4대강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은 4대강 사업이 반생태적 사업이란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차 전 부본부장을 홍보실장으로 겸임시킨 것은 대대적인 물량 홍보를 통해 진실을 왜곡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차 전 부본부장을 두고 당시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콘크리트 삽질을 꼬집었던 한 ‘생태학자’의 변신을 보니,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를 떠올리게 된다”며 꼬집기도 했다.  

차 전 부본부장의 ‘MB와 4대강바라기’는 계속됐다. 각종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와 기고 등을 통해 그는 4대강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보다 홍보실장 역할에 치중했다. 2010년 5월부터 2012년 말까지 언론에서 확인할 수 있는 4대강 찬동 발언만 41회로, 대표적인 4대강 찬동인사인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37회)과 박석순 전 환경과학원장 (32회) 보다 많았다. 그가 4대강 사업 왜곡에 적극 앞장섰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차 전 부본부장이 잔다르크라구?  
 
생태학자라는 그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국제적 명성의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마저 전문성 부족을 지적할 정도였다. 2010년 5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 전 본부장은 “모래사장은 사람의 정서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물고기에겐 사막이나 마찬가지다. 강을 준설해서 물이 풍성한 '젊은 하천'을 만들어야 한다. 노년기(老年期)인 우리 하천엔 수만년 동안 퇴적된 토사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른하르트 교수는 “전문적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간단한 의견을 제시한다”면서 “(차윤정 박사의) 이 주장은 전체를 보는 전문적 지식이 없음을 시사한다”며 “강변 구조의 다양성, 물 흐름의 역동성, 활발한 토사 운반은 생태계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4대강 찬동인사들이 그러하듯이 그는 4대강 사업 비판 진영을 ‘반대를 위한 반대’집단이라 폄훼하면서 진실을 MB의 왜곡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게 왜곡했다. 그는 2011년 8월 미국 시카고에서 교민들을 대상으로 ‘홍수를 이겨낸 4대강 사업 효과’를 강연하면서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4대강 사업의 실효성이 밝혀졌다”며 “주요 하천에 대한 준설을 통해 홍수예방 효과가 컸으며 내년 봄에는 수질개선 상황이 확인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2012년 6월 한겨레 기고에서 그는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 에 대비한 사업”이라면서 “아무리 4대강의 홍수 예방효과를 부인하고 싶어도 지난해 여름 폭우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 여름 강우는 낙동강의 경우 5년 ~ 10년 빈도에 불과할 정도로 그 양이 미미했다. 그럼에도 왜관철교가 붕괴됐고, 구미에서는 과도한 준설 탓에 두 차례에 걸쳐 단수 사건이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류지천에서는 ‘MB캐년’, ‘MB야가라’와 같은 신조어가 생길 정도의 역행침식이 발생했었다.  
 
차 전 부본부장은 “저수지와 계곡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도 16개의 보 덕분에 미안하리만치 가득 한 4대강의 물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면서 4대강 사업으로 가뭄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물을 확보했지만, 당장 쓸 계획도, 물을 보낼 시설도 없다는 점과 4대강과 인접한 곳은 원래 가뭄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012년 11월 퇴임할 무렵의 차 전 부본부장은 “사람들에게 강의 미래를 열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4대강 어디를 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버려진 공간을 다듬어 새로운 강변 놀이터로 만들었다. 서울의 한강변 주민들만 즐길 수 있었던 친수환경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도 학자로서 큰 긍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2012.11. 27) 
 
역사의 죄인이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인사 
 
그를 인터뷰했던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그가 계약직이면서도 4대강 추진본부 내에서 환경 파트를 맡아 여당 내의 야당 노릇을 하면서, 홍보 업무까지 악역을 맡았다면서 황당하게도 그를 잔다르크라 비유했다. 차 전 부본부장이 나라를 구한 것일까? 오히려 반대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낯이 뜨거워 반성할 줄 모르는 인사에 불과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작용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심각한 ‘녹조라떼’와 보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세굴 현상, 지류의 역행침식에 이어, 본류까지 침식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과 비자금 조성 등 4대강 복마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22조 원의 혈세가 낭비된 상황에서 수질 개선 및 사고 수습 등에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 일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은 수많은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이 이미 예견한 상황이다. 4대강 비판 진영을 매도하면서 4대강 찬가를 불렀던 이가, 그리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입장을 밝히는 이가 차 전 부본부장인 것이다.  
 
그는 생태학자라면서 4대강 사업이라는 실패한 국책사업, 아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토건족의 혈세 잔치에 편승했다. 그에게 얼마나 이득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이상 생태전문가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혈세 낭비를 알면서도 적극 협조한 죄, 진실을 왜곡해 국토를 파괴한 죄,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죄를 범했다. 그의 죄가 결코 작지 않은 상황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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