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뺨치는 '새누리크스'... 자폭으로 진실 밝혀"
[현장] 9일째 촛불문화제 이어져... 부산·광주 등 전국으로 확산
13.06.29 21:21 l 최종 업데이트 13.06.29 21:52 l 이주영(imjuice)
▲ 29일 오후 21c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규탄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주영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9일째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국정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된 권영세 주중대사·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 '국정원-새누리당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29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21C 한국대학생연합'(아래 한대련)의 주최로 열린 '국정원 불법선거 개입 진상규명 촉구 시민 촛불문화제'에는 600여 명(주최쪽 추산 800명, 경찰 추산 400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공연 등으로 진행된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행사를 주도한 대학생들 외에도 아이와 함께 가족단위로 참석한 시민들도 있었다.
"'깨알리더십' 박 대통령, 국정원 사건 비판 여론 '모르쇠' 말이 되나"
▲ 29일 오후 21c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규탄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주영
참가자들은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와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또한 최근 일어난 회의록 공개와 관련해 권영세 대사·김무성 의원 발언 논란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효영(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3년)씨는 "새누리당이 NLL 논란을 키우려다 김무성 의원·권영세 주중대사의 발언 때문에 자폭하는 꼴이 됐다"며 "덕분에 '국정원-새누리당 커넥션'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키리크스 뺨치는 '새누리크스'다, 위키리크스는 폭로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반면, 새누리당은 자폭으로 진실을 드러낸다"고 비꼬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장점은 국정 전반을 세세하게 안다고 해서 '깨알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관여한 적 없다'며 국정원 사건 관련 비판 여론에 모르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오늘 대통령은 중국의 한 대학에서 중국어로 연설했다, 한국어로 자국 시민들과 제대로 소통도 못하면서 다른 나라 가서 외국어로 연설하고 있는 게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이아혜(국민대)씨는 "절반이 넘는 국민이 여론조사에서 '회의록 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은 포기라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며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NLL 논란만 붙들고 늘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정원은 새누리당과 완전 한 몸이 돼 '물타기'로도 모자라 언론을 통제하고 시국선언을 한 대학생을 사찰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국정원에 운영비용을 주는 것이야말로 혈세 낭비"라고 힐난했다.
이어 이씨는 "박근혜 정부는 장관 내정자 연속 낙마, 윤창중 성추행 의혹,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등 취임 다섯 달 동안 일이 끊이지 않았다"며 "이야말로 탄핵감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MBC 등 공중파 방송이 국정원 사건 관련 보도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부산대학교 학생은 "의외로 주변에서 국정원 사건을 잘 모른다, 공중파 방송 뉴스에서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요즘 KBS·MBC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국정원 이슈를 '물타기'하고자 다시 터트린 NLL 논란을 주요하게 다룬다"며 "진정한 언론이라면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국정원 이슈도 비중 있게 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청래 "국회 국정조사, '조사기관 선정' 등 문제 두고 첨예한 대립 예상"
이 자리에 참석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몇몇 과정만 거치면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되지만, 이후에도 난제가 첩첩산중"이라며 "조사기관 선정, 회의 공개 수준 등을 두고 여야의 의견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쪽의 첨예한 대결이 예상되지만 국정원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싸울 테니 시민들은 거리에서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 등 여러 지역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한대련은 오는 30일 오후에도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한편, 같은 시각 파이낸스센터 건너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는 한국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200여 명의 '촛불 난동 중단' '국정 혼란 중단' 등의 피켓을 들고 촛불문화제를 '종북집회'로 규정하며 3시간 동안 맞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은 양쪽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 사이에 경력을 집중 투입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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