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덮으려 NLL 끌어들다니... 분노 보여줘야"
[현장]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10일째 이어져... "집회 이어갈 것"
13.06.30 22:11 l 최종 업데이트 13.06.30 22:11 l 홍현진(hong698)
▲ 6월 30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홍현진
"박근혜 대통령님 기억하십니까? 저 몇년 전에 당신한테 꽃줬던 사람입니다."
파란색 셔츠에 앳된 얼굴, 한쪽 귀에 귀걸이를 낀 박영호(21)씨가 마이크를 들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놀기 좋아하는 (대학) 새내기"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씨는 '아스팔트 농활대'의 일원으로 지난 28일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30일, 그는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청와대를 향해 3보1배를 했고, 홍대 앞에서 플래시몹을 했다. 그리고 난생 처음 많은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서울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규탄 촛불집회가 열흘째 열렸다.
"참, 역시 서울이라 그런지 사람도 엄청 많고,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서명 받으면서 시민들에게 물었다. 혹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아느냐고. 대부분의 시민이 모른단다. 관심이 없단다. 지금 지나가시는 분들,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오늘 낮에 3보1배를 했다. 몇 발자국 안 가서 경찰 분들이 못 가게 막더라. 정말 답답했다. 제가 학교 대표로 꽃을 줬던 박근혜 대통령님, 민중의 지팡이 경찰, 세금 받아먹는 국정원. 똑바로 했으면 좋겠다."
박씨는 중학교 1학년 시절, 울산에 있는 모교를 방문한 박 대통령에게 학생 대표로 꽃다발을 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때는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면서 "알았다면 안 줬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투표 했는데..."
▲ 6월 30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홍현진
일요일이라 그런지 집회 규모는 200여 명(주최측 추산 300명, 경찰측 추산 150명)으로 평소보다 작았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원세훈 구속수사', 'MADE IN 국정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라'라고 적힌 노란색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대학생 박현선씨는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PC방 노릇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면서 "진정한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신길동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60대 한용헌씨는 "도저히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 정통성이 없다"면서 "오늘 중국 갔다가 한국에 돌아올 텐데, 청와대로 가지 말고 방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또 한 명의 수줍은 대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은주씨는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엄청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숨을 골랐다.
"작년에 대선 투표를 했다. 첫 투표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는데,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수사결과가) 나와서 정말 화가 났다. 그래서 나왔다. 지금 국정원 잘못이 드러났는데 자꾸 축소·은폐하려고 한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는 촛불문화제가 됐으면 좋겠다."
14개월 된 아이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부부도 있었다. 아이 낳고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는 신지심(34)씨는 청계광장을 찾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들었다. 신씨는 "선거개입을 덮기 위해서 NLL을 끌어들여서 물타기를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면서 "우리가 화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6월 30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문화제에서 경남 산청 간디학교 학생들이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 홍현진
집회는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자유 발언 도중 욕설이나 비난이 나오면 참가자들 스스로 제재를 했다. 전날(29일) 고등학생 최초로 시국선언을 해 화제가 됐던 경남 산청 간디학교 학생들은 이날 집회에서 노래와 춤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국정원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있다. 관심 가져야한다"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집회는 오후 9시께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한대련은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오후 7시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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