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방문의 약발
[새록새록 단상] 이후 박대통령의 행보는?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3/07/06 [19:00] 최종편집: ⓒ 자주민보
중국에는 “새로 삼년 낡아 삼년 깁고 꿰매 또 삼년(新三年,旧三年,缝缝补补又三年)”이라는 말이 있었다. 옷이나 신 따위를 아껴서 9년 쯤 쓴다고 약간 과장하는 말이었는데, 기계문명, 대량생산을 자랑하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여서인지 사라진지 오래다. 무슨 물품이든지 자꾸만 새것이 나오고 세대교체가 생기는 판인데 옛날 식으로 물품을 아껴 쓰면 GDP증가에 도움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 쉽겠다.
그런데 오랫동안 잊고 살던 이 말을 요즘 떠올렸다. 청와대 현주인의 중국방문과 그에 관한 보도들 때문이었다. 딱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만 필자로서는 진실한 연상이다. 큰 성과로 홍보하려 했던 미국방문이 윤창중 사태로 개판이 되고, “국정원댓글”사건이 점점 커져서인지 한국언론들은 6월 말의 중국방문을 훨씬 앞둔 시점에서부터 얼마나 분위기를 띄웠던가.
또 중국방문기간에 얼마나 환대를 받았노라고 떠들었던가. 모든 예우가 뜻밖이고 파격적인 듯이 선전했는데, 국제외교에서 수반급 방문은 쌍방이 의전절차를 미리 합의해서 정하지 않던가? 또한 정상외교를 많이 벌리는 중국의 의전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비교도 별로 없이 마치도 순전히 청와대 현주인의 개인매력 덕분에 이러저런 예우를 받은 듯이 여론을 만드는 게 우습지 않은가?
방문이 끝난 다음 여러 날 지났는데도 중국사람들이 어떻게 좋아한다느니, 무슨 경호원들 사이에 어떻게 충돌이 생겼다느니, 무슨 김치를 놓고 어쨌다느니 별의별 자질구레한 정보(?)들이 언론들에 등장한다. 게다가 찔끔찔끔 나오니까 의도적인 여론몰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중국방문을 부각함으로써 국내쟁점에 대한 국민들의 주의력을 돌리고 싶은 사람들이야 분명 존재하니까.
사전, 도중, 사후에 너무나도 티가 나게 움직이는 언론들이 있었기에 필자가 “새로 사년…”이라는 말을 연상한 것이었다.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현주인이 “우리 두 정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말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들도 있지만 목소리가 상대들에 비해 너무나도 약하다. 중국에서 한국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게 이른바 방송3사의 채널인데 그 가운데서도 KBS만 보는 사람들의 반향을 들어보면 “박비어천가”에 세뇌된 꼴이다.
청와대 현주인이 귀국한 후 침묵을 지키는데 대해 어느 언론은 “장고”에 들어갔노라고 주장했다. 바둑을 좀 둬본 사람들이 잘 알다시피 약수들은 아무리 장고를 하더라도 악수를 내놓기 쉽다. 9단쯤 되어야 묘수를 두는 법이다. 중국방문 약발이 떨어진 다음에도 대선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거나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공개를 자신은 몰랐다는 식으로 나서겠는지 아니면 뭔가 색다른 수를 내놓겠는지 아니면 6일 열릴 남북대화를 이용하겠는지 두고 볼 일이다.
(2013년 7월 4일, [새록새록 단상]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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