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촛불집회 참가 대학생들 출석요구… “탄압개시” 반발
경찰조사 받은 참가자 “과잉수사·표적수사”… “촛불 위축시키려는 의도”
입력 : 2013-07-09  16:41:11   노출 : 2013.07.10  06:23:14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경찰이 최근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잇달아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인원은 모두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다. 

덕성여대 이아무개(23)씨는 지난 2일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를 받았다고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 21일 광화문 KT앞에서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집회 사회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내용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 날은 첫 촛불집회가 열린 날이다. 

이에 따라 이씨는 지난 5일 남대문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서 경찰은 집회 당일 진행내용과 발언자 신분 등을 확인하려 했다. 이씨는 “신고가 되어있는 집회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회신고가 확인된 집회인데 출석요구서가 날아온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과잉수사, 표적수사”라고 말했다. 

▲ 조아무개씨가 받은 출석요구서
  
일반참가자에게도 출석요구서가 발송됐다. 고려대 조아무개(27)씨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보낸 출석요구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촛불집회에 참가해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조씨는 “해산명령이 있긴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서 행진도 하지 않고 인도에서 끝났던 날”이라며 “경찰과 충돌하지도 않았는데 출석요구서가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조씨는 출석요구서를 받은 다섯 중에 자신이 속했다는 사실도 의아해했다. 조씨는 “저는 그 날 발언도 하지 않고 맡은 직책도 없는 일반 참가자”라며 “어떻게 출석요구서가 나왔는지 이해가 어렵다”고 말했다. 주최측 추산에 따르면 그 날 집회에는 500여명이 참가했다.

조씨는 “예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가려서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반값등록금 관련 집회에서 사회를 진행한 후 출석요구서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사회를 보면 집회 주최자로 간주해 출석요구서가 날아온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
  
이에 김한준 종로경찰서 지능팀 경감은 “위법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출석요구서”라며 “일단 위법 사실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많은 집회참가자들 중에 어떻게 선별했냐는 질문에 그는 “채증 그런 것을 통해서 확인했다”면서 “나중에 또 밝혀지는 사람이 있으면 차후에 출석요구서를 발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혐의 자체는 다른 집회 때와 비슷하지만 소환 통보가 이례적으로 신속하다”며  “2008년 촛불집회, 반값등록금 집회 때는 소환통보가 이루어지는 때까지 한참 걸렸는데, 촛불집회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열심히 참가하는 대학생들 위주로 위협감을 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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