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두환 비자금, 주유소사업으로 ‘세탁’ 의혹
등록 : 2013.07.12 08:18수정 : 2013.07.12 08:27
부동산 매매와 주유소 사업으로 ‘전두환 비자금’을 세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서울 도곡동 땅. 전두환 전 대통령 사돈이던 윤광순 전 한국투자신탁 사장이 1990년 매입해 1993년부터 주유소를 지은 뒤 전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씨에게 운영을 맡겼다가 2002년 처분했다. 현재 주유소는 허물어지고 빌딩이 들어서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퇴임직후 차남회사·사돈이 강남 땅 2곳 사들여
자금출처 불분명…처남 이창석씨 “내가 운영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는 처남 이창석(62)씨와 전 사돈인 윤광순(79)씨, 차남 전재용(49)씨 소유 회사 등 3자가 전 전 대통령 퇴임 직후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매입해 주유소 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의 주인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등 소유권 관계마저 불분명해, 이들 주유소가 ‘전두환 비자금’ 세탁 통로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11일 <한겨레> 취재 결과, 재용씨가 소유하고 있는 음향기기 수입업체 삼원코리아는 전 전 대통령 퇴임 5일 뒤인 1988년 2월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땅 770.7㎡를 샀다. 이곳은 1990년대에 3.3㎡당 1500만원을 호가했고, 올해 공시지가는 3.3㎡당 4356만원으로 100억원이 넘는 땅이다. 전 전 대통령의 사돈 윤광순 전 한국투자신탁 사장은 1990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332.8㎡를 매입했다. 이 땅은 올해 공시지가가 3.3㎡당 3260만4000원으로, 전체 가격이 32억8800여만원에 이른다.
윤씨는 1983년 10월부터 1995년 10월까지 한국투자신탁에 만든 청와대 경호실 명의의 계좌에 ‘전두환 비자금’ 1020억원을 관리한 혐의로 1995년 12월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조사 당시 비자금 계좌의 돈은 대부분 출금돼, 도곡동 땅 매입 자금이 해당 계좌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업자금 출처를 의심받아온 삼원코리아의 역삼동 땅 매입 자금 역시 출처가 불분명하다.
윤씨는 도곡동 땅에 1993년 7월10일 주유소를 완공했다. 역삼동 땅에도 1990년께 주유소 운영이 시작됐다. 두 주유소는 같은 정유사의 석유를 팔았다. 지금은 이 주유소들이 모두 없어져 사업자등록증 등을 확인할 수 없지만, 주유소 관련 근저당 등을 확인해보면 윤씨는 삼원코리아와 함께 주유소 사업주로 기록돼 있다.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을 때 주유소 사업주가 채무자로 근저당을 설정하는데, 윤씨는 자신 명의의 도곡동 땅을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했을 뿐 아니라 삼원코리아 소유의 역삼동 땅에도 공동채무자로 근저당을 설정했다. 윤 전 사장과 삼원코리아가 사실상 한 몸으로 명의를 이용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때마침 1993년 12월28일 삼원코리아는 석유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후 역삼동과 도곡동 땅은 2001년 5월15일과 2002년 3월27일 처분됐다. 윤씨의 땅이 처분되고 나흘 뒤 삼원코리아는 석유 판매업을 사업목적에서 삭제했다.
전두환
땅 매매와 주유소 운영 과정에서 이창석씨는 서류상 등장하지 않지만, 이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들 주유소 사업을 자신이 벌였다고 밝혔다. 윤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윤씨 명의의 주유소가 있던 도곡동 땅에는 재용씨가 이씨와 함께 비자금 세탁 목적으로 운영했다는 의심을 받는 삼원유통의 서울지점도 자리잡고 있었다.
이에 대해 윤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명의를 빌려준 게 아니라) 내 주유소였다. 이창석씨 회사 직원이 주유소 운영 경험이 있어 (운영을 이창석씨에게) 맡겼다. (전 전 대통령 일가와) 다른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도곡동 땅에 삼원유통 지점이 있었던 사실과 삼원코리아와 공동채무자로 본인의 명의가 등장하는 데 대해선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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