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4대강 중 가장 짧지만 고민은 가장 깊다
[2013년 영산강 도보순례 기행문] 첫째날
13.07.13 13:07 l 최종 업데이트 13.07.13 13:07 l 우원식(reform1-1)

저와 영산강 시민단체인 영산강 네트워크,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해 7월 11일부터 16일까지 5박 6일간 영산강 136km, 350리 전구간을 도보로 돌아봅니다. 

2013년 영산강 도보순례는 우리강 도보순례(2005년 섬진강, 2006년 금강, 2007년 한강, 2008년 낙동강) 다섯번째로 열리는 행사로 이번 주제는 '영산강, 생명의 강으로'입니다. 영산강은 한강, 낙동강, 금강과 함께 대한민국 4대강으로 불리지만, 유일하게 4대강 중 사람이 먹지 못하는 물입니다. 

이번 기행을 통해 호남의 젖줄이라 불리면서도, 먹지 못하는 물로 외면 받는 영산강의 현실을 돌아보고 영산강을 다시 생명의 강으로 바꿀 방법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5박 6일 간의 여정을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알리고 영산강의 현실을 같이 고민하고자 합니다. 눈 맑은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기자의 말

5박 6일 여정의 첫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또 나왔습니다. 발언 출처는 국정원 대변인이었습니다. 남북회담 대화록 기습공개에 이어 두 번째 초법적 정치개입입니다. 2013년 대한민국은 비상식이 상식을 뒤엎고 허위고 진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선전선동의 달인 괴벨스는 말했습니다. "거짓은 처음에는 부정당하다가,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대한민국 도처에 수많은 괴벨스들이 기어이 진실을 쓰러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산강으로 향하는 발길이 무거웠습니다. 왜 지금 영산강인가, 많이 물어오셨습니다. 영산강 시원(始原), 용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영산강을 떠올리면 평균 수질 4등급, 즉 농업용수 외엔 쓸 수 없는 물, 식수로서 도저히 이용할 수 없어 포기된 강이라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강이 시작되는 곳에서 우리는 전혀 다른 영산강과 마주했습니다. 옥빛의 맑은 물은 작지만 힘차게 굽이쳤고, 눈부신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맑은 물에서 시작한 영산강, 왜 못 마실 물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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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발원지 '용소'. 옥빛의 맑은 물이 눈부신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 우원식

이 맑은 용소의 물에서 시작된 영산강이 왜 사람이 마실 수 없는 강이 되었는지, 영산강에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외면받는 강이 되었는지. 5박 6일간, 우리는 영산강 전 구간을 온전히 두발로 걸으며, 생명의 속도에서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더불어 4대강 사업이 과연 영산강에게 구원이 되었는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떠나기 전날 4대강 사업은 결국 위장 대운하사업이며, 대통령이 자신을 뽑은 국민을 향한 대국민 사기극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 흐르는 강의 허리를 잘라 탐욕을 채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탐욕은 소수의 것이지만, 참혹한 대가는 우리 모두가 나눠질 짐입니다.   

비록 마실 수 없다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영산강에 생명줄을 대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만나고 머리를 맞대며 외면했던 영산강을 다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 따라서 바로 이곳이 지금 달려갈 현장입니다. 

폭염이 절정에 달하던 시각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용소폭포의 물줄기를 등지고 '영산강, 생명의 강으로' 발대식을 했습니다. 생명이 피고 지던 본래의 영산강을 살리고자 애쓰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습니다. 영산강네트워크,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최형식 담양군수 등 관련 공공기관 분들, 그리고 이 여정에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모인 벗들이었습니다. 2005년 섬진강 도보순례 때 함께했던 구례에서 온 류재관도, 2006년 금강 4백리 길에서 길잡이가 되어 주셨던 군산의 김재승 단장도 기꺼이 달려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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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영산강 도보순례단 영산강 발원지 용소 앞에서 진행된 2013년 영산강 도보순례단 발대식 ⓒ 우원식

그리고 20명의 도보기행단은 설렌 발걸음을 뗐습니다. 용소를 시작으로 가마골로 이어지는 계곡물은 시리도록 푸르렀고 아이의 발을 담근 아빠의 미소는 더 푸르렀습니다. 가마골 초입에 있는 삼거리까지 용소의 물은 맑았습니다. 그러나 채 5㎞를 못가 용소의 물은 시야에서 멀어졌습니다. 용소의 물은 굽이쳐 흐르지만 인간의 길은 반듯했기에 한 번 어긋난 도보길과 강줄기는 한동안 만날 수 없었습니다. 담양읍 쪽으로 난 국도를 따라 걷는 동안 영산강은 순간 눈앞에 스쳤다가 이내 사라졌습니다. 

담양에서 흐르는 영산강을 다시 만난 곳은 영산강의 첫 번째 댐인 담양댐이었습니다. 추월산 고갯길을 올라 담양댐을 바라보았습니다. 멀리 몽고의 침략에 맞서 지은 금성산성의 옛길은 유유한데 바로 밑 둑높이 공사에 한창인 담양댐은 분주해 보였습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저수지 증고 사업은 굉음을 내고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담양댐부터 더는 맑은 물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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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댐 둑높이기 사업현장 추월산 고갯길에서 내려다본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담양댐 둑높이기 사업 현장 ⓒ 우원식

용소의 푸른빛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곳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도 착찹했습니다. 영산강네트워크 김도형 사무처장님은 일행들에게 농업용수로만 사용되는 영산강의 현실을 이곳에서 설명해주셨습니다. 높은 둑은 하류로 흐르는 맑은 물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곳부터 용소의 맑은 물은 없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거기에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며 시작된 곳곳의 저수지 증고사업은 더욱 하류를 말라가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산강 푸른 물은 고작 10㎞도 가지 못 하고 끝나버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강을 헤집은 굴착기 소리는 요란했고 둑은 통곡의 벽이 되어 점점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영산강 푸른 물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고개를 내려갔습니다. 첫날 17㎞ 일정을 다 소화하고 우리는 숙박지에 도착했습니다. 앞선 영산강네트워크 김도형 사무처장님의 발제를 시작으로 영산강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간담회를 했습니다. 영산강을 오랫동안 지켜온 산증인으로서 김도형 사무처장님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겪은 영산강의 슬픈 현재를 들려주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막기에 힘이 부칠 때 가장 오염이 심한 영산강에서 먼저 시범적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의견이 민주당 내에서도 꽤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김도형 사무처장 표현을 빌리자면, 힘없는 새끼손가락이라고 깨물면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농업용수로밖에 쓸 수 없기에 강을 망치는 4대강 사업도 영산강은 감수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야말로 모두에게 외면 받아온 영산강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나주평야를 끼고 흐르는 영산강은 완만하기에 유속이 느려 물길을 막을수록 오염은 다른 어느 강보다 심해집니다. 그런 영산강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며 만들기 시작한 담양, 장성, 광주, 나주댐과 하구둑으로 영산강은 5급수로 전락하면서 이제는 농업용수로만 쓸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4대강 사업으로 승촌보, 죽산보까지 더해졌습니다. 열악한 지자체 여건과 먹는 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기초시설 투자에도 소홀한 탓에 생활하수, 농업, 축산 하수는 영산강에 무방비 상태로 버려집니다. 토론 내내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 아파하는 영산강을 바꾸기 위한 열띤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재정자립도가 20%내외로 열악한 지자체의 조건을 고려한 환경기초시설 투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요청을 받았고, 비점오염원을 가중시키는 하천변 경작을 해결하려는 지자체의 사례도 들었습니다. 자연정화에 탁월한 수생식물을 통한 농가 소득과 환경오염 해소를 결합하자는 의견도 흥미로웠습니다. 역시 길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늦은 일정은 그렇게 남은 여정 동안 희망을 발견하자는 다짐으로 끝났습니다. 본래 하구둑이 막히지 않았던 시절 서해의 바닷물은 나주 안쪽까지 밀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시절에는 홍어의 주산지인 흑산도와 부속도서인 영산도에서 잡힌 홍어를 나주까지 배로 와 팔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산도 사람들이 나주 안쪽까지 이주해 집단 거주한 포구를 영산포라 불렀으며, 그래서 그 강이 영산강이 됐다고 합니다. 그때처럼 생명이 살아 있는 영산강을 만들 날을 그리며 첫날 여정을 마칩니다. 

내일은 담양호 하류부터 광주의 용산교까지 26㎞의 여정입니다. 더 이상 용소의 푸른빛은 없지만 그 현실을 바꾸고자 함께 걷는 이들과 함께하기에 힘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우원식 기자는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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