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우르르... '4대강' 자전거도로
[현장] 춘천시 강촌~신매대교 구간... 부실공사 의혹
13.07.25 17:12 l 최종 업데이트 13.07.25 17:59 l 성낙선(solp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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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강 자전거도로 붕괴 현장(춘천시 현암리). 의암호 주변 박사로와 나란히 놓인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이같은 붕괴 위험을 안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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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잠긴 북한강 자전거도로. 물에 잠긴 '4대강 새물결'. ⓒ 성낙선

물에 잠긴 것도 모자라 쓰러지고 부서지고 무너지고. 장맛비가 그치면서 드러난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처참했다.

강원도 춘천시 내 강촌에서 신매대교에 이르는 약 20여km에 달하는 자전거도로 중 일부 구간은 물에 잠겼고, 일부는 축대가 무너져 내려 더 이상 도로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망가졌다.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자전거도로가 여름 한철 장맛비에 무용지물이 됐다.

이 때문에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완공을 했기에 애초부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연의 속성을 무시한 채 전국의 강변에 무작정 자전거도로를 건설해온 것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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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잠긴 북한강 자전거도로. 가드레일에 수초와 잡목 등이 걸려 있다. ⓒ 성낙선

완공 이전부터 문제가 됐던 북한강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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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촌, 북한강 자전거도로. 표면에 박리 현상이 일어나 흉물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성낙선

춘천시 내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지난 2011년 12월에 완공됐다. 국토부는 당시 이 자전거도로를 9월경에 서둘러 완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완공하기도 전인 그해 여름에 내린 집중호우로 도로가 물에 잠겼고 일부 구간은 지반이 내려앉았다. 자전거도로 기둥이 뽑혀 나가기도 했다.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자전거도로가 쑥대밭이 된 것이다. 당시에도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부실하게 시공된 게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집중 호우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게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도로는 완공 이후에도 계속 문제가 제기됐다. 매년 봄 해빙기가 되면, 자전거도로 표면이 벗겨져 나가는 박리현상이 일어났다. 일부 구간은 계속 주저앉았다. 사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셈이다. 그런데도 국토부와 춘천시는 그동안 하자가 발생한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면서, 균열이 발생한 도로 표면을 아스콘으로 메우는 등 임시 처방만 하는 데 그쳤다.

춘천시 내 북한강 자전거도로 구간의 지반 침하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춘천시 내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애초 도로를 만들기 힘든 장소였다. 의암댐 아래 구간은 상습 침수 구간이고, 의암댐 윗쪽 구간은 대부분 갓길이 없는 2차선 도로였다. 도로 옆은 바로 강물이 출렁였다. 자전거도로를 만들 수 있는 여유 공간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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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잠긴 북한강 자전거도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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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가 뽑린 북한강 자전거도로 안내판. ⓒ 성낙선

따라서 의암댐 아래 구간은 아예 침수를 무릅쓰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의암댐 윗쪽 구간은 기존의 도로 높이만큼 강변에 둑을 쌓거나 수면 위로 기둥을 세워 도로를 만들었다. 애초 상당한 위험을 안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도로 붕괴는 의암댐 윗쪽에서 발생했다. 모두 강변 도로 곁에 흙과 시멘트 블록으로 축대를 쌓은 다음 그 위를 아스팔트로 덮은 곳에서 발생했다. 

이번에 도로 붕괴 사고는 덕두원리와 현암리 사이, 3군데 강변에서 발생했다. 붕괴 규모만 약 80m에 달한다. 하지만 도로 붕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23일 현장을 취재한 결과 2km가 넘는 구간에서 균열과 지반 침하 등이 목격됐다.

기존의 자동차도로에서, 자전거도로가 강 쪽으로 서서히 떨어져 나가는 분리 현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상태로 놔둔다면, 내년 장마철에는 더 많은 지점에서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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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삭 주저앉은 북한강 자전거도로(덕두원리). 주변이 모두 붕괴 위험을 안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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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강 자전거도로 침하 현장(현암리). 자전거도로 밑으로 새로운 물길이 생기면서 도로가 무너져 내렸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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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강 자전거도로, 원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붕괴 현장(현암리). 복구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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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강 자전거도로 붕괴 현장(현암리). 반대편에서 바라본 장면. ⓒ 성낙선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에 가까스로 완성된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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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 자전거도로에서 침하가 일어나면서 도로 사이에 턱이 생기자, 턱을 없애기 위해 임시 방편으로 아스콘을 발라 놓았다. ⓒ 성낙선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다른 지역의 도로에 비해 늦게 완공됐다. 애초 북한강은 공사가 까다롭기도 했지만, 북한강 하류인 남양주 두물머리에서부터 북한강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관련해 농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에 더 늦어졌다.

두물머리의 유기농 농민들은 자전거도로 건설을 결사적으로 막았다. 이명박 정부는 두물머리에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등 친수공간을 조성한다는 이유를 들어 농민들에게 그 자리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떠날 수가 없었다. 유기농 농사는 지력을 키우는 데만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농민들로서는 자신들이 가꾼 농토를 쉽게 버리고 떠날 수 없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에는 유기농 장려 정책을 공약의 하나로 내걸었다. 실제 대선 전에는 두물머리에 들러 농민들에게 유기농 농사를 지원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말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농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수차례 강제 철거를 시도했다. 농민들은 시민단체, 종교단체들과 연합해 강체 철거를 온몸으로 저지했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하지만 국토부가 2012년 8월 행정대집행을 예고하고 나서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 정부와 맞서 싸울 수 없다고 판단한 농민들은 종교계에서 제시한 타협안을 받아들이고, 두물머리를 떠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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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출입 통제 표지판.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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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담수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방류를 하기 시작하는 의암댐. 물을 방류하기 전에, 방송으로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알렸다. ⓒ 성낙선

'혈세 잡아먹는 하마' 꼴, 전국 4대강 자전거도로

이명박 정부는 두물머리에서 농민들을 내몬 이후, 임기 전에 4대강 공사를 완료하려고 서둘러 공사를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남양주와 춘천을 연결하는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해 2012년 12월 26일에 완공했다. 그런데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그 뒤로도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저히 낮은 이용도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완성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자전거도로를 따라 국토종단 여행을 떠날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부 자전거 마니아나 자전거동호회에 소속된 회원들이 전부였다. 도로만 만들어 놓으면 그 도로 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거라는 정부의 예상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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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언저리에서 돌들이 쓸려 내려와 자전거도로를 뒤덮은 광경. ⓒ 성낙선

4대강 자전거도로는 또 그동안 부실 공사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각 지역에서 장마철에 도로가 유실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 데다 도로 시설물 일부가 부서지는 것도 다반사였다. 북한강 자전거도로 역시 보수 공사를 거듭하고 있어 해마다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자전거도로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도 큰 문제다. 정부는 춘천시 내를 흐르는 북한강 강변에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데 최소 25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를 유지, 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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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너머 산비탈에 쓸려 내려온 흙과 돌이 자전거도로를 뒤덮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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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너머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자전거도로를 덮친 돌과 흙과 나무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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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균열이 간 자전거도로에 땜질식 임시 처방을 해놓은 모습. ⓒ 성낙선

춘천시는 이번에 붕괴된 자전거도로를 11억 원 가량의 국가하천유지보수비 등을 투입해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춘천시에서 이번 폭우로 물난리를 겪은 게 자전거도로뿐만이 아니다. 자전거도로를 매번 예산을 투입해 복구를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완공이 된 지 일이 년도 안 돼 '혈세 잡아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번에는 상습 침수, 상습 붕괴 도로라는 오명을 덧달게 됐다. 국민의 주머니 돈을 수장시키고,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이런 악순환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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