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확산… 한달반새 구미까지 급속 北上
6월초 달성보 확인됐는데…남조류 농도 더 짙어질 땐 수돗물 공급도 위협 가능
2013년 07월 30일
 
폭염으로 낙동강에 녹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강정고령보 매곡취수장 부근에 녹조로 물든 강물을 떠 보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9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성군(하빈면 하신리)과 경북 칠곡군(왜관읍 금남리)의 경계지점 인근 낙동강. 67번 국도에서 150여m 떨어진 이곳 강의 수면에는 짙은 녹조 띠가 융단처럼 찰랑거렸다. 말라죽은 버드나무 수천 그루의 앙상한 가지 아래 햇빛을 받은 연둣빛 낙동강이 펼쳐졌다. 강변에 밀려온 녹색 알갱이는 물감이 뒤엉긴 듯 비릿한 악취를 풍겼다. 손목까지 물에 담그자 손끝이 희미할 정도로 물빛이 탁하고 농도가 끈적끈적한 녹조가 강에 퍼져 있었다. 손을 물 밖으로 꺼내자 손등과 손바닥에 좁쌀 크기의 초록 알갱이들이 덕지덕지 묻어나왔다.

낙동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가 대구를 거쳐 칠곡, 구미까지 번졌다. 6월 초 달성보 상류 박석진교 부근에서 확인된 녹조현상이 이달 중순 강정고령보 상류 죽곡`매곡`문산 취수장까지 퍼진 데 이어 최근 구미보 인근까지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녹조에는 독성을 지닌 남조류가 대량 증식하고 있어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없는 구미광역정수장의 먹는 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구미보까지 번진 녹조

같은 날 오후 구미 해평면 구미광역취수장 인근 강물 색깔이 확연하게 녹색을 띠고 있었다. 녹조가 확산되면서 구미정수장이 구미시와 칠곡군, 김천시 등 50여만 명에게 공급하는 하루 30만여t의 수돗물 관리도 위태롭게 됐다. 특히 구미정수장에는 남조류가 대사과정에서 분비하는 악취 원인물질인 ‘지오스민’을 완벽하게 제거할 고도정수처리시설(오존투입+입상활성탄여과지)이 없어 녹조가 더욱 심해질 경우 안전한 수돗물 공급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구미정수장에 독성 남조류를 분해할 수 있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은 2015년에야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당초 485억원을 들여 2013년까지 구미광역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기로 했다가 그 계획을 미뤄왔다. 수자원공사는 2008년 3월 낙동강 페놀 유입사고를 계기로 구미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다고 그해 12월 밝힌 바 있다.

대구시민의 취수원인 강정고령보 상류도 예외는 아니었다. 29일 오후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강정고령보 좌안에서 자전거길을 따라 상류로 300여m 가니 죽곡취수장이 나왔다. 취수장 인근의 강은 녹색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수면에 녹조가 피어 있었다. 수면 여기저기서 10원짜리 동전 크기의 거품 방울이 떠올랐고 녹조 알갱이도 함께 피어올랐다. 취수장 입구에 방어막을 쳐놓았지만 물의 색깔과 탁함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오히려 방어막 안쪽 수면에 더 짙은 녹색 띠가 떠오른 곳도 있었다.

구미보까지 확산된 녹조현상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장하나 민주당 국회의원이 입수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 낙동강 보는 대부분 1번 이상 조류경보제 남조류 기준(세포수가 ㎖당 500개)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 6월 2주, 7월 4주의 남조류 수치를 보면 칠곡보가 7주 중 3주 동안 기준을 초과했다. 다음으로 낙단보와 구미보, 강정고령보 등이 각각 2주, 달성보가 1주 동안 기준을 넘었다. 칠곡보는 6월 3주에 1천199개/㎖까지 올라간 데 이어 7월 3`4주에 각각 4천14개/㎖와 1천409개/㎖를 보이는 등 최근 들어 높은 남조류 수치를 보였다. 구미보의 경우 7월 3주 7천362개/㎖까지 남조류가 증식했다.

◆시민 식수`수상 활동 우려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녹조에 독성물질이 있는 남조류가 함유돼 있다며 식수원과 수상 레저 활동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강은 본류가 낮아야 지류가 흘러서 순환이 되지만 현재 낙동강은 보로 인해 체류기간이 길어져 흐르지 못하고 고여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비가 오면 잠시 녹조 수치가 내려가지만 오히려 영양염류 등 오염물질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녹조가 재발할 것”이라고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녹조에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을 가진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포함되어 있어 낙동강 식수원의 안전은 물론 낚시나 요트 등을 포함한 강변의 레저 활동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석재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장은 “녹조가 달성보 하류 쪽에선 번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강정고령보 상류는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며 “일부 남조류 수치가 높게 나온 지점도 있지만 지속성이 떨어지고 국지적으로 조건이 맞아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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