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615195954955


[탐사K] 회장님의 왕국.."예배·영업, 너무 힘들어요"

문준영 입력 2020.06.15. 19:59 


[KBS 제주]

[앵커]


지난 달이었죠.


국내 언론 비평지에서 지역 방송사업자인 KCTV제주방송의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보도 내용을 보면 흔히 언론사를 비롯한 회사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선 납득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이후 탐사K가 취재를 결정하고 지난 몇 주간 취재를 이어왔는데요,


오늘 첫 순서로 KCTV제주방송 안에서 벌어진 실태를 보도해 드립니다.


[리포트]


'회장님의 왕국'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주의 은혜 나누며 예수님을 사랑해야지 우리 서로 사랑해"]


여직원들이 교회 찬송가를 부르며 무대로 향합니다.


2013년쯤 진행된 이 공연이 열린 곳은 교회가 아닌 KCTV제주방송 강당입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의 사랑을."]


170석 규모의 강당 제일 앞줄에 한 남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앵콜! 앵콜!"]


2~3년 전 또 다른 부서의 직원들.


옷을 맞춰 입고 찬송가를 부릅니다.


["주님께 영광을 주님께 감사를 주님께 찬양해."]


역시, 앞서 언급했던 남성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 박수를 칩니다.


KCTV제주방송의 공성용 회장입니다.


공 회장이 지켜보던 무대는 사내예배 시간에 이뤄지는 특별찬송 공연으로 부서 별로 한 달에 한 번씩 나가 찬송가를 부르는 행삽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A/음성변조 : "우리는 2~3주 연습해서 심하게 말하면 재롱잔치처럼. 이건 직원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잖아요 사실. 연습을 밤늦게 했거든요. 8~9시까지."]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B/음성변조 : "솔직히 나이 30~40 먹고 그런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하는 게 창피하죠. 억지로 시키니까 하는 건데."]


개인 종교나 의지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직원이 특별찬송에 참여했고, 한 달에 한 번 사내 예배도 사실상 강제였다고 합니다.


[KCTV제주방송 직원 A/음성대역 : "XX 같은 기분이죠. 회장님하고 가까우신 목사님들이 돌아가면서 오시는데 가끔 중요한 분들이 와요. 그럴 때는 회장님이 직접 부서를 돌아다녀요. 예배 오라고 다그치고. 전혀 자율이 아니에요."]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D/음성변조 : "사실 저도 기독교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여기는 회사잖아요. 그런데 이제 회장님의 종교적인 그런 걸 강요를 하는 게."]


말 못할 직원들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회사 상품인 디지털TV와 인터넷, 알뜰폰을 팔아야 하는데 비영업부서 직원들까지 총 동원됩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B/음성변조 : "제일 힘들었죠. 저희 부서에서는 월말이 끝나갈 때쯤 되면 전 직원 실적이 적힌 종이가 있어요. 서류를 주면서 국장급이나 부장급에서 직원들 불러서 지금 몇 건 했다 너. 한 건도 못했으니까 이거 언제까지 할 거냐 빨리해라."]


KCTV제주방송 전 직원의 영업 실적표입니다.


부서별로 누가 어떤 상품을 얼마나 판매했는지 기록돼 있습니다.


영업 실적표는 회사의 공개된 장소나 직원 전산망에도 공개돼 직원들이 영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B/음성변조 : "(영업국 직원들이)허허벌판 주소지로 허위로 영업을 올려요. 그래서 사용료가 안 들어오면 (체납팀이) 선을 끊으러 가는데 가봤더니 허허벌판이다, 건물이 없다. 영업국이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실적을 가짜로 올릴까."]


영업 실적 부담에 실적이 부진한 일반부서 직원들은 영업국 직원의 실적을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B/음성변조 : "돈 주고 사는 경우도 있어요. 건당 3만 원 정도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C/음성변조 : "어느 정도로 비합리적이냐 하면 영업사원들이 비영업 사원들에게 한 건씩 줄 수 있어요. 항상 그런 것(관계)들을 유지해야 하고, 술을 사준다거나. 뭐랄까 암시장처럼 형성돼있는 거죠."]


지난 4월엔 회사 측이 직원들의 집 주소를 확인해 자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직원들을 찾아낸 뒤 변경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KCTV제주방송 직원 B/음성대역 : "직원들 주소를 확인해서 방송, 인터넷, 알뜰폰 등 회사 상품 안 쓰는 직원들을 다 찾아냈어요. 회사 알뜰폰으로 바꾸며 위약금까지 낸 직원들도 있어요. 무조건 바꿔라죠."]


지난 4월 20일 공성용 회장의 CEO 메시지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성용/KCTV제주방송 회장/4월 20일 CEO 메시지 중 : "현재 사우님들 사용하는 회사상품에 대한 아쉬움과 배신감을 털어놓고자 합니다. 또 한 번 더 회사 상품을 소개합니다. 오늘 이후로는 모른다고 하지 마세요. 벌 받을 것입니다. 반드시 금액도 외우세요. 다음 월례회의 때 필기시험 칠 수도 있습니다. 인사·급여 반영 합니다."]


이어 전 직원에게 영업실적을 내세워 공개적으로 수위 높은 압박성 발언도 꺼냈습니다.


[공성용/KCTV제주방송 회장/4월 20일 CEO 메시지 중 : "사우님 칼에는 칼, 주먹에는 주먹, 돈에는 돈으로 갚아야 합니까? 저도 그렇게 할까요? 당신의 진급, 급여인상, 성과급, 인사,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물론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영업 활동을 독촉하고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을 확인해봤습니다.


이른바 ‘사원 판매’ 행위로, 회사 경영자 등이 임직원들에게 자사 제품 구매와 판매를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입니다.


또 비영업 직원에게 회사 상품의 판매 목표를 정하고, 최고경영자 등에게 주기적으로 실적을 보고하고 판매를 독려하는 것 역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전 직원 영업 강요와 사내예배, 특별찬송 등 KCTV제주방송 사내 문화를 이슈화한 미디어비평 전문지 기자를 만나 취재 배경을 물었습니다.


[손가영/미디어오늘 기자 : "제가 지역 언론 담당이어서 지역 민방이나 종합일간지를 두루 취재하는데 사주가 되게 막대한 의사 결정권한을 가지고 전횡을 부리는 사안은 많았지만, 이렇게 유독 독특하게 사내 예배까지 강요하고..."]


그러나 보도 이후 지난 2일 열린 전체조회에서 공 회장은 회사 문제가 외부로 드러난 것에 대해 자신의 부족과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공성용/KCTV제주방송 회장/지난 2일 전체조회 : "우리 회사에서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가 나면 하나님께서 기뻐해 주시리라. 우리 회사가 성장하는 게 그렇게 싫습니까? 그렇게 질투 납니까? 우리 적에게 그런 창피함을 얘기합니까?"]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공성용/KCTV제주방송 회장/지난 2일 전체조회 : "특송(특별찬송),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다 싫다면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번 일 때문에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 그 정도 약한 공성용이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내부 고발자 색출을 지시합니다.


[공성용/KCTV제주방송 회장/지난 2일 전체조회 : "내부의 적 한사람이 외부의 적 1,000명 보다 무섭습니다. 이 적은 제가 어떻게 찾겠습니까? 우리 사우 여러분들이 찾아주세요. 그리고 다잡아 주세요. 사우 여러분들 알겠습니까? (네!)"]


하지만 회사에서 종교 행사 참여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김진세/노무사 : "우위성, 회사 측에서 직장 상사나 아니면 사업주가 종교 활동 본인과 상관없는 종교 활동을 업무 외적으로 강요했다고 한다면 그거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도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보도국과 편성국, 고객감동실 등 일반직원들에게까지 영업을 강요하는 행위 역시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신미희/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제일 중요한 게 특히 지역방송이 지역에서 공적 역할, 방송으로서 공정성을 중시하는데 그런 방송사에서 영업을 강요하고 실적을 강요하고, 이 행위에 대해서 법적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라든지 유관기관이 적극적으로 조사를 해서..."]


취재진은 공성용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공문을 작성해 직접 KCTV제주방송을 찾아가고, 문자와 전화로 수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KCTV제주방송 측은 서면답변을 통해 전직원 영업과 자사제품 강요 논란은 회사제품에 대한 이해 증진과 회사 발전을 위한 강조 내지 호소이지 강요라기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내 종교행사와 관련해서도 강요라고 보기 어렵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예배와 특별찬송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도내 대표 중소기업이자 케이블 방송사로서 전국적인 성공모델로 손 꼽히는 KCTV제주방송.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던 불공정한 행위들, 시청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내일 이 시간에는 KCTV에서 벌어진 근로기준법 위반 실태와 왜 지금까지 이런 구시대적인 기업문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봅니다.


탐사K입니다.


문준영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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