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615042003304


[단독]토종기술 있는데..日기술로 짓겠다는 삼척 수소생산시설

세종=민동훈 기자 입력 2020.06.15. 04:20 


2022년 '수소도시'를 목표로 강원 삼척에 조성하는 수소생산시설이 일본 기술로 채워진다. 정부가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기술은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업자가 외면한 까닭이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 분쟁 재개와 강제징용 판결 강제집행 착수 등 요새 들어 일본과의 긴장도가 오르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와 언론이 한국 경제의 약점을 찾아 무역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경제가 새로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척에 들어서는 수소생산시설, 일본기술로 만든다


14일 관련 업계와 정부 안팎에 따르면 강원테크노파크(TP)는 지난 3일 조달청을 통해 수소생산시설 구매 입찰을 마무리했다. 강원 삼척 갈천동 일대에 수소개질기(생산시설) 2대를 설치하는 계약으로 추정가는 50억원이다. 입찰 결과 종합평점 100점 가운데 92.2599점을 받은 현대로템을 계약당사자로 선정했다. 계약금액은 49억3020만원이다.


평가는 기술평가점수 80점에 가격평가점수 20점으로 진행했다. 기술평가점수는 다시 경영상태와 사업수행능력을 포함한 정량평가와 사양과 장비, 안정성 정성평가로 나눠, 5점에서 25점까지 항목별 점수를 매겼다. 현대로템은 기술평가에서 74.5점을 받아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제이엔케이히터와 원일티엔아이 등 경쟁업체 2곳을 제쳤다.


문제는 현대로템이 자체 기술이 아닌 일본 오사카가스에서 수소추출기 기술이전을 받아 입찰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국비 770억원과 지방비 330억원, 민간자금 350억원 등 총 1450억원이 들어가는 강원도의 수소도시 사업이 결국 일본 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을 발표, 국가 주도 수소경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주요 인프라 조성에 일본으로 로열티가 들어가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기원)이 200억원대 투자로 개발한 수소생산기술도 입찰에서 밀려 세금낭비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수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2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화 기술도 평가에 밀린 것은 의아하다"며 "오사카가스 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 기업도 국내 수소업계 진출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번 입찰결과가 시장을 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전'이 최우선…싹 틔우려는 국내 기술은 어떻게 성장?


강원TP 측은 안전을 최우선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강릉에서 발생한 수소탱크 폭발 사고 등 수소에너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국산과 외산 기술을 고려하지 않고 안전성을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현대로템은 "일본 기업에 로열티를 줘야한다"는 점을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받았지만 나머지 두 업체에 비해서 안전성 등 다른 항목에서 앞섰다고 한다.


강원 TP 관계자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해달라'는 요청 외에 기술평가를 위한 위원회에 어떤 가이드 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평가위원회의 결과에 따른 입찰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안전성 평가를 위한 지침인 기존 실적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은 남을 전망이다. 이번 입찰에선 최근 10년 이내 납품실적을 두고 3.5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매겼는데, 에기원의 기술이전을 받은 원일티엔아이는 0점을 받았다.


에기원의 수소생산시설 가동 실적은 상용화 규제를 받지 않은 연구기관 내 가동실적으로 입찰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국내 수소 경제가 이제 조성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오사카가스의 납품 실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받은 현대로템과 달리 국내 기술에 최저점도 획득하지 못한 것은 '경력있는 신입사원 선발'과 같은 모순을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TP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찰 공고 당시 평가 기준을 함께 밝혔고 그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도 뒀다"며 "입찰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의제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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