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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미FTA 후폭풍...‘진정성 있었나?' 오히려 빈축만
박상희 기자 psh@vop.co.kr 입력 2011-11-25 10:54:27 l 수정 2011-11-25 14:00:53

무릎 꿇은 민주당
민주당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비롯한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23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미FTA 날치기 처리 MB정부 규탄대회'에서 사죄의 뜻으로 무릎을 꿇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22일 한미FTA비준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날치기' 됐던 때, 민주당 의원 전원이 무릎을 꿇었다. 날치기를 막아내지 못한 것을 사죄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곱지 못하다.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날치기 합의설'과 함께 '무능하다', '해체해야 한다' 등의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 씨 마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한미 FTA 날치기 계획을 미리 알았다'는 글을 재인용(RT:리트윗)하면서 '전두환 때 민한당 유치송 이후 손학규 같은 야당 처음 봅니다. 잘 몰라서 묻는건데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맞죠?'라고 적었다. 그간 FTA 저지 투쟁에 당력을 집중하지 못한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그만큼 높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여론에 원내지도부에선 '억울한' 표정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비준안 처리를 두고 협상을 지속해왔던 김진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대표단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일각에선 '날치기를 합의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22일) 당시 김진표 원내대표와 만나 (강행 처리를) 암시하긴 했지만 시간은 말하지 않았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정작 원내대표단에선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의 요구대로 여당과 '협상'을 해왔는데 이제와서 '협상한 것이 잘못이다'고 말한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소위 '강경파'로 분류되는 손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이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주문해왔다는 것이다. 

원내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27일, '더 이상 여당과의 협상이 필요없고 본회의장 점거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도부에 전달했는데, 지도부들이 '원내대표는 계속 협상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여·야·정 협의체에서 한미 FTA 피해부문 지원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을 했던 건데, 오히려 욕을 먹는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이 당 내에서 나뉘었던 '협상파', '강경파' 의원들은 서로에게 책임 전가하기에 바쁘다. 민주당은 향후 투쟁 방향을 두고 장외투쟁을 결정하긴 했으나 김성곤 의원 등 일명 '협상파' 의원들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김성곤 의원의 경우, 한나라당의 비준안 날치기 이후에도 "몸싸움 시 불출마를 선언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출마해도 된다"고 말하면서 '해당 행위'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인다. 날치기 사태 이후 당 내에선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주도해왔던 김진표 원내대표의 사퇴론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불거졌지만, 의원총회에서 만류하면서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당론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 지도부의 '무능력'에 대해 자성이 없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민주당도 (정부여당의) 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데, 패하고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면서 "국민은 한나라당의 후안무치에 분노하지만 민주당의 무능에도 격노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와 한미FTA 반대 투쟁을 함께 하기로 결의했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에 명분을 준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 소위 '강경파'와 '협상파' 나뉘며 (비준안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당론이 일관되게 일치되지 못한 점과 김진표 원내대표가 여야정협의체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점 등이 비준안 저지 전선에 차질을 빚게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민주당의 한 원내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미리 알았다'고 하면 매국노가 될 테고, '몰랐다'고 하면 무능이라고 하지 않겠느냐"며 "그야말로 당에겐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박상희 기자ps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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