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몽탄대교 7㎞ 역한 냄새 진동 ‘썩은 강물’
영산강 일대 녹조 현장 가보니
2013년 08월 05일(월) 00:00 

3일 무안군 몽탄면 명산리 몽탄대교 인근 영산강이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로 뒤덮여 있다.

지난 3일 오전, 무안군 몽탄면 명산리 몽탄대교.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20m 아래 영산강의 물빛은 여느 강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물가로 내려가자 마치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영산강이 녹색 빛을 띠며 넘실댔다. 수초가 있는 지점은 페인트를 쏟아 놓은 듯 탁한 진녹색을 띄었다. 물에 실려온 쓰레기는 끈적이는 녹조를 벗어나지 못한 채 강 위를 떠다녔다.

몽탄대교와 불과 수미터 떨어진 곳의 옛 농어촌공사 동강지사 건물 쪽으로는 물이 고인 탓에 더욱 진한 녹조가 관찰됐다. 생선 비린내 같은 역한 냄새는 물론, 고인 물에는 녹조 사체가 흉측한 거품을 만들며 떠올라 물 위를 뒤덮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 들어 녹조가 심해졌다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몽탄대교 인근에서 M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석진(75)씨는 “갈수록 냄새도 심해지고, 잉어와 붕어 등 죽은 물고기가 떠올라 물가에 밀려올 때도 있다”며 “작년부터 이런 현상이 심해졌는데, 물이 잘 흐르질 않으니 (녹조가)심각해진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일, ‘영산강 살리기 대탐사’를 진행한 광주환경운동연합 박병인 간사는 “나주 느러지전망대부터 몽탄대교까지 영산강 7㎞가량에 녹조 현상이 심했다”며 “강의 중류에 비해 하류로 갈수록 유속이 느려지고, 정체 구간이 많아 녹조가 창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찾은 죽산보에도 옅은 녹조가 관찰됐다. 죽산보 아래쪽에 깔아놓은 바위와 흰 돌에는 물이 흐름이 원활치 않아 사이사이마다 녹조가 무성히 끼어있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몽탄대교·죽산보 외에, 같은 영산강 줄기인 승촌보와 성산교 하류지점도 광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결과 녹조가 확인됐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은 “4대강에 설치된 보가 물을 막아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고인 물에 번식하던 조류가 하류로 내려가 정체수역에서 번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장마가 끝나면 일사량 증가로 수온이 상승, 녹조가 더욱 심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영산강은 폭염·마른 장마 등 주변환경이 낙동강과 비슷함에 불구하고 클로로필-a와 COD(화학적산소요구량)이 낙동강에 비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현재 조류경보가 내려진 낙동강보다 훨씬 심한 녹조가 창궐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광주 하수종말처리장의 총인 처리 시설이 완공되면서,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와 총인(물에 녹아있는 인화합물의 총량) 수치는 다소 떨어졌다”며 “상수원과 달리 영산강은 농업용수만 쓰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정렬기자 hal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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