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녹조 손으로 치운 공무원들..그땐 무슨일이
연합뉴스 | 입력 2013.08.09 16:53 | 수정 2013.08.09 16:57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이슬기 기자 =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이 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동원돼 녹조 제거 작업을 벌였던 사실을 환경부가 9일 자료를 통해 공개, 눈길을 끈다.

환경부는 이날 녹조 현상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책을 설명하면서 과거 정부 시절의 일화를 `폭로'한 것이다. 상수원을 위협할 수도 있는 녹조 현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같은 사실을 공개한 것은 과거 정부의 일이라고 해도 자칫하면 환경 주관 부처인 환경부의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 주관 부처로서의 '잘못'을 시인함과 동시에 향후 문제점 파악과 해결책 강구, 상수원 관리를 위해 투명성 제고가 우선이라고 판단, 과거 사례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MB 정부는 4대강 사업 당시 녹조 문제가 부상하는 것을 두려워해 공무원들을 동원, 녹조를 손으로 치워 시각적으로 숨기거나 상수원으로 이용하지 않는 영산강에서도 댐 방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조 제거 작업에 투입된 인력에는 환경부 산하 지방유역청 소속 공무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보호에 앞장서야 할 주관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4대강 사업 진척을 위해 수질 오염 현황을 가리는데 앞장섰던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유역청 공무원들이 녹조 제거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댐 관리는 국토부 관할이기 때문에 댐 방류에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관여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환경부는 이날 4대강 사업 평가에 앞서 관계 당국이 인력을 동원한 녹조 제거 뿐 아니라 화학 약품 투입, 저류수 사전 방류 등을 통한 인위적·작위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인위적 응급 조치가 녹조 문제의 근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례로 제시된 인위적 조치로는 선박 등에 의한 폭기(하수처리나 수질관리에서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 응집제 등 약품 투여, 댐·보의 저류수 사전 방류(flush-out)가 거론됐다. 환경부는 인위적 조치가 취해졌을 경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향후 상수원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산하 공무원들이 4대강 녹조 제거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환경부 직원들은 당시 관계자에 대한 조사 및 책임 추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MB정부 시절에 4대강 사업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은 공무원 사회에서 생각조차 하기 힘든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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