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 칼럼]때늦은 환경부의 ‘4대강’ 반성, ‘찬동인사’ 문책부터 해야
이철재 에코 큐레이터 입력 2013-08-09 19:38:32 l 수정 2013-08-09 20:05:57 기자 SNS http://www.facebook.com/newsvop

최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4대강 반성이 남다르다. 보도에 의하면 9일 환경부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장관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녹조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낙동강에 보가 건설되면 유속이 5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다는 모의실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보 건설로 유속이 저하된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고 한다.

이어 보 철거와 관련해서는 총리실 산하에 구성될 예정인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앞서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윤성규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녹조 확산은 4대강 보 때문이라는 것을 보고 한 바 있다.

올 2월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윤 장관은 MB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해 계속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2월 17일 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기자간담회에 나선 그는 4대강 논란에 대해 “잠복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있다면 빨리 찾아내 시정할 것은 시정해야 한다.”면서 “모든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점검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윤성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맞춤형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3.07.05.ⓒ환경부 제공

전임 환경부 장관과 다른, 윤성규 장관의 4대강 소신 발언

윤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는 “4대강이 자연성을 상실했다.”면서 감사원의 4대강 감사에 대해서도 “잘 지적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지난 7월 24일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환경부가 국토부의 2중대였다는 소리도 들었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환경부가 제 역할을 못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운하와의 연관성과 관련해서도 “4대강 사업이 운하가 아니라고 하지만 수심을 더 깊게 하고 폭을 넓히면 운하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강력한 개발 부처가 많은 정부 내에서 야당 역할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지난 MB 정권에서는 환경부 내부에서 조차 ‘우리가 국토부 2중대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MB 정권의 환경부 장관이었던 이만의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면서 국민에게 충성한 것이 아니라, MB에게 충성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했다. 

이어 취임한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역시 “현실상황에서 보면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 적응 프로젝트로 필요한 사업이었다. 몇 년 뒤를 상상해보면 4대강 주변은 친수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했다. 지난 1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자, 유 전 장관은 이를 반박하며 “수질 오염과 관련해서는 사업이 완공된 지 1년이 안된 상황에서 평가는 옳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성규 장관의 발언과 전 정권 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비교해보면 비로소 ‘환경부답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러한 환경부의 4대강 사업 반성은 사실 환경부 존재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측면도 읽혀진다. 4대강 사업에 찬동한 환경부를 두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환경부 무용론’을 넘어, ‘환경부 해체론’까지 강하게 제기할 정도였고,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환경부에 대해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4대강 공로 훈장 받은 환경부 관료, 어찌할 것인가?

그런 면에서 윤성규 장관의 4대강 사업 반성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환경부 내 4대강 찬동인사들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2009년 11월 4대강 환경영향평가를 통과 시킨 장본인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 날을 ‘한국 환경사의 최악의 수치’로 평가할 정도였다. 

정 차관은 다른 환경부 공직자들이 마지못해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것과 달리 오로지 자신의 영달을 위해 4대강 사업에 복무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수자원확보 문제, 재난 대응, 수질 개선, 수생태 회복 등 복합적 사업”이라 주장한 것도 모자라 4대강 사업으로 왜관철교가 붕괴된 이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목표 중 하나인 홍수피해 방지가 이번 장마를 계기로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주장한 인사다. 

현 국립생물자원 이상팔 관장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었던 2011년 5월 멸종위기종인 귀이빨 대칭이 집단 폐사 사건을 공동으로 조사할 것을 요구하던 환경단체에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는 공동조사 못한다.”라는 막말을 퍼부었던 인사다. 이 외에도 지난 정권 시절 환경부 고위 관료들 중에는 오로지 자신의 영화를 위해 4대강 사업에 충성했던 인사들이 다수다. 

4대강 사업의 공로로 MB 정권에게 훈·포장을 받은 1,300 여 명 중에는 환경부 관료 36명(훈장 5명, 포장 8명, 대통령 표창 12명, 장관표창 11명)이 포함돼 있다. 애석하게도 이들은 환경부 본연의 직분을 망각하면서, 멀쩡한 강을 죽이는데 공헌했다. 이들은 우리 강만 죽인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도 죽였다.

장관이 4대강 사업을 반성하는데, 그 밑에 4대강 사업에 적극 찬동했던 차관과 고위 관료들이 입을 다물고 그대로 있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을 넘어 모순이다. 따라서 환경부 내에서 4대강 사업에 강력하게 복무했던 이들에 대한 문책은 환경부의 4대강 반성이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흐름이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4대강사업인명록편찬위원회가 연 '4대강사업 찬동인사 4차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4대강사업인명록편찬위원회가 연 '4대강사업 찬동인사 4차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제는 4대강 검증 말고 책임 물어야

윤성규 장관은 4대강 문제의 해법으로 4대강 사업을 검증하는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거듭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총리실 산하에 구성될 예정인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4대강 사업을 적극 찬동했던 인사들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정서와는 달리 왜곡된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4대강 찬동인사들은 여전히 4대강 사업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을 적극 찬동했던 이들이 자신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스스로 밝힐 수 있겠는가?

4대강 사업의 검증은 이미 끝났다.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악의 대국민 사기극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실패한 국책사업의 전형적인 특징, 즉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막대한 피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장관이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책임 회피로 보일 수 있다. 

이제는 누가, 어떻게 추악한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였는지 밝혀내는 것과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4대강 사업과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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