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들여 복원한 일본군 관사, 3년째 '흉물'로
SBS | 홍순준 기자 | 입력 2013.08.15 20:36
<앵커>
그런가 하면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서 13억 원을 들여 복원해놓은 일제시대 일본군 관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돈만 까먹은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홍순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상암동 아파트 단지 안에 일본식 건물 두 동이 들어서 있습니다.
[(여기 혹시 뭔지 알아요?) 모르는데요. 그냥 오두막집?]
안내 표지판은 있는데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공원관리 공공근로자 : 저 안에는 설명서도 있고 한데… 못 열어주게 해요. (구청에) 전화해 보세요. (못 열어주게 해요?) 예.]
문화재 위원의 도움을 받아 건물 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방 한 칸에 일본군 장비가 정리돼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은 모두 비어 있습니다. 거미줄에 말라붙은 벌레가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중·일 전쟁 때 경의선을 통해 물자를 공급하던 일본군 장교 관사들입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원래대로 하면 20~30채 있었어요. 아파트 재건축하면서 이 2개 동만 남겨놓고, 그 중에서 제일 상태가 좋은 걸 두 동만 남겨둔거죠.]
지난 2005년 문화재청이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자 서울시와 SH 공사는 13억 원을 들여 2010년, 복원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 일부가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라고 지적하자 관리 주체인 마포구청은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문화재청 역시 지자체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문화재 지정을 포기했습니다.
기억하긴 아프지만 잊어서는 안 될 치욕의 역사물. 없앨 지, 보존할 지 제대로 된 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3년째 13억 짜리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홍순준 기자kohs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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