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셀프감금’때 인터넷 접속기록 삭제
등록 : 2013.08.17 07:21수정 : 2013.08.17 09:45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아무개(29)씨가 지난 4일 오후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상규의원 ‘경찰 녹취록’ 공개
본인 감금당했다 주장한 시기 오피스텔서 사흘간 증거 인멸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이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2월11일부터 13일까지 자신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 머물면서 인터넷 접속 기록 대부분을 삭제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당직자 등에 의해 오피스텔에 감금됐던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증거인멸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밖으로 나오지 않은 정황이 추가로 나온 셈이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1일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국정원 사건 조사 과정 녹취록을 보면, 당시 경찰 수사팀은 이런 증거인멸 시도를 김씨의 진술조서와 김씨 컴퓨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

지난해 12월15일 밤 10시32분에 이뤄진 대화 녹취록을 보면, 한 수사관이 “개인용 자료와 다큐멘터리(문서파일), 그림파일을 확인 삭제했다고 본인이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인터넷 검색 기록을 삭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직 확인이 안 됐고요”라고 덧붙였다.

이튿날인 16일 오후 5시48분 녹취록을 보면, 한 수사관이 “(컴퓨터 사용 기록) 1158개 나온 거 있잖아요? 스타트 데이트(인터넷 접속 시작 기록)가 없는데 왜 없는 거예요?”라고 묻자 다른 수사관이 “인터넷 히스토리(접속 기록)를 지우면 그렇게 될 수도 있는데, (김씨가) 히스토리를 지웠대요”라고 답했다.

김씨가 ‘감금돼 있었다’고 주장하는 지난해 12월11일부터 13일까지 김씨는 오피스텔 안에서 증거인멸 작업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가 본인 의지로 오피스텔에 머문 정황은 경찰청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특위)에 제출한 김씨의 ‘112 신고전화’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11일 김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밖으로 나올 거면 통로를 열어주겠다”고 말했으나 김씨는 “부모님과 상의해서 재신고하겠다”고 말한 뒤 112로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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