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장 임기제 훼손은 잘못됐다
입력 : 2013-08-25 21:20:38ㅣ수정 : 2013-08-25 21:20:38

양건 감사원장이 임기를 1년7개월 남겨두고 사퇴했다. 정권 출범 무렵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 보장을 약속했고, 양 원장은 국회 상임위에서 “헌법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힌 만큼 중도 사퇴는 돌연한 것이다. 양 원장의 사퇴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4대강 사업 감사발표와 연관된 정치적 외압설,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인사갈등설 등이 운위되고 있다. 정치적 외압이나 인사갈등이 사실이라면 헌법이 보장한 감사원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의혹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양 원장과 청와대의 진상 해명이 필요하다.

양 원장의 사퇴 원인과 별개로, 여하튼 감사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 자체가 잘못된 전례를 쌓는 것이다. 감사원의 높은 직무 독립성을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 감사원장 4년 임기제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에도 정치적 외압설이 무성한 속에서 전윤철 감사원장이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여권의 정치적 의도와 외압 등이 개입되어 감사원장의 임기제가 번번이 무력화된다면, 헌법정신인 감사원의 독립성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양 원장의 진퇴와 관련해 논란이 되어온 4대강 사업 감사는 물론 문제가 있다. 4대강 사업을 두고 이명박 정부 때는 ‘별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총체적 부실’ ‘사실상의 대운하 사업’이란 감사결과를 내놓아 ‘권력의 입맛에 맞추는 해바라기 감사’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감사는 양 원장 재직 때 이뤄진 건 아니지만, ‘정치감사’ 논란이 증폭된 과정에서 양 원장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그게 헌법이 명시한 감사원장 임기제를 깨도 되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감사원은 행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회계감사 및 직무감찰, 국회와 법원에 대한 회계감사 권한을 갖고 있다. 헌법이 감사원장의 4년 임기제를 명시한 건 청와대까지 감사하는 기관으로서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감사원장이 정권교체기 때 중도 사퇴하고 교체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법정신은 유린될 수밖에 없다. 과거 감사원의 독립성과 감사원장의 임기제 훼손이 논란될 때마다 제도개혁 문제가 제기됐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 인사·직무에서의 완전한 독립 등 제안이 무성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정권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의 위상을 변화시키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원의 독립성이 확보되는 데는 이를 존중하는 대통령의 자세와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