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81040
"백혜련 검사, 지못미", 사표 제출에 검찰 쇼크
일선 검사들 저항 시작? 백혜련 검사 남편은 시민활동가
2011-11-28 14:35:49
대구지검 형사3부의 백혜련 수석검사(44)가 "검찰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검찰 수뇌부를 질타하며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검찰 안팎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백혜련 검사는 부임이래 12년간 형사부에서 근무하며 묵묵히 국세청 비리, 재건축 비리 등을 수사해온 베터랑 일선검사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사표 제출은 MB 정권 들어 다시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정치검찰화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분노 폭발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으면서 제2, 제3의 사태가 잇따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비리 의혹과 관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최근 진통 끝에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를 소환조사키로 한 이면에도 일선검사들의 강력한 수사 의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백 검사의 사표 제출에 대해 검찰 수뇌부는 사표 수리를 보류하며 검찰 안팎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일반 검사들도 아직도 침묵하고 있고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백 검사의 결단이 앞으로 적잖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준구 서울대 법대 교수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우리 검찰의 슬픈 얼굴을 보여주는 두 개의 기사가 한꺼번에 올라왔더군요"라며 '벤츠 검사' 파문과 '백혜련 검사 사표' 소식을 비교했다.
이 교수는 '벤츠 검사' 파문에 대해서는 "특히 한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 검사의 나이가 30대 중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검사 일을 한 지 10년도 채 못될 텐데 벌써부터 그렇게 물의를 빚는 일을 한다면 이건 큰일 아니냐"고 질타했고, '백 검사 사표 제출'에 대해선 "이 검사의 행동을 돌출행동이라고 감히 돌을 던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 이런 일이 언젠가는 터지고 말 거라는 예감이 들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패거리 문화에 빠져 버리면 자신이 속한 조직을 비판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던지며 홀연 검찰을 떠난 그 검사 분이 얼마나 비장한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며 "비록 슬픈 일이지만, 그 용기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격려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검찰 수뇌부로 돌려 "문제가 터질 때마다 검찰이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한 게 벌써 몇 번째냐? 신문 스크랩 해보면 최근에만도 그런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검사 자신의 입에서 우리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직을 통해서만 자기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끔 되어있는 검찰 풍토는 심각한 문제"라며 "무죄판결이 뻔한데도 억지기소를 하여 인사권자의 비위를 맞추고 그 댓가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는 현실이 문제다. 지못미"라며 백 검사 사표 제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 교수는 이어 "인혁당 사건 기소압력에 항의사직한 이용훈 검사(1964), 정치검찰을 비판 사직한 심재륜 검사(1999), PD수첩 기소 요구에 응할 수 없어 사직한 임수빈 검사(2009). 국민의 마음판에 새겨진 검사는 왜 사직한 검사들로 채워져야 하는가. ㅠㅠ"라고 탄식했다.
◀ 정치검찰화를 질타하며 사표를 던진 백혜련 검사.
이처럼 법조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겨준 백 검사는 누구인가.
백 검사가 재직중인 대구의 <매일신문> 6월4일자를 보면 백 검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다. 대구지검 형사3부에 재직중인 3명의 여검사 가운데 맏언니인 백 검사는 1967년생(서울 출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29기로 자녀가 둘 있다.
신문은 "법학과가 아닌 사회학과를 졸업한 백 검사는 고려대 87학번으로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정의에 대해서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이젠 베테랑 검사로 후배들에게 맏언니 역할을 하지만 후배 검사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초임 검사 때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려 노력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그런지 남편이 시민단체 간부이기도 한 점이 이채로웠다. 현재는 주말부부이기도 하다. 주중에는 관사에서 지내며, 주말이면 서울로 갔다 내려온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백 검사는 모 건설 대기업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에 대해 몇 달 동안 집중수사를 벌였지만 디지털 수사의 초기단계였던 탓인지 증거가 하나도 채택되지 않아 무죄판결이 난 사건을 들었다. 그는 '이 사건은 비록 유죄 입증에 실패했지만 개인적으로 뒤돌아보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있을 당시 세무서 간부의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보도에 따르면, 백 검사는 MBC드라마 <아현동 마님>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씩씩한 노처녀 검사와 후배 검사와의 알콩달콩한 사랑 얘기를 다룬 드라마다. 물론 백 검사는 노처녀 검사도 아니고 후배 검사와 결혼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똑 부러지는 수사 솜씨와 정의감 넘치는 성격은 닮았다는 게 주위의 평가. 백 검사는 또 "작가가 수사를 진행하는 모습 등 검사로서의 '공적인 삶'을 취재 했던 것인데 직업과 성(姓)이 비슷하다보니 주변에서 '아현동 마님'의 실제 모델로 부풀려졌다"고 웃었다.
백 검사는 형사부 검사들을 다룬 2006년 12월 KBS <인간극장 - 8부의 검사들>에서도 홍일점 여검사' 출연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수원지검, 대구지검,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대구지검에 재직해왔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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