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을 종잣돈으로 불린 재산 1조 추정.. 1672억 추징금 내도 사법정의 실현 의문
한국일보 | 김혜영기자 | 입력 2013.09.04 18:47 | 수정 2013.09.04 21:19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씨 일가가 얼마를 납부할 지, 이들의 재산이 어느 정도에 달하는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정당국은 전씨가 자녀와 친인척, 지인 명의로 빼돌린 은닉재산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재산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씨에 대한 뇌물수사가 이뤄진 1996년 이후 전씨 비자금이 집중적으로 자녀들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당시 뇌물로 인정돼 추징금으로 확정된 2,205억원 외에 5,000억원의 비자금이 더 있었을 것이란 수사팀 관계자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전씨 일가 소유의 부동산과 기업체 등의 자금 원천이 불분명해 전씨 비자금이 종자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장남 재국(54)씨는 시공사와 리브로 등 10여개 사업체를 설립해 '출판 재벌'로 성장했다. 서울 서초동과 경기 파주시 건물, 경기 연천군 일대 허브빌리지 등 부동산 자산도 750억원대로 추정된다. 재국씨는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빼돌려 고가 미술품 수백 점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차남 재용(49)씨는 2000년 설립한 부동산개발회사 BL에셋을 통해 자산을 증식했고 서울 이태원동에 30억원짜리 고급빌라 3채를 보유했다 최근 매각하기도 했다. 삼남 재만(42)씨의 자산 역시 장인 이희상 전 동아제분 회장과 공동 보유한 1,000억원대 캘리포니아 와인 양조장과 서울 한남동의 100억원대 빌딩 등으로 적지 않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74)씨도 30억원의 연금예금을 최근 검찰에 압류당했으며, 처남 이창석(62ㆍ구속)씨 등 친인척이 보유한 400억원대 부동산도 전씨의 은닉재산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자산이 전씨 비자금과 연관이 있다면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 일가는 최근 여러 차례 가족회의를 열어 미납 추징금 납부 방식을 논의했지만 어떤 재산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씨 일가가 비자금을 기반으로 돈을 불려온 만큼 미납 추징금을 완납하더라도 사법정의가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의 상당부분이 여전히 전씨 일가 수중에 남게 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세나 과태료는 체납할 경우 가산금이 부과되지만 추징금에는 체납(지연)이자가 붙지 않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장인 장유식 변호사는 "추징금에 이자가 붙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지만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지금 와서 이자를 붙일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씨 일가의 탈세와 국외재산도피 혐의 등이 규명될 경우 해당 범죄수익과 여기에서 유래한 재산을 몰수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추징금 환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직 대통령 일가가 재산을 은닉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를 끝까지 추적해 뿌리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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