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0246


코로나19 확산 막겠다더니, 볼펜을 돌려 쓴다고?

신원 확인하다가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할 수 있어... 싱가포르 사례 등 참고해야

20.05.12 09:53 l 최종 업데이트 20.05.12 12:20 l 이봉렬(solneum)

 

 QR코드를 읽어서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이와 같이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 기록이 남습니다. 이걸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  QR코드를 읽어서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이와 같이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 기록이 남습니다. 이걸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 이봉렬

 

코로나19 확산 이후 싱가포르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원 확인을 거칩니다. 확진자가 나오면 바로 의심환자를 찾아서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죠(클럽이나 주점은 진작에 문을 닫았습니다).


신원 확인은 보통의 경우 신분증을 이용합니다. 신분증에는 바코드가 있어서 스캐너에 갖다 대기만 하면 누가 언제 들어갔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신분증을 안 가지고 갔을 경우에는 QR코드를 이용합니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이름과 연락처 등 몇 가지 항목을 직접 입력하는 화면이 나오는데 그걸 입력한 후에 확인을 받고 입장을 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거짓 정보를 넣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허위 기재로 인해 대상자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551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했거나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고 있어서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연락이 되지 않는 이들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활용해서라도 찾아서 검사하겠다고 하네요.

 

 마트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을 위해서는 신분증을 스캔하거나 곳곳에 비치된 QR코드를 이용해서 신분 확인을 해야 한다.

▲  마트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을 위해서는 신분증을 스캔하거나 곳곳에 비치된 QR코드를 이용해서 신분 확인을 해야 한다. ⓒ 이봉렬

 

방문객의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확인했기에 허위 기재가 있고, 추적을 위해 CCTV까지 동원해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TV 뉴스 화면을 통해 보니까 클럽 입구에서 방문객들이 일일이 볼펜으로 종이에 연락처를 남기더군요. 그렇게 남기는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확인하는 사람도 없고요. 절반이나마 정보가 제대로 기록이 된 게 더 신기한 상황입니다.


볼펜으로 종이에 연락처를 적는 방법에는 허위 기재보다도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입장객의 신상정보를 남기는 행위의 근본 목적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쓴 볼펜을 많은 사람들이 돌려가며 이용하는 것은 코로나19 예방 수칙 중에서도 제일 첫 번째 항목인 손 위생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은 버스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콜센터의 키보드, PC방의 마우스, 노래방의 마이크 등 여러 사람의 손이 닿는 것에서 가장 쉽게 전파가 됩니다. 그래서 사람의 손이 닿는 곳이라면 소독제로 그렇게 열심히 닦고 또 닦았던 겁니다. 지난 총선 때 투표소에서 모두가 일회용 장갑을 썼던 이유는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기표용구를 직접 만지지 않음으로써 전염을 막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볼펜 한 두개로 그 많은 사람들이 돌려 썼으니, 입장객 모두 확진자와 악수를 한 것이나 다를 게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손소독제로 손을 닦았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누르는 부위나 용기의 겉면에 여러 사람의 손이 닿을 테니까요.


이번에 문제가 된 클럽 뿐만 아니라 종교시설이나 공공시설 등에서 신원 확인을 위해 비치된 모든 종이와 볼펜부터 치워버려야 합니다. 신원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어떤 도구도 돌려 쓰지 않는 방법으로 바꿔야 하는 겁니다. 이런 것도 못하면서 IT 강국이라 자부하기에는 부끄러움이 남습니다.


한 때 방역모범국 소리를 듣던 싱가포르가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때문에 동남아시아 최대의 감염국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시설에서 여러 사람의 손이 닿는 것을 자동화하는 개선작업입니다.


쇼핑몰에 가면 세면장의 수도꼭지는 대부분 센서가 달려 있어서 손을 대지 않고 가까이만 가져 가도 물이 나옵니다. 손 씻고 나서 쓰는 종이 수건도 자동으로 뽑아 쓸 수 있고, 손세정제도 자동으로 분사가 되는 걸로 비치해 놓은 곳이 많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두 다 바꿨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이 닿은 곳에 내 손이 닿는 경우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 우리도 그렇게 가야합니다.

 

 얼마전까지 수도꼭지가 수동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이후 센서가 달린 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  얼마전까지 수도꼭지가 수동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이후 센서가 달린 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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