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0377


의료진 덕분에? 코로나 간호사들, 4월 월급도 못 받았다

[코로나19 현장의 목소리 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의 심각한 경영난

20.05.12 19:42 l 최종 업데이트 20.05.12 19:42 l 안태진(ekdrl1987)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 놓인 보건의료노동자의 목소리를 알리고자 합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코로나19 일일 상황보고 체계를 통해 개별 의료기관의 문제를 중앙에서 취합하고, 지방의료원지부, 특수목적 공공병원지부 등 의료기관 특성별 간담회를 가지며 현장 고충을 한데 모아 제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현장의 목소리'에 등장하는 인터뷰는 모두 보건의료노조 산하 지부의 노동자들의 목소리임을 밝힙니다. [편집자말]


"우리는 어차피 쓰다가 버려질 거예요."


메르스를 겪고 코로나19와 싸우는 공공병원 간호사의 말이다. '덕분에' 캠페인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참여하며 의료진을 격려하는 사이,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임금체불을 당하는 등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힘들게 일하지만 임금체불 우려에 불안해하는 보건의료노동자의 현실

▲  힘들게 일하지만 임금체불 우려에 불안해하는 보건의료노동자의 현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A 지방의료원 직원들은 아직도 4월 월급을 전부 받지 못했다. 4월 20일이 급여날이지만, 경영난으로 직원 중 일부(4·5·6급 40여 명)는 총임금의 50%를 받지 못했다. A지방의료원 노동자는 "원래 우리 의료원은 20일에 주지 못하면 말일에는 나머지 임금을 맞춰줬지만 아직도 돈이 나오지 않았다"며 "5월 월급 지급도 어렵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금 체불된 노동자 중 다수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선별진료소에서 일했던 의료진이다. A지방의료원 노동자는 "원래도 의료취약지의 공공병원이라 수익이 안 나는 병원인데,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본 손실을 정부 지원금이 메우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A 지방의료원 노동자는 "부부가 같은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은 가정의 생계가 곤란해졌다"며 "도에서는 전담병원 지정은 중앙정부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지원해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전담병원 적자에 비상경영선포 "이래서 누가 공공의료 하고 싶겠나"


다른 전담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B 지방의료원 노동자는 "병원이 경영난을 해소하고자 긴축재정이라며 비상경영 선포까지 했다"며 "직원들의 불안함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B 지방의료원은 재정악화를 이유로 세탁, 미화, 취사 등 파견업체의 사업비도 삭감해 그 피해는 간접고용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상황이다. B 지방의료원 노동자는 "용역비를 삭감해 한 사람 월급으로 두 명이 나누거나, 한 명은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들에도 부서장들이 경쟁적으로 연차사용을 촉진하고 긴축재정이라 운영비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C 지방의료원 노동자는 "도에서 지원할 수 있는 예산에 한계가 있으니 자구책을 찾으라고 해서 수입을 위해 우리 병원은 외래 진료를 열었다"며 "진료를 재개하는 것에 대해 복지부도 도도 별다른 지침이 없어 문제가 터지면 병원에서 다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공공의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ㄱ 노동자는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는데, 임금 체불 얘기가 나오니까 그만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앞으로 코로나 같은 상황이 생기면 똑같을 텐데 임금도 적은 공공의료원에서 일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고 말했다. ㄴ노동자는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며 "안 그래도 지방의료원은 간호사가 없어 병동을 폐쇄하는 판인데, 이대로 가다간 사람이 없어서 운영을 못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지원금, 의료기관 손실 따라가지 못해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 3~5월 평균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선지급했고, 지난 4월 초 146개 병원에 손실보상 개산급(지급액이 확정되지 않은 금액을 어림셈으로 계산하는 방법) 1020억 원을 지급했다. 개산급이 임시로 어림잡아 주는 금액이기 때문에 모든 손실을 보전할 수는 없지만, 당장의 인건비 지급도 불안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개산급이 전담병원 지정 이후 입원환자를 받지 못해 비어버린 '병상'에서 발생한 손실을 중심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의료손익

▲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의료손익 ⓒ 보건복지부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의료외손익

▲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의료외손익 ⓒ 보건복지부

 

대다수 공공병원은 장례식장, 식당, 산후조리원 등 의료 외 수익으로 적자를 면한다. 지역의 필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아도 응급실, 산부인과 등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지원이 많지 않아 부대사업 운영을 통해 적자를 메우는 실정이다.


A병원도 인구 5만 명 이하의 '군'에 위치한 의료원이지만 필수의료를 위해 응급실, 24시간 분만센터, 인공신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병원 지정 이후 대부분 부대시설 운영도 중단되어 당장 운영비에 공백이 생겼다.


전담병원 ㄷ노동자는 "한 달 벌어 한 달 인건비 주는 게 공공병원 현실인데 현재 보상 방식은 너무 현장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차질 없이 충분히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하였지만, 일선 전담병원 노동자의 절실함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월급은 안 밀리고 줘야 하지 않나"

    

B 전담병원 노동자는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어도 환자가 예전처럼 오기까지 회복 속도가 느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임금 보장도 안 된 상태로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D 전담병원 노동자는 "정부가 나서서 전담병원으로 지정했으면서 한 달, 한 달 닥쳐오는 임금불안 사태를 대비하지 않는 것이 화가 난다"며 "국민을 치료하는 의료인력도 노동자다"라고 말했다.


5월 12일 오늘은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모든 국민이 #의료진덕분에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노동자의 진짜 현실을 마주하여 해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현장의 목소리]

① "현장 잘 안다"는 보건복지부 장관님, 이 사진을 보십시오 http://omn.kr/1mvub
② 컵밥 먹으며 컨테이너 생활... 대구 의료진 "미래 안 보여" http://omn.kr/1myze
③ "병원에서 일하시잖아요..." 유치원에서 아이를 거부하다 http://omn.kr/1n7dl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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