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호 둑높이기, 댐 보강으로 축소하자”
25일 환경·문화단체-농어촌공사 간담회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09-26 06:00:00

▲ 25일 광주YMCA에서 열린 `광주호 농업용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간담회.

문화재청 ‘제동’에 공사 측 “수위 60cm 낮추면 피해 없어”
환경단체 “수위 상승만으로 경관에 변화…높일 이유 뭔가”

식영정·환벽당 등 중요 국가 문화재의 관리·보존과 주변 자연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로 사업이 중단된 ‘광주호 둑높이기 사업’을 한국농어촌공사(이하 농어촌공사)가 재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광주지역 환경·문화단체가 “하류 쪽 댐 보강 사업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광주YMCA에서 ‘광주호 농업용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광주호 둑높이기 사업)’에 대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광주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녹색연합 등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4월 착공한 ‘광주호 둑높이기 사업’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노후화된 댐을 보수하는 한편, 둑을 1.6m 높여 저수량 588만 톤을 확보하고, 홍수위(홍수가 났을 때 최고 수위, 만수위)도 1.1m를 높인다. 개폐식 수문 설치, 취수탑, 수변공원과 같은 저수지 부대시설도 설치하고, 댐 상류쪽 교량을 보강·신설하는 공사도 진행된다. 이 사업에는 460억 원의 국비가 투입되며, 광주시 북구 충효동 일원과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 일원을 대상으로 한다.

이 일대에는 식영정, 환벽당, 가사문학관, 왕버들과 같은 국가 중요 문화재들이 많은데,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둑높이기 사업으로 만수위가 높아지면 광주호 반경 500m 이내에 지정된 문화재가 침수될 우려가 있다”며 사업을 불허했다. 이와 관련,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 변경이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다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냈지만, 지난 8월 문화재청이 기존 입장대로 ‘불허’를 통보했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10%로, 하류 쪽 제방을 보수하는 공사만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의 잇따른 제동에도 불구하고, 농어촌공사는 다시 사업계획을 대폭 변경해 10월쯤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를 재신청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농어촌공사 전남본부는 “둑높이기 사업으로 홍수위가 1.1m 상승하면 식영정 주변 도로가 침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문화재청의 지적에 따라 기존보다 계패식 수문의 위치를 낮게 설치해 홍수위가 50cm만 상승하도록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본부의 김영열 팀장은 “식영정이나 환벽당과 같은 주변 문화재는 둑높이기 사업이 계획한 홍수위(79.85m)보다 1.65~16.15m 높은 지점에 있어 본래 침수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여기서 홍수위를 60cm 더 낮추기로 하면 주변문화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위관리위원회를 운영해 평소 수위도 적절하게 관리할 것”이라면서 “개폐식 수문을 설치하기때문에 상황에 따른 수위 조절이 훨씬 용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홍수위를 조금 낮춘다고 하더라도 기존보다 저수지 수위가 상승하는 것은 변함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문화재청이 두 차례나 사업을 변경했다는 것은 이 사업이 문화재의 경관이나 역사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며 “이는 그만큼 이 사업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 신청’이나 환경영향평가가 사전에 이뤄졌야하는데, 이미 착공한 뒤에 진행됐다”며 “4대강 사업의 과정에서 밀어붙이기 형태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법적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호 둑높이기 사업은 예전부터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며 “농업 용수가 특별히 부족한 것도 아닌데, 굳이 댐의 수위를 높일 이유가 있나? 중요 문화재의 원형 보존을 위해 상류쪽 사업은 자제하고, 댐의 안전을 위해 하류쪽 댐을 보강하는 쪽으로 사업을 축소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최지현 사무처장도 “농어촌공사는 사업의 목적으로 ‘주변 침수피해 방지’도 내세우고 있는데, 배수 문제는 엄연히 둑높이기 사업과는 별개다”며 “‘농업용수’ 확보라는 명분도 둑높이기 사업이 아니더라도 영산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손희하 전남대 국문과 교수는 “수위가 상승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습도가 달라지는 등의 변화가 생겨 문화재 경관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면서 “식영정이나 환벽당 등의 문화재는 우리가 수천 수만 년을 보존해야 할 소중한 국가 자산인만큼, 원형 보존을 위해 둑높이기 사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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