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최대 치적', 심야버스 성공의 비밀
아시아경제 | 김봉수 | 입력 2013.09.28 13:19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심야 버스(올빼미 버스)의 인기가 높다. 주말 늦은 시간이면 콧대 높아진 택시ㆍ대리업체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이제 싸고 편리한 심야 버스 덕에 귀가 걱정을 한결 덜었다.

심야 시간 창문을 빼꼼히 열어놓은 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우리 집 안 가냐"고 사정해야 하는 일도, 대리 기사를 불렀는데도 후미진 곳이라 배차가 늦어져 애를 태우던 일도 많이 줄었다. 이제는 서울 시내 어느 곳에서든 심야 버스를 이용해 집 근처까지 간 다음에 짧은 시간 택시나 마을버스를 이용해 귀가하는 시스템에 사람들이 적응해가고 있다. "왜 진작 이런 서비스를 생각 못 했냐"며 만족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 서울 시내 심야 버스 노선도

↑ 박원순 서울시장

일각에선 거대 토목 공사를 지양하고 시민들의 섬세한 생활 복지를 어루만져 주겠다며 당선된 박원순 시장의 최대 치적이라는 칭찬이 나올 정도다.

◇ 4월 시범 운영 시작

이와 관련해 시는 지난 4월19일부터 2개 노선의 심야 전용 시내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송파차고지에서 출발해 가락시장, 일원역, 대치역, 양재역, 강남역, 종로, 구파발역, 불광역을 거쳐 진관 차고지를 향하는 N37번 노선, 중랑차고지에서 출발해 상봉역, 청량리역, 종로, 홍대입구, 염창역, 발산역을 거쳐 강서차고지 개화산역으로 향하는 N26번 노선 등이 이때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 때만 해도 심야버스에 대한 우려는 많았다. 그 늦은 시간에 탈 승객이 있겠느냐는 것에서부터, 수익성 여부, 운전기사의 졸음 운전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 택시 기사들의 반발까지 이곳저곳에서 걱정이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시의 시범 운영은 조심스러웠다. 2개 노선에 35~40분마다 한 번씩만 운영했고, 운임도 1050원만 받았다. 버스도 각 노선당 6대씩 12대만 투입했다.

그러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회식, 야근 등으로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물론 대리 기사, 수험생, 청소원 등 새벽 출근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있었다. 특히 대학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지나는 N26번 노선은 4월19~7월31일가지 1일 평균 1165명, 대당 평균 194명, 누적 이용객 12만1157명을 기록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강남-북을 오가는 N37번 노선도 1일 평균 933명, 대당 평균 156명, 누적 이용객 9만7055명을 태워 만만치 않았다. 심야의 독점적 교통수단인 택시가 횡포를 부리는 동안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 7개 노선 추가 운영

이에 힘입은 시는 지난 12일부터 심야버스 노선을 7개 더 운영하기 시작했다. 아예 브랜드명(올빼미 버스)까지 정했다. 설문조사 결과 시민 88.4%가 노선 확대를 요구하는 등 높은 호응도에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추가된 7개 노선은 N13번(상계동∼송파차고지), N16번(도봉산차고지∼온수동), N61번(양천차고지∼노원역), N62번(양천차고지∼면목동), N10번(우이동∼서울역), N30번(강동차고지∼서울역), N40번(방배동∼서울역)이다. 시는 이번에 서울역과 동대문, 종로와 강남역 등에 3∼5개 노선의 심야버스가 경유하게 해 심야버스 간 환승도 가능토록 했다. 배차 간격은 평균 40∼45분이다. 요금도 시범 운영기간 1050원에서 광역버스 요금 수준인 1850원(카드 기준)으로 올려 받고 있다. 시속 70㎞ 이하로 운행토록 과속방지장치를 달았다. 취객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격벽도 설치하는 등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운전자가 낮 시간대 타 업무에 종사하지 않도록 처우도 개선했다.

◇ 인기의 비밀은 '빅데이터 활용'

시의 심야버스 정책이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빅데이터'를 활용한 노선 선정이 가장 큰 공로를 세웠다는 평가다. 빅데이터란 시민들이 인터넷, 휴대전화, PC, 모바일 기기 등을 사용하면서 도처에 남긴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의미한다. 실제 시는 심야버스 노선을 구상하면서 '심야버스 노선수립 지원시스템'을 개발해 민간 이동통신사의 30억개 통화량 자료(빅데이터)를 분석, 활용했다. 심야시간대 통화량이 가장 많은 곳을 골라내 심야버스를 다니게 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휴대폰 통화량을 기반으로 한 KT의 유동인구 데이터와 시가 보유한 교통 데이터를 융합ㆍ분석해 최적의 심야버스 노선을 구축했다.

시는 우선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사용한 휴대폰 콜데이터 30억여 건과 시민들이 이용한 심야택시 승ㆍ하차 데이터 500만 건의 빅데이터를 융합했다. 일단 휴대폰 통화량이 많은 곳은 홍대 앞, 동대문, 신림역, 강남, 종로, 가락시장, 신촌, 남부터미널, 건대입구, 압구정 등이었다. 또 심야택시를 가장 많이 타고 내리는 곳은 강남, 신림역, 홍대, 건대입구, 동대문, 강북구청, 신촌, 천호, 종로, 영등포 등이었다.

시는 이를 활용해 서울 전역을 1㎞ 반경의 1250개의 셀 단위로 유동인구ㆍ교통수요량을 색상별로 표시했다. 이어 기존의 버스노선과 시간ㆍ요일별 유동인구 및 교통수요 패턴을 분석하고 노선부근 유동인구 가중치를 계산하는 등 재분석을 거쳐 최적의 노선과 배차간격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도출된 노선은 그동안 검토 중인 노선안과 95% 이상 일치했고, 시는 이 노선들을 최종 확정할 수 있었다.

시의 이같은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심야버스 노선 결정은 전국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안전행정부가 최근 주최한 제30회 지방행정정보화 연찬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다.

어찌나 자랑스러웠던지, 박 시장도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빅데이터가 대세이지요? 서울시도 이미 빅데이타를 행정에 활용해 오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심야 버스 정책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답니다"라고 자랑했다.

한편 서울시는 빅데이터 활용 기법을 심층 확대해 '재난 재해 예측 및 조기 감지 대응'과 '자살 방지 데이터 분석', 빅데이터 큐레이터 양성 등도 계획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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