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당한 박노수-김규남, 41년만에 '무죄'
조작한 '유럽간첩단 사건'으로 유신 직전에 사형 집행
2013-10-08 12:57:05 

박정희 정권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형을 당한 고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의원에 대해 사형 집행 41년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동오 부장판사)는 8일 세칭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972년 사형이 집행된 박 교수와 김 의원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 영장없이 체포돼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며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으므로 무죄를 다시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과거 권위주의 시절 법원의 형식적인 법 적용으로 피고인과 유족에게 크나큰 고통과 슬픔을 드렸다"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60년대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이후 터진 공안사건으로, 유럽에서 거주하던 박노수 교수 등이 동베를린을 찾아 북한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1969년 긴급체포돼 간첩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진보적 경제학자였던 박노수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역구원 재직 중이었고, 김규남 의원은 박 교수의 도쿄대 동창으로 민주공화당 의원이었다.

1970년 7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뒤 박 교수와 김 의원은 재심을 청구했으나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 돌연 형이 집행됐다. 김 의원의 사형은 1972년 7월13일, 박 교수의 사형은 7월30일 각각 집행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10월 유신이 선포됐다.

그러나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중앙정보부는 박노수 교수 등을 영장 없이 불법연행하고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일주일 가량을 불법으로 가둔 상태에서 각종 가혹행위와 강압조사를 벌여 자백을 받아냈으며,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권총으로 박 교수를 위협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진실화해위는 “1960년대 유럽에 있던 이들이 동베를린과 평양 등을 방문했던 사실을 빌미로 고문을 통해 간첩 사건으로 확대·과장했다”며 “간첩이란 증거로 활용됐던 노동당 가입 문제는 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고, 자백 외에는 간첩이었음을 뒷받침할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혜영 기자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