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새 쫓아내고, 습지는 사막으로... 대단한 MB!
[두 바퀴 현장 리포트 OhmyRiver! - 다섯째날] 칠곡보-구미보-낙단보
13.10.11 09:43 l 최종 업데이트 13.10.12 00:25 l 소중한(extremes88)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두 바퀴 현장리포트-오마이리버 특별취재팀 : 소중한, 문가영, 정민규, 정대희, 양영석, 박창재, 이철재, 정수근, 염형철, 조정훈, 김종술, 김병기 기자

[최종신 : 11일 오후 11시 30분]
계속되는 낙동강의 상처... 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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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묵을 곳은 경북 영주 낙단보 근처의 주차장입니다. 찬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양영석 시민기자가 휴대용 가스버너를 들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 소중한

종일 세찬 바람을 안고 달렸습니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57km 거리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다녔을 때에는 몰랐던 바람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또 자전거 기어를 조절하면서 올라야 하는 고개의 존재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질식하는 낙동강을 바라보면서 강의 소중함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경북 의성 낙단보에 도착했습니다. 전날 수도원에서 편안한 잠자리와는 달리 오늘은 야영입니다. 제 등 뒤로 텐트 네 동이 꼿꼿이 선 채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리버' 시작 후, 세 번째 텐트에서의 밤입니다. 

혹시 주차장에서 텐트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을 본 적이 있나요? 저희가 그렇습니다. 낙단보 부근 주차장에 텐트를 쳤습니다. 강바람이 불어오는지 날이 찹니다. 지난 두 번의 야영보다 훨씬 낮은 체감온도네요. 단단히 무장하고 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달이 보입니다. 반달에 조금 못미치는 달이네요. 요 며칠 구름이 잔뜩 끼어 달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아주 선명합니다.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오마이리버', 나머지 자전거 타는 구간에선 좋은 날씨만 만나길 바랍니다. 

11일 마주한 낙동강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있었습니다. 무너졌던 왜관철교를 시작으로 강 곳곳에 죽어 있는 물고기, 심화된 측방침식, 경북 의성 감천의 역행침식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찹니다. 

특히 저는 경북 구미의 고아습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습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겠다며 싹 갈아 엎어 버리고, 준설하고 나온 모래를 덮은 뒤 나무 몇 그루를 꽂아 놓은 형상. 몇 해 전, 미국 애리조나에 갔을 때 본 사막의 척박한 땅을 연상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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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하면 관광객 몰린다더니 둔치 생태공원은 방치돼 쑥대밭이고, 강은 깊어서 들어 가면 위험하다네요. 그럼 도대체 관광객은 어디로 가야 하지요? 운하만 있으면 해결될까요? ⓒ 소중한

그나저나 저는 오늘 길을 잃었습니다. 그 상황만 생각하면 어찌나 황당한지…. 저는 종일 사진을 찍고 이를 엄지뉴스에 올리느라 일행에 비해 자주 뒤처져 자전거를 탑니다. 오늘 구미보에서 낙단보를 향해 오던 중에도 새끼 손톱만큼 보이는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겨우 쫓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경북 구미의 선산읍을 지날 무렵, 저 멀리 가던 이 위원장이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간혹 낙동강 자전거도로 대신 다리를 건너거나 국도를 달리는 경우가 있어 이번에도 그런 경우라 생각하고 빨리 뒤쫓았습니다. 그런데 이 위원장이 자꾸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급히 페달을 밟아 이 위원장의 등 뒤에 이르렀습니다. 

"이항진 위원장님!" 
"...." 

웬 할아버지 한 분이 뒤돌아봅니다. 그리곤 다시 아무말 없이 고개를 돌려 앞으로 내 달리더군요. 헬멧도 쓰고 있어서 철썩같이 이 위원장으로 믿었는데 모르는 할아버지인 걸 아는 순간 가슴이 털썩 내려 앉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다리를 건너지 않고 그대로 자전거도로를 따라 직진을 했어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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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타고 구미보를 지나가는데 대형 트럭이 보이더군요. 자전거 도로에 웬 대형차가 나타났나 싶어 궁금했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께 물으니 수문에 연결된 와이어를 교체했다고 하더군요. 4대강 사업은 끝났지만 여전히 공사중이네요. ⓒ 소중한

일단 자전거 앞바퀴를 뒤로 돌렸습니다. 스마트폰의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뒤적여 가는 길을 숙지하고 자전거 페달을 세차게 밟았습니다. 한참을 가는데 자전거 도로가 안 나오더군요. 뒤에서 덤프트럭이 세차게 지나가고 귓가엔 경적소리가 짙게 맴돌았습니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이 국도로 안내한 겁니다.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밤에 자전거 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 자전거용 랜턴도 지원팀 차량에 둔 상황. 거침없이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도는 쭉 뻗은 자전거도로와는 달리 완만한 오르막과 완만한 내리막이 자주 반복되더군요.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면 '힘 빡 주고' 올라가 내리막의 즐거움을 맛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은 내리막의 즐거움도 느끼기 어려운데 올라가는 건 비슷하게 힘이 듭니다. 

어쨌든 쌩쌩 지나는 차들과 함께 국도를 달려 해질 무렵인 오후 6시께 낙단보에 도착했습니다. 자전거도로 보다 길이가 짧았나봅니다. 선두로 달리던 일행과 딱 마주쳤습니다. 제가 한참 뒤처진 것으로 알았던 팀원들은 깜짝 놀라더군요. 

12일 '오마이리버'는 낙단포를 출발해 회룡포까지 갑니다. 360km 대장정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독자 여러분,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천에서 계속되는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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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구미보 하류 쪽 낙동강과 가장 먼저 만나는 지천 경북 구미의 '감천'입니다.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데요. '하상보호공'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 소중한

이곳은 구미보 하류 쪽 낙동강과 가장 먼저 만나는 지천인 경북 구미 '감천'입니다.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데요. '하상보호공' 공사입니다. 강바닥이 쓸려나가는 것을 막는 공사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강한 철판을 서로 연결하는 '시트파일' 방식 공사가 진행중인데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렇게 강력하게 공사를 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합니다. 공사를 진행 중인 한 인부가 "모래보"(모래로 만든 보)라고 할 정도니 그 규모와 강도가 큰 공사인 셈입니다. 

이 공사, 왜 하는 걸까요? 4대강 사업은 기본적으로 강바닥을 파내는 공사입니다. 배를 띄울려면 적정한 수위가 유지돼야 하니까요. 강바닥이 낮아진 낙동강과 지천인 감천이 만나는 지점은 자연히 강바닥의 차이가 생기고, 폭포가 떨어지듯이 물살이 강해집니다. 자연스레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 바닥이 깎이고, 그 침식 방향은 감천을 향하게 됩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감천은 역행침식 현상을 겪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침식으로 감천에 놓인 구조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공사가 진행중인 곳에서 300m 쯤 떨어진 곳에 남산교가 있습니다. 만약 감천의 역행침식이 계속되면 남산교 밑의 강바닥도 깎여 다리가 위험해 집니다. 

실제로 오늘(11일) 오전에 본 왜관철교나 경기도 여주의 신진교가 비슷한 현상으로 무너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걸 막기 위해 지금 눈에 보이는 공사를 하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전 국토의 강을 파낼 기세입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지천을 손대지 않고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 나중에 큰 재앙을 맞을 거라 경고했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공사는 그걸 억지로 막아보겠다는 건데, 들어가는 예산 등을 따져보면 그야말로 헛수고입니다. 4대강 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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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구미보 하류 쪽 낙동강과 가장 먼저 만나는 지천 경북 구미의 '감천'입니다.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데요. '하상보호공'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 소중한


[4신 : 11일 오후 6시 20분]
습지의 사막화... 정말 대단한 MB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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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보를 10km정도 앞둔 해평습지입니다. 전에는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이 찾았던 곳입니다. 과거와 현재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 소중한

지금부터 4대강 사업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놀라운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위 사진은 구미보를 약 10km 앞둔 해평습지입니다. 전에는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이 찾았던 곳입니다. 위쪽 사진은 해평습지에 세워진 안내문입니다.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아래는 현재 모습입니다. 습지는커녕 호수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저런 곳에 과연 철새가 찾아올까요? 글쎄요. 철새는 쉴 공간이 있는 얕은 강을 좋아합니다. 낙동강이 호수처럼 된 이상 철새의 외면은 계속될 겁니다. 날아오는 새도 쫓아내는, MB의 대단한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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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뭇 생명의 보금자리였던, 풍성한 숲이 아름답던 낙동강 구미 고아습지가 이렇게 사막처럼 변했습니다. ⓒ 정수근

이 사진은 경북 구미에 있는 '고아습지'라는 곳입니다. '습지'라는 게 믿기십니까? 이 메마른땅이 어떻게 습지냐고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생태공원'을 만든다며 준설한 모래를 이곳에 부었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 이전, 이곳은 갈대와 버드나무가 울창한 습지였다고 합니다. 습지의 사막화, 이 역시 MB의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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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고아습지 현장입니다. 이 척박한 땅이 '습지'라니요. 믿기십니까? 울창한 습지를 MB는 척박한 땅으로 만들었습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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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만 '고아습지'입니다. 습지의 사막화, MB의 대단한 능력입니다. ⓒ 소중한

오늘은 비가 그친 대신, 바람이 무척 강합니다. 바람과 싸우며 자전거 타는 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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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에는 비가 심했는데요. 오늘(11일)은 바람이 부척 심합니다. 바람과의 싸움도 쉽지 않습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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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하게 먹은 밥 체하듯 한겨울 가리지 않고 만든 4대강 부실 자전거도로. 벌서 이렇게 갈라지고 있습니다. ⓒ 이항진


[3신 : 11일 오후 3시 50분]
송아지도 죽이는 4대강 사업... "또 세금 쓴다고? 썩은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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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칠곡보 인근에서 농부 정수보(64)씨와 박상태(56)씨는 만났습니다. 두 농부는 낙동강 인근인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에서 농업과 축산업을 합니다. ⓒ 소중한

"감자 심으면 썩고, 콩 심으면 또 썩고... 파종하면 발아도 안 된 채 다 썩는다."

농민의 한숨이 깊습니다. 그럴만도 합니다. 감자면 감자, 콩이면 콩, 심는 작물마다 다 죽는다고 합니다. 경북 낙동강변에서 농사 짓는 두 농민이 경험 없는 '초짜'여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평생 농사 지은 베테랑입니다. 11일, 낙동강 칠곡보 인근에서 만난 정수보(64), 박상태(56) 두 농부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시죠.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가 직접 물었습니다. 

▲  칠곡보 인근 농민 인터뷰, 죽은 송아지와 썩은 감자... "썩은 정부"가 한 일 ⓒ 소중한

- 어떤 농사를 짓는가. 
"축산도 하고, 벼, 콩, 감자... 한마디로, 농축산업이다."

- 침수 피해 상태는?
"씨앗을 파종하면 발아도 안 되고 다 썩는다. 감자 심으면 다 썩고... 콩도 마찬가지다."

- 원인은 뭔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답변) 예전엔 땅 7~8m를 파야 지하수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50cm만 파도 물이 나온다. (다음은 농민이 답변) 4대강 사업 이후 강의 수위는 해발 25.5m로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 마을의 해발은 25.3m 정도다. 마을보다 강 수위가 더 높으니 당연히 마을이 흥건할 수밖에."

- 보가 생긴 뒤 낙동강 수질은 어떤가.  
"보 생기기 전에는 물 밑 바닥이 다 보였다. 지금은 보시다시피(강을 바라보며) 물이 녹색인데, 여름에는 더 심했다. 이끼가 둥둥 떠다닐 정도로."

- 해결 방법은?
"(정수근 국장 답변) 낙동강 수위를 2m만 낮추면 된다. 보를 없애는 쪽으로 가야하는데, 왜 그걸 안 하는지 모르겠다. (다음은 농민 답변) 우리 농민들이 (침수 탓에) 농사를 못 짓는다고 하니까, 들 안에 9m 파서 저류조를(빗물을 가두는 시설) 만들어 물을 가둔다고 한다. 60억 원 투자해서 만든다는데, 예산 낭비다. 그 좋은 땅에다 왜 그 짓을 하나. 눈 가리고 아웅이다. 보 수문 열어 수위 2m만 낮추면 되는데, 왜 그런 짓을 하나."

- 송아지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상태씨 답변) 올해에만 송아지 네 마리를 잃었다. 4대강 사업 이후 습기가 많아지고, 안개 일수가 늘어나니 금방 태어난 송아지가 적응을 못한다. 설사를 하고 호흡기 장애를 겪은 뒤 죽었다."

-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자식 기르는 것과 같은데, 당연히 마음이 매우 안 좋지...." 

어떻습니까? 4대강 사업이 누구를 위한 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마이리버' 팀은 경북 칠곡 왜관철교도 지났습니다. 1905년 개통돼 100년을 넘긴 왜관철교. 하지만  지난 2011년 6월 무너졌습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무리한 준설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왜관철교는 왜 '호구의 다리'로 불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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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이후 붕괴 됐던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 저 멀리 첫 번째 다리 기둥 색깔이 좀 더 흰 빛입니다. 새로 다시 세웠기 때문입니다 ⓒ 소중한

지금 왜관철교는 보수공수를 마친 상태인데요. 저 멀리 첫 번째 다리 기둥이 유난히 흰 빛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기둥을 다시 세운 겁니다. 2008년 등록문화재 406호 지정됐던 왜관철교는 이명박 정부 들어 '호구의 다리'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황평우 소장이 속사정을 이야기 해드립니다. 다시 김병기 기자가 물었습니다. 

▲  무너졌던 왜관철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의 설명 ⓒ 소중한

- 100년 버틴 왜관철교, 결국 2011년 무너졌는데. 
"4대강 사업으로 무너졌다. 이 다리에는 아픈 기억이 많다. 일제가 수탈 목적으로 이 철교를 설치했다. 한국전쟁 때는 군용물자 수송에 이용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한국전쟁 관련 유물이라며 왜관철교를 등록문화재도 지정했다. 호국사상 기르고, 한국전쟁 아픔을 남긴다면서. 그런데 본인이 문화재로 등록해 놓고, 자기가 무너뜨렸다. 그래서 한때 누리꾼들이 '호국의 다리'가 아닌 '호구의 다리'로 부르기도 했다.  

- 이명박씨는 청계천 공사할 때도, 문화재를 하수종말처리장에 방치했다. 
"그렇다. 청계천에서 나온 문화재 석축을 하수종말처리장에 방치했다. 강변에서 나온 쓰레기는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게 돼 있는데, 아마 그런 뜻이었나보다. 즉, 600년 조선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쓰레기로 전락한 거다."

- 4대강 사업 때 문화재 등은 제대로 관리 됐나?
"문화재 조사를 거의 안 했다. 역사문화분포지도가 있었는데, 발굴 및 시굴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많은 역사유적지가 공중분해됐다. 우리의 역사문화유적은 전쟁 등으로 피해가 컸는데, 그보다 더 큰 피해를 준 게 바로 4대강 사업이다. 문화재를 한방에 날렸다."

하늘 푸른 가을날, 보면 볼수록 가슴 아픈 낙동강 현장입니다. 

[2신 : 11일 오후 1시]
귀해진 모래...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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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칠곡군 골재 적치장입니다. 4대강 사업을 하며 파낸 모래는 골재 자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파낸 골재는 대부분 사라졌고, 이젠 '품귀' 현상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 정수근

위 사진은 경북 칠곡군 골재 적치장입니다. 사진으로 다 담지 못했지만, 수많은 덤프트럭이 길게 줄 서 있습니다. 경북 일대는 물론이고 먼 곳에서 모래를 찾아 이곳으로 옵니다. 약 7시간을 대기해야만 겨우 한 두 트럭의 모래를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래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많이 의아하지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관계자들은 "준설한 골재를 팔아 사업비를 충당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바닥을 엄청 파냈습니다. 무리한 준설 탓에 역행침식 등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정도였지요. 그런데, 파낸 그 많은 모래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갑자기 늘어난 모래는 여러 적치장에서 바람에 날려 먼지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됐지요. 더불어 많은 모래는 '농지 리모델링'에 사용됐습니다. 4대강 준설토로 농지를 덮은 농토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11일 자 <한겨레> 기사를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어쨌든 4대강 사업으로 갑자기 한꺼번에 파낸 모래 등 준설토는 이제 많이 소진됐습니다. 4대강 사업 후 낙동강 곳곳에 있던 준설 현장은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모래가 귀해질 수밖에요. 이렇게 '모래전쟁' 역시 4대강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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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구미의 구미대교입니다. 칠곡보에서 얼마 안 떨어진 장소인데요. 4대강 사업 후 수위 상승으로 측방침식이 일어나 제방을 쌓았습니다. ⓒ 소중한

이번엔 이 사진을 보시죠. 경북 구미의 구미대교입니다. 칠곡보와 얼마 안 떨어진 장소인데요. 4대강 사업 후 수위 상승으로 측방침식(물에 제방이 깎이는 현상)이 일어난 현장입니다. 저 멀리 새로 제방을 쌓은 모습이 보이시나요? 측방침식 탓에 새로 쌓은 곳입니다. 가까운 곳엔 동락서원이 있습니다. 침식이 계속되면 서원도 위험합니다.

▲  구미대교 아래 측방침식... 지난해 물고기 떼죽음 현장 ⓒ 소중한

또 이곳은 작년 이맘때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장소입니다. 보 건설로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주변에 구미공단이 있어 오염물질 순환이 잘 안됐을 거란 게 환경단체의 설명입니다. 녹조심화에 따른 부영양화 현상도 한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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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낙동강의 죽은 물고기. 물고기의 죽음을 자주 목격합니다. ⓒ 정수근

낙동강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고기 사체입니다. '고작 한 마리 가지고 왜 딴지 거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빈번하게 보는 풍경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강이 제 모습을 잃으니 거기에 깃든 수많은 생명이 위험해졌습니다. 사람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  강 주인의 길을 뺏은 4대강 사업, 염형철 환경연합 사무총장의 '어도' 설명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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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에 보이는 좁은 통로가 물고기 길 일명 '어도'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탄생한 보에는 이처럼 물고기가 오가는 어도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 소중한


[1신 : 11일 오전 9시 30분]
수도원 흔든 '대포 코골이'... 그래도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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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마이리버 팀이 묵은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입니다. 김종술 시민기자가 열심히 마감을 하는 모습이 보이는 군요. 수도원 치곤 너무 경건하지 못한 모습인가요? 그래도 하느님께서 심신이 지친 어린양들을 잘 보살피셨으리라 믿습니다. ⓒ 소중한

11일 아침, 잠을 두 번 깼습니다. 오전 5시 숙소인 성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에서 수도자를 깨우는 종소리에 저도 모르게 눈이 떠졌습니다. 물론 곧 다시 잠 들었습니다. 어쨌든 모처럼 편안한 아침을 맞았습니다. 

성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 방문자가 사용하는 단체 숙소의 침대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고 밤을 보냈습니다. 따스한 물로 샤워했고, 수도원의 고요한 분위기까지 더해졌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죠. 비어 젖은 옷들도 빨아서 말렸습니다. 운동화도 빨았는데 아침에 보니 뽀송뽀송합니다. 날씨도 좋습니다.    

어젯밤 잠자리가 편했는지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는 침대에 눕자마자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곯더군요. '대포 코골이'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정대희 기자는 의자를 책상 삼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새벽부터 기사를 썼습니다. 이철재 에코큐레이터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기사를 썼는데 아직 마감을 못했습니다.  

수도원의 좋은 기운 때문인지 마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이곳에서 묵을 수 있게 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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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마이리버 팀이 숙소였던 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을 떠나며 구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 소중한

오마이리버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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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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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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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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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리버 취재팀 ⓒ 소중한

'오마이리버'를 시작하면서 저는 '엄지뉴스 전도사'가 됐습니다. 제가 이번에 쓰는 기사의 기초는 엄지뉴스데요. 다른 팀원들도 저를 돕겠다며 엄지뉴스 배우기에 나섰습니다. <오마이뉴스> 어플을 다운 받고,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서, 엄지뉴스를 올리는 것까지…. 독자 여러분도 어렵지 않으니 한 번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전날 '오마이리버'는 총 64km를 달렸습니다. 오롯이 자전거만 탄 시간은 6시간 10분입니다. 평균 10.5km의 속도를 냈고 최대속도 38km를 기록했습니다. 7일 출발해 나흘간 누적된 거리는 총 217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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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마이리버는 64km를 달렸습니다. 오롯이 자전거만 탄 시간은 6시간 10분입니다. 평균 10.5km의 속도를 냈고 최대속도 38km를 기록했습니다. 7일 출발해 나흘간 누적된 거리는 총 217km입니다. ⓒ 소중한

심신을 편안케 해준 수도원에서 나와 오늘도 자전거에 오릅니다. 11일 '오마이리버'는 수도원에서 5km 정도 떨어진 칠곡보를 거쳐 구미보-낙단보까지 가는 일정을 소화합니다. 전날 '오마이리버'에 합류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과 이항진 여주환경연합 집행위원장도 함께 달립니다.

아참, 지난밤 '훈훈한' 일이 있어 소개합니다. 피곤에 지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스마트폰 배경화면에 뜬 "선물했습니다"라는 글자를 보고 처음엔 요새 유행하는 '스미싱'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제 입사 동기 곽승희 <오마이뉴스> 기자가 "힘내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스마트폰 메신저로 비타민 음료 쿠폰을 보내왔더군요. 곽 기자는 "(오마이리버) 기사를 읽다가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합니다. 저도 음료 쿠폰에 눈물이 납니다. 그나저나 이 쿠폰으로 음료를 사 먹으려면 편의점이 있어야 하는데요. 이건 좀 난감하네요. 

"동기야, 자전거길에서 편의점 찾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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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기 사랑'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10일 오후 11시가 넘어서 입사 동기 곽승희 기자에게 스마트폰 메시지로 비타민 음료 쿠폰이 왔습니다. ⓒ 소중한

어쨌든 '동기 사랑'을 등에 업고 오늘도 페달에 발을 걸칩니다. 자전거 바퀴가 닿는 곳마다 독자 여러분의 눈이 되어 현장을 기사에 담겠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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