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망쳐놓고…공무원들 승승장구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입력 : 2013-10-12 17:24:20ㅣ수정 : 2013-10-12 17:24:20

훈·포장 받은 상당수 승진하거나 정부 부처 요직으로 이동

사기와 담합, 부실, 혈세 낭비 등 총체적 부실공사로 드러난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공무원들이 훈·포장을 받은 것은 물론, 승진을 하거나 정부 부처 요직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정의당)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으로 훈·포장을 받은 사람은 공무원 등 총 1157명에 달했다.

“4대강 사업 실패 은폐 앞장설 것 뻔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유공자들에게 2011년 10월과 12월, 2012년 5월과 12월 등 4차례에 걸쳐 포상을 실시했다. 훈·포장은 국가나 사회에 기여한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그 공적을 표창하기 위하여 수여하는 기장으로서 공무원들에게는 가장 큰 영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담합으로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은 건설사들은 사법처리됐다.

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지난 7월 10일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훈·포장 수여의 근거가 상당 부분 무효가 된 것이다. 훈·포장을 반납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이들 공무원들은 승진을 했거나, 각 부처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산하 4대강 사업 추진본부에서 기획국장을 지냈던 안시권 국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2012년 11월 국토부 수자원정책관을 거쳐 현재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4대강 사업 당시 “4대강 살리기는 시급한 물 문제를 해결하고 국토를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말대로 4대강 사업이 이뤄졌다고 보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지금 국가 건설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정희규 전 4대강 추진본부 기획재정팀장은 근정포장을 받았다. 그는 현재 국토부 수자원정책국 하천운영과장으로 있다.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장성호 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 부사장으로 옮겼다. 

4대강 사업으로 훈·포장을 받은 환경부 공무원들도 핵심 요직에 올라 있다. 2011년 멸종위기종 집단폐사 사건에 대해 “4대강 반대 단체와는 공동조사를 하지 못하겠다”고 거절했던 이상팔 전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홍조근정훈장을 받고 현재 환경부 소속 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상배 전 낙동강유역환경청장도 홍조근정훈장을 받고 국장급인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으로 옮겼다. 역시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나정균 전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은 환경보건업무를 총괄하는 환경보건정책관으로 있다. 

박원석 의원은 “22조원의 국민 혈세 낭비와 실패가 예견된 4대강 사업에 복무해 훈·포장을 받은 공직자들이 아무런 책임 없이 각 부처에서 승진 및 핵심 요직을 맡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들이 정부 핵심 부서에 포진하고 있음으로써 국민적 정서와는 달리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외면 또는 은폐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훈·포장 명단에는 담합과 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법처리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도화엔지니어링, 유신 등 건설사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 관계자는 4대강 사업 공로로 동탑산업훈장, 철탑산업훈장, 산업포장을 받았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건설사, 경찰 등이 정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았다는 것은 이들도 총체적 부실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다는 증거”라며 “4대강 사업이 부실사업으로 드러난 만큼 이들에게 수여한 훈장과 포장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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