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it.ly/1iBMMR5
<18>이순신의 해전 전술 (2):거북선은 근접 총통포격용 돌격선이다
‘첨단 전술'에 막강한 활 전투력·화공술 결합
2012. 05. 07 00:00 입력 | 2013. 01. 05 07:57 수정
당파전술이 충돌전술이 아니라 총통포격전술이었음을 지난 호에서 언급했다. 충돌전술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거북선이다. 거북선의 용도가 돌격선이고, 해전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적의 지휘선을 향해 돌진해 공격하는 역할이니 그런 오해가 생겨난 것 같다.
충돌 아닌 총통포격전술 해전에 사용 적절한 전술 조화로 조선 수군 이끌어
해군사관학교 앞 바다에 전시돼 있는 거북선과 독도함 모습.
통제영 거북선도.
과연 해전에서 거북선은 충돌전술을 사용했을까. 거북선이 충돌전술을 사용했다는 근거로 제기되는 자료는 임진년 제2차 출동 후에 보낸 장계인 ‘당포파왜병장(唐浦破倭兵狀)’이다. “먼저 거북선이 층루선 밑으로 ‘직충(直衝)’해 용의 입에서 현자철환을 치쏘고 또 천자·지자·대장군전을 쏘아 그 층루선을 당파(撞破)하였습니다. 그리고 뒤에 있던 여러 배에서는 철환과 화살을 번갈아 쏘았습니다.” 여기서 ‘직충’은 1세대 연구자인 이은상은 ‘돌진하다’ ‘치고 들어가다’ 등으로 해석했고 2세대 연구자인 조성도 또한 ‘근접하다’ ‘돌진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 중엔 이를 잘못 번역한 것이라고 해 ‘직충(直衝)’을 ‘충돌하다’ ‘들이받다’ 라는 뜻으로 보아 이를 ‘충돌전술(Ramming Tactics)’로 이해하기도 한다. 만약 ‘직충’을 ‘충돌하다’ ‘들이받다’로 해석하면 거북선의 해전전술은 ①거북선이 돌진해 적선에 충돌하고 ②다시 뒤로 빠져나와 용의 입에서 현자총통을 치쏘고 ③배를 돌려 현 측에 있는 천자·지자 등의 총통을 쏘아 적선을 격파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직충’을 ‘돌진하다’ ‘근접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거북선의 해전전술을 ①거북선이 적선 가까이 돌격해 근접거리에서 현자총통을 치쏘고 ②배를 돌려 현 측에 있는 천자·지자 등의 총통을 쏘아 격파하는 것으로 단순화된다. 이 경우 충돌하는 국면은 없게 되고, 적선에 가까이 접근해 먼저 선수에 있는 현자총통을 사용해 격파 및 인명 살상 포격을 하고, 적선과 부딪치기 전에 선수를 틀어 다시 현 측에 있는 천자·지자 총통을 사용해 본격적인 격파 사격을 하게 된다.
‘직충’을 충돌로 해석하면 거북선은 충돌한 다음에 다시 뒤로 빠져서 현자철환을 쏘아야 하는 복잡하고도 위험한 국면이 전개된다. 거북선은 근접총통포격용으로 만들어졌는데, 근접하면 일본 수군의 등선백병전에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거북 등 모양의 판자로 덮개를 씌운 것이다. 거북선이 일본 함선에 충돌해 백병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조선 수군이 가장 피하고 싶은 해전 양상이다. 한마디로 거북선은 근접 포격을 통해 총통의 명중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근접 총통포격용 돌격선이지 충돌용 돌격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음은 이순신 스스로 최초로 거북선을 소개하는 장계 내용이다. “앞에는 용의 머리를 설치해 대포를 발사하고, 등에는 쇠로 된 송곳을 꽂았습니다… 비록 적선 수백 척의 가운데라도 돌진해 들어가 대포를 쏠 수 있습니다…먼저 거북선으로 하여금 적선 가운데로 돌진해 천자, 지자, 현자, 황자 등의 각양 총통을 쏘게 했습니다.” 앞의 장계 내용은 제2차 출동의 첫 번째 해전인 사천해전의 상황인데, 이순신은 거북선의 역할이 적선 속으로 돌진해 들어가 근접거리에서 총통포격을 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거북선이 적선과 충돌한다는 설명은 그 어디에도 없다.
또한 한자 충(衝)의 일반적 의미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충돌하다’ ‘부딪치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찌르다’ ‘향하다’ ‘돌진하다’라는 뜻도 있으며 오히려 ‘찌르다’ ‘향하다’라는 것이 ‘충돌하다’ 의미보다 우선된다. 따라서 장계에 보이는 ‘직충’은 조선 수군의 해전 전술 양상에 비춰 볼 때 ‘향하다’ ‘돌진하다’ ‘근접하다’ 등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호에도 언급했지만, 거북선이 참여한 경우 조선 수군의 해전전술은 1단계 거북선의 돌격과 판옥선의 협공에 의한 일본 수군의 지휘선 격파 및 지휘관 사살이다. 2단계는 판옥선, 거북선의 총통공격에 의한 격파다. 3단계는 활과 소형 화약 무기에 의한 사살이고, 4단계는 화공(火攻)을 통한 ‘불태우기[焚滅]’의 순서로 진행된다. 여기에도 충돌전술은 없다. 이순신이 벌인 해전의 전과(戰果)를 분석해 보면 천자·지자 등의 총통에 의한 격파, 나포(拿捕), 활에 의한 사살, 그리고 화공(火攻)에 의한 분멸이 주류를 이룬다. 충돌로 말미암은 전과 또한 보이지 않는다.
총통포격전술과 더불어 조선 수군의 해전전술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활에 의한 공격이다. 조선 수군의 장수들과 사부(射夫)들의 활 쏘는 실력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았다. 당항포해전에서는 거북선 공격을 받아 손상을 받은 층루선에 있던 일본 장수가 활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사살된다. 대개 천자·지자 등의 총통 공격 다음에는 활에 의한 사살이 시작되는데, 해전에서 활의 전투력은 조총을 능가했다. 그 다음에 주목해야 할 전술이 화공(火攻)으로, 적선을 불태우는 분멸이다. 이순신의 장계를 보면 첫 해전인 옥포해전에서도 조우한 26척을 모조리 ‘총통으로 쏘아 맞혀 당파하고, 불태웠다(銃筒放中撞破焚滅)’라고 돼 있고, 두 번째 해전인 합포해전에서도 조우한 일본 대·소선 5척을 ‘남김없이 당파하고, 불태웠다(無遺撞破焚滅)’라고 기록했다. 임진년(1592년) 당항포해전에서는 거북선이 일본 수군의 지휘관이 타고 있는 층루선을 향해 돌진해 총통을 쏘아 누각을 격파하자 뒤따르던 여러 배에서 불화살을 쏘아 지휘선의 비단 장막과 돛을 불태우는 장면이 소개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명량해전이나 노량해전에서도 바람을 이용한 화공(火攻)이 보편적인 해전전술로 사용됐다. 좀 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임진왜란 시기는 재래식 무기에서 화약 무기로 교체되는 일대 전환의 시대였다. 이순신은 첨단 전술인 총통포격전술과 재래식 전술인 활에 의한 공격과 화공술(火攻術)을 적절히 조화해 조선 수군을 당대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막강 조선 수군으로 변모시켜 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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