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it.ly/1qXdf3y

보마성(寶馬城)

단편명 : 보마성 
구술자 : 조룡남
수집지점 : 안도현 량강
수집시기 : 1981. 10

보마성은 천여 년 전 발해국의 성으로 당나라와의 무역을 함에 있어 중요한 군사요새이다.  

용맹하고 의로운 보배말이 나타나서 나라의 안정과 백성들의 안녕을 지켜주었다고 해서 이름난 보마성(寶馬城)은 안도현 이도백하에서 북쪽으로 10여리 떨어진 곳에 있다.
 
이 성은 지금으로부터 천여년전 발해국의 한 성이라고 한다. 당시 발해국은 당나라와 아주 화목하게 지냈다. 해마다 발해국의 특산물들이 당나라로 들어가고 당나라의 특산물들이 발해국으로 들어왔다. 보마성은 발해국과 당나라가 무역을 함에 있어서 육로 중 요충지의 하나였다. 또 이곳은 정보를 받고 전하고 처리하는 군사요새로서 처음에는 보마성(補馬城)이라고 불렀다.
 
어느 해인가 이 성에 설웅이라는 장군이 부임하였다. 그는 백성들을 잘 보살펴주어 농업을 흥성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군사들을 잘 훈련시켜서 나쁜 놈들이 얼씬도 못하게 하여 백성들은 태평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8월 추석날 저녁에 설장군은 큰 잔치를 베풀고 달구경을 하였다. 풍악소리, 웃음소리, 노래소리 하늘에 넘치고 성안의 거리마다에서 흥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추석 흥이 한창 고조에 오를 때, 저 멀리에서 다급한 말발굽소리가 울려왔다. 말을 타고 성밑에 다가온 사람은 성문을 쾅! 쾅! 두드렸다.
 
문지기가 성밖을 향하여 소리쳤다.
"누가 밤중에 문을 두드리는거냐?"
"류수 하성 용맹의 딸이 급한 일이 있어서 설웅장군을 찾아왔으니 빨리 성문을 열어라."
설장군은 용맹의 딸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 그를 성안으로 모셔들이라고 분부하였다. 
용맹의 딸 - 향월이는 설웅장군을 만나자마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좌르르 흘렸다.
"장군님, 류수하성은 외적들에게 공략되었나이다. 
아버지께서 소녀를 보내어 이 비보를 전하게 하였나이다." 향월이는 흐느끼면서 더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얘야, 천천히 말하거라."
설웅장군은 사태가 위험함을 짐작하고 속이 꿈틀하였으나 그런 내색은 내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향월이를 위안하였다. 향월이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 수하에서 군사를 관리하는 추문이라는 자가 외적들과 내통하였사와요. 그자는 외적이 쳐들어오자 성문을 열고 외적을 들여놓았사와요. 순라병들이 눈치를 채고 징을 두드리다가 빗발치는 화살에 맞아서 쓰러지였사와요. 징소리를 들은 대소 장령들과 군사들이 급히 대적해나섰으나 때는 이미 늦었사와요. 아버지께서는 갑옷도 변변히 입지 못하고 혈전에 뛰어들면서 저를 여기로 보냈사와요. 아버지께서는 필경..." 향월이는 어깨를 들추며 흐느끼였다.
 
유수하성과 보마성은 이웃으로서 발해왕국의 국경을 지키는 요충지의 하나였다.
유수하성의 함락은 보마성을 고립에 빠지게 하고 보마성의 운명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설웅장군은 즉시 군사를 정렬시켜놓고 사태의 위험성을 공포하였다.  
그는 "목숨으로 성을 지키자!"고 호소하였다. 
군사는 물론 성안의 남녀노소가 설웅장군의 호소에 따라 싸울 준비를 하였다.
 
외적이 보마성을 치려면 이도백하를 건너와야 한다.
이도백하는 물결이 세차고 급해서 보통사람들은 홀몸으로 건너기 어렵고 강변에는 나무들이 울창하여 방어전을 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설웅장군은 이 강을 끼고 진을 쳤다. 그는 강에 놓였던 나무다리를 끊어 버리게 하고 군사들을 강변에다 매복시켰다.

적의 두목 갈망은 군사를 일으켜서 쳐들어오는 한편 사신을 띄워서 항복을 받으려 하였다.
갈망이 보낸 사신이 대안에 이르러 어물거릴 때 화살이 쓩쓩 날아갔다.
"활을 쏘지 마시오. 난 갈망이 보낸 사신이요." 하고 사신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설웅장군은 임시다리를 놓아서 사신이 건너오게 하였다.
사신이 설웅장군을 보니 그 위풍이 대단하였다. 키는 구척이요, 몸집은 구새통같은데 치째진 두눈에서 정기가 넘쳐 처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하게 하였다.
"우리는 유수하를 점령하였다. 우리에게는 유명한 갈망장군이 있고 천을 헤아리는 군사가 있다. 이 성을 치자면 게눈 감추 듯 할 것이다. 순순히 성을 내준다면 당신들의 군적도 높여주고 후한 상금을 줄 것이다. 만약 거역한다면 성안을 풀밭으로 만들고 백성과 군사를 모조리 피바다에 처넣어 버리겠다."
"하하하..." 
사신이 가져온 편지를 본 설웅장군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어찌도 요란했던지 사신은 화들짝 놀랐다.
"작작 나발을 불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좋기는 갈망이 와서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 자식의 키를 낮추어주겠어." 설웅장군의 눈에선 불이 펄펄 일었다. 
서리발치는 그의 말을 듣고 갈망의 사신은 비실비실 뒷걸음질쳤다.
 
외적들은 오색깃발을 날리며 갈망장군은 옹위해가지고 건너편에 모여들었다. 그들을 맞이한 것은 빗발치는 화살이었다. 갈망은 군사를 물리며 진을 치게 한 다음 이깔나무를 찍어다 다리를 놓으라고 명령하였다. 한떼의 군사들이 강기슭에 나와서 나무를 찍어댔다. 
설웅장군은 활을 쏘라고 명령하였다. 빗발치는 화살 속에서 외적들은 나무 한 대도 찍어넘기지 못하고 살상자만 내었다. 갈망은 분이 치밀어올랐으나 방법이 없어서 군사를 뒤로 물리는 수밖에 없었다. 밤이 되었다. 갈망은 낮에 당한 수치를 밤에 벌충해보려고 야밤도강을 시도하였다.

그는 나무를 찍어 다리를 놓고 도강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강이 넓지 않아 건너편에서는 곧 눈치를 차렸다. 대안으로부터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져와서 한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었다. 외적들은 맞활을 쏘아서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였지만 활은 숨어서 쏠 수 있어도 나무는 숨어서 찍기 어려웠다.
활쏘기가 한창 대마루판에 오를 때 윗쪽에서 와지끈하고 나무들이 넘어지는 소리가 연속 울렸다. 외적들이 약한 고리를 틀어쥐고 끝내 몇 그루의 나무를 넘어뜨렸던 것이다. 어수선한 다리라도 생기였다.
갈망은 진공령을 내렸다. 다리부근에서는 외적들이 욱실욱실하였다.
설웅은 다리목에 군사를 더 보내어 저격하게 하였다. 화살이 우박치듯하고 도끼와 창이 차디찬 달빛에 번쩍이었다. 화살소리, 비명소리, 창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시체는 가랑잎처럼 물 위에 떠서 연해연줄 흘러내렸다.
 
싸움은 갈수록 치열하였으나 승패를 결정하는 첫전투에서 누구도 군사를 물리려 하지 않았다. 설웅장군은 창쓰기에 능한 군사 20명을 뽑아서 다리를 끊어놓게 하였다. 죽음을 각오한 이 결사대는 난투 속을 헤집고 들어가서 다리를 강물에다 쳐넣었다. 개미처럼 다리에 달라붙었던 외적들이 으악으악 강물에 떨어졌다. 다리가 없어지자 첫전투는 설웅장군네 승리로 끝이났다.
 
양편에서 군사를 물리고 새로운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구름이 갈라지더니 호용소리를 높이 울리며 백마 한 필이 외적들 진중에 내려왔다. 
용마는 갈기를 날리며 사정을 보지 않고 미친 듯이 앞뒤로 뛰어다녔다. 그 바람에 외적들은 소란에 빠졌다. "백마를 붙잡아라!"
갈망의 호령이 덜어지자 숱한 군사들이 백마잡이에 달려들었으나 백마가 어찌나 사납게 날뛰는지 누구도 붙잡을 재간이 없었다. 백마는 외적 수십명을 넘어뜨리고서야 멈추어서 투레질하였다.
병졸들이 와락 달려들어서 백마를 두목앞으로 끌어갔다.
 
갈망은 하늘이 자기를 도와서 용마를 하사하였다고 기뻐하였다. 그는 말에다 굴레를 씌우고 등에다 안장을 얹고 훌쩍 뛰어올라 앉았다. 그런데 고분고분 말을 들을 것 같던 백마는 앞발을 쳐들고 꼿곳이 서기도 하고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기도 하고 선자리에서 삥삥 돌기도 하면서 성을 내였다.
갈망은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고 말을 다스리려 하였으나 어림도 없었다. 그는 기승을 부리는 백마의 등에서 떨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졸병들이 달려들어서 두목을 부축하는 사이에 백마는 쏜살같이 이도백하를 넘어서 설웅장군의 곁에 와섰다.

검은 털이 한오리도 없는 백마는 설웅장군의 실로 용마였다. 땅에서 질주한다기보다 하늘에서 난다 함이 더 적절할 것이었다.
백마를 얻게 되자 설웅장군은 물론이요 병사와 백성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장군님, 용마를 얻은 승세를 타서 외적을 치면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이오이다."
"옳은 말씀이옵니다." 설웅장군의 군사들은 이렇게 말하며 분분히 떨쳐 나섰다.
설웅장군도 한번 크게 싸워서 예기가 꺽어진 외적을 철저히 물리칠 마음을 먹었다. 그는 도강할 준비를 하라고 전군에 령을 내리였다.
설웅장군은 칼과 방패를 지니고 선두에 나섰다. 그의 옆에는 적토마를 탄 향월이가 서 있었다.
 
"다리를 놓앗!"
설웅장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궁노수들이 일제히 활을 쏘아 엄호하고 한편으론 이깔나무를 서너통씩 묶은 다리를 안은 군사들이 십여곳에서 일시에 달려왔다.
다리가 놓이자 천지를 진감하는 함성이 터지였다. 설웅장군을 앞장에 세운의 군사들이 두도백하를 삽시에 건너가서 외적의 진지를 엄습하였다.
첫싸움의 실패와 용마사건으로 하여 사기가 떨어진 외적들은 용마에 앉아서 돌격해오는 설웅장군을 보자 황겁하여 뿔뿔이 도망치자는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설웅장군이 쳐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갈망이었다.
폭풍처럼 휩쓸며 달려드는 군사들을 막아볼 사이도 없이 갈망의 진지는 뒤죽박죽이 되었다.
적진이 무저지기 시작하자 설웅장군의 군사들은 성난 호랑이마냥 용감하게 공격하였다. 설웅장군은 용마에 채찍을 안기며 "적장 갈망을 사로잡아라!" 하고 천둥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자신은 룡마를 타고 가서 퇴각로를 끊어놓고 룡마와 함께 동서남북으로 돌아치며 적들을 족치였다. 혼란에 빠진 적들은 갈팡질팡하다가 죽는 놈은 죽고 투항하는 놈은 투항하였다. 군사를 수습할 수 없게 되자 한떼의 인마를 거느리고 강기슭을 따라서 올리빼였다. 설웅장군의 용마는 어렵지 않게 갈망을 따라잡고 갈망을 오도가도 못하게 막으면서 설웅장군이 칼쓰기를 기다리였다. 
갈망은 말에서 떨어지며 두손에 칼을 들고 투항하는 체하였다. 그는 용마가 곁으로 오면 손을 써보려고 칼자루만은 놓지 않고 있었다. 
 
갈망한테로 다가들던 용마는 급기야 창공으로 날아오르며 갈망의 칼등을 걷어찼다. 
"쟁강!"하는 소리가 떨어지기도전에 향월이는 적토마를 타고 번개같이 달려나오며 설웅장군은 군사를 거두고 승전가를 부르며 성안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이 성을 보마성(補馬城)이라고 부르던 때로부터 보배말성(寶馬城)이라고 부르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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