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진의 한국사 이야기] 청동기 시대의 제 문제에 대한 고찰 - 법률저널

출처 :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04

청동기 시대의 제 문제에 대한 고찰
오태진의 한국사 이야기 

오태진  |  gosilec@lec.co.kr  승인 2014.05.28  10:44:50

오태진 아모르이그잼 경찰학원 한국사 강사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는 문명의 발생을 기준으로 나누고는 한다. 선사와 역사를 나눈다는 것은 선사 시대는 엄밀하게 말해 역사라고 부를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되는 시기는 바로 청동기 시대부터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 역시 청동기 문명의 탄생 결과였다. 이렇게 본격적인 역사 시대 전개의 출발선이라고 할 수 있는 청동기 시대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이번 회와 다음 회에 걸쳐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1. 청동기시대의 정의

청동기시대의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연구자들은 저마다, 무문(민무늬-무늬가 없다는 뜻)토기문화, 비파형동검 문화, 한국식동검문화 등으로 다르게 부르고 있다. 이는 청동기 문화에 대한 각자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연구자들마다 관점이 다른 이유는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무늬토기문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신석기 시대의 즐문토기, 즉 빗살무늬토기를 사용하던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문화를 영유했다는 것을 그 증거로 삼는다. 

이들은 민무늬토기의 분포가 전 시대와는 달리 구릉지대이며, 주민의 증가와 아울러 농경의 비중이 커지고 청동기를 사용하는 단계로의 전이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특징적인 요소가 나타난 것에 주목하였다. 

한편, 이러한 견해를 반박하면서 민무늬토기의 사용을 청동기 시대의 중요한 요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그 이유는 민무늬토기는 청동기 시대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고 철기 시대에도 계속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수 없는 개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동기 문화는 그 이전 시대에 비해 향유되던 문화적 요인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청동기 시대를 신석기 시대의 농업 혁명과 대비하여 ‘도시 혁명’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동기 문화의 어느 특정한 한 요인만을 놓고 청동기 문화는 ‘이러이러한 문화다’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리하여 청동기 문화의 발전은

민무늬토기 사용 ⇨ 흙 속의 자연 동 발견 사용 ⇨ 청동 야금술 발명

으로 도식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한 문화를 청동기 문화라 명명해도 좋을 것이다.

2. 한국의 청동기 문화의 연원

일제시대 일인 학자들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한국 청동기 문화의 기원을 중국의 청동기 문화에서 찾았다. 그러나 현재는 우리 학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중국 학계에서도 요령지방과 한반도 주변 지역의 청동기 문화를 자신들의 중원 문화와 확연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비파형 동검의 출토와 깊은 관련이 있다. 물론 중국 지역에서도 비파형 동검이 발견되고는 있지만 요령 지역에서 발견되는 고조선의 비파형 동검의 제조 방법과 세련미 등에서 훨씬 뒤떨어진다. 

우리의 동검은 칼날과 손잡이 부분이 조립식으로 칼날이 부러져도 칼날만 교체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의 동검은 칼날과 손잡이를 한 번에 연결시켜 만드는 일주식(一鑄式)이라 칼날이 한 번 부러지면 버려야 한다. 

이렇게 확연히 다른 제조방법과 기술력을 놓고 봤을 때 우리의 비파형 동검은 분명 중국과는 그 연원이 다를뿐더러 오히려 중국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비파형 동검은 대체적으로 서쪽의 요하, 북쪽의 송화강, 동쪽으로는 길림, 흑룡강성을 포함하는 한반도의 서북 지방(중국에서 보면 동북 지방)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이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리하여 중국 정부는 이러한 우리의 한국식 비파형 동검을 그 지역 박물관에서 모조리 없애버렸다. 관리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누가 들어도 거짓말임이 분명한 대답이 들려오고는 한단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수험생들이나 국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오해를 살 만한 교과서 내용을 한번 지적해보고자 한다. 물론 지금 필자가 얘기하는 대로 시험 답안을 쓴다면 분명 틀리게 된다는 것을 먼저 강조해둔다. 

한반도 지역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세형동검을 한국형 동검이라고 말한 것은 이해되지만 세형동검을 한국형 동검이라고 언급하기 때문에 비파형 동검이 중국에서 영향을 받은 동검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매우 크다. 수준 낮은 중국의 동검과 우리의 비파형 동검은 엄연하게 다른 것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