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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가 살아온다 <11>'日최초 왕국의 첫 여왕 가야 묘견공주'說 논란
[국제신문/2002년/11월]
 
한·일 두나라의 고대 사학계를 들여다 보면 ‘이상한 현상’을 발견한다. 일본측 역사학자 십중팔구는 그들이 고대한국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지지 또는 동조하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백제 또는 가야가 고대일본을 식민지배 혹은 분국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록이나 사료로 보면 일본측이 고대한국을 지배했다는 증거보다 우리가 그들을 분국으로 삼았다는 증거가 휠씬 많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에서 ‘역사학’이라는 범위를 벗어나면 ‘고대일본은 한반도의 분국’ 식의 주장이 거침없이 쏟아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재야 사학자 및 향토사가들의 주장이나 견해가 학계에 수용되거나 인용되는 사례는 별로 없다.

김해 수로왕릉 숭선전(崇善殿)에서 나온 ‘김씨왕세계’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선견(先見)이라는 이름의 왕자가 신녀(神女)와 더불어 구름을 타고 떠나자, 거등왕(居登王·가락국 2대왕)이 강가 돌섬의 바위에 올라가 왕자를 그리워하는 그림을 새겼다. 전하기를 이곳이 초선대(招仙臺)이다…’.

초선대는 김해시 안동 신어천과 국도 14호선이 만나는 곳의 야트막한 바위산을 말한다. 이곳 서쪽의 거대한 자연바위에는 너비 3㎝ 정도의 굵은 선으로 마애석불(경남도 유형문화재 제78호)이 음각돼 있다.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석불을 가야불교와 연결시키는 연구자도 있다.

여기에 언급된 ‘신녀’는 누구일까. 재야 사학계에서는 그가 곧 수로왕의 딸 묘견공주(妙見公主)이며, 일본 최초의 고대국가로 알려진 ‘야마이국’의 첫 여왕 ‘히미코(卑彌呼)’라는 놀라운 주장을 편다.

‘잊혀진 왕국 가야’를 쓴 언론인 이점호씨와 김해의 향토사 연구자 허명철씨, 아동문학가 고 이종기씨 등은 줄곧 이같은 주장을 해 왔다. 이 가운데 이종기씨는 ‘춤추는 신녀’라는 책을 통해 치밀한 고증과 폭넓은 상상력으로 히미코가 수로왕의 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야사 연구자인 모 교수는 “허왕후의 실체조차 애매한 상태에서 그의 딸이 왜국의 왕이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픽션으로 보이며 학계에선 거론조차 안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지만 초선대 설화는 학계와 재야의 관계와 거리를 실감하게 한다.


/ 특별취재팀/박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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