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주간조선 1999.10.7 /1572호
고구려군과 무기 - 장창을 사용하는 철갑기병이 주력
외국 정복에 나선 고구려 군은 어떤 무기로 싸웠을까.
전문가들은 광개토대왕 시기의 고구려군 주력부대는 3∼3.5m에 이르는 장창을 주무기로 한 철갑기병의 밀집부대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 수는 숙신 등 다른 민족을 정벌할 때 동원한 3만∼5만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래 고구려군은 기병이 주력인 유목민족, 반농반목 민족들과 달리 보병과 기병의 연합부대를 운영해 왔다. 원거리에서 화살 공격으로 적진의 대오를 흔든 뒤 기병이 좌우에서 협공하고 보병이 정면 공격에 나서는 방식의 합동작전을 주로 구사한다는 것이다. 백제, 신라와 싸울 때도 주로 이런 전법을 써왔다고 한다.
그러나 광개토대왕 재위 기간을 전후한 4세기 후반∼5세기 초반에 걸쳐 중국 주변 민족들에는 철갑기병 부대가 대대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중국의 5호16국 시대에 모용씨의 선비족이 철갑기병의 밀집부대 공격으로 중국 대륙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이 전법이 유력한 공격 수단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고구려도 이런 추세에 맞춰 병사는 물론 말까지 철갑으로 중무장한 철갑기병 중심으로 주력부대를 재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안악 3호분이나 약수리 고분 등의 벽화에는 중무장한 철갑기병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거란 정복이나 지두우 정복처럼 초원의 유목 민족들을 상대로 한 공격에서는 보기 합동 공격보다는 이 철갑기병 단독의 전법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복 후에 지방관을 배치해 직접 통치하기보다는 피정복 국가를 복속시킨 뒤 물자와 인구를 약탈해 돌아오는 방식을 주로 쓴 광개토대왕기의 정복 스타일을 보더라도 기동력 강한 기병이 정복전의 주력을 형성했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철갑기병의 주무기는 장창이었지만 길어도 80cm 이하인 짧은 칼과 맥궁으로 불리는 1m 남짓의 활을 필수품으로 갖췄다. 말에서 내려서 싸울 때는 이 칼이 유력한 무기였고, 고구려의 명품으로 꼽히는 맥궁은 원거리 지원 공격에서 톡톡히 그 역할을 해냈다. 고구려는 활에 대한 재능을 '제왕의 자질'로 꼽을 정도로 숭상했다고 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도끼를 든 병사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공격 부대에는 포함되지 않고 주로 지휘관 호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구려 무기 분야를 주로 연구해온 경기도문화재단 김성태 연구실장(37)은 "고구려군의 강점은 독창적인 무기는 많지 않았지만 맥궁 등 뛰어난 성능을 갖춘 기본 무기와 유목민족에 못지 않게 뛰어난 기마술에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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