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44명 구속... 발 빼는 극우 유튜버들 "프락치짓"
3일 만에 무더기 구속... 경찰 "피의자, 더 늘어날 수도"... "탄핵 결정 날도 분수령" 우려도
25.01.22 18:07 l 최종 업데이트 25.01.22 18:08 l 김성욱(etshiro)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 변론기일이 열리는 가운데, 헌재앞에서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신의한수' 신혜식 : "여러분 우리가 민노총과 종북 좌파들과 다른 게 뭐겠습니까? 바로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분탕 종자들이 자꾸 폭력을 유도하는데, 걔네들 다 프락치고 민주당 세력인 것 아시죠?" (21일 헌법재판소 앞 시위)
'엄마부대' 주옥순 : "경찰관 아저씨랑 싸우지 마세요. 절대 싸움은 안 됩니다. 비폭력으로 끝까지 가야 합니다." (21일 헌법재판소 앞 시위)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공격한 일부 극우 시위대에 대한 구속수사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유튜브 강경 발언 등으로 폭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고 지목된 극우 성향 인사들이 뒤늦게 '비폭력 시위'를 내세우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유튜버 등 폭동 배후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내란죄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한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에서는 주최자들이 하나같이 서부지법 폭동을 '프락치'의 소행이라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헌재 인근 대형 집회무대에 오른 유튜버 '신의한수' 신혜식씨는 마이크를 잡고 "자칫 우리가 실질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도덕적으로 우리는 폭망할 수밖에 없다"라며 "누가 (서부지법)문을 부쉈나. 프락치들이지 않나"라고 했다.
또 다른 한 극우 유튜버 역시 무대에 올라 "지금 우리의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집회 현장에 폭력을 선동하는 몇몇 유튜버들이 기웃대고 있다"라며 "비폭력, 평화적인 집회에 폭력을 선동하는 선동꾼들은 나가라. 프락치들이 기웃대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엄마부대' 주옥순씨도 같은 무대에서 "절대 (프락치들에)넘어가선 안 된다. 절대 싸우면 안 된다. 비폭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 측도 자신을 추종해온 이아무개 전도사가 서부지법 내부에 들어가 난동을 부렸다는 혐의로 전날 경찰에 체포되자 급히 '손절'에 나섰다. 전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입장문을 내고 "사랑제일교회는 주일 예배 참석자가 약 1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성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라며 "이씨는 사랑제일교회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거나 사례비를 받는 분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조직적으로 어떤 사태를 유도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전 목사는 서부지법 폭동 전날인 지난 18일 서부지법 앞 시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서울구치소를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니까, (윤석열)대통령을 모셔 나와야 된다"고 발언해 폭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부지법 폭동' 3일 만에... 내부 난입 46명 중 44명 구속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 출석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진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태극기를 감싼 윤 대통령 지지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이정민
유명 극우 인사들의 태세 전환은 서부지법 폭동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인 지난 19일 새벽 3시부터 6시 사이 서부지법 내부로 침입해 시설물을 깨부수고 판사를 쫓으러 다닌 4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3일 만이다.
경찰은 당시 서부지법에 난입한 46명을 현장에서 검거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는데, 이 중에서 2명만 빼고 모두 구속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가 약한 인원들만 제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날 이 전도사를 추가로 긴급 체포했는데, 같은 날 피의자 2명이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다. 이로써 19일 새벽 서부지법 내부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피의자는 현재까지 49명이다. 당시 법원 내에 있던 극우 시위대는 총 1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채증영상 분석 등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피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헌재 앞 등장한 이미선 재판관 얼굴 피켓… 국민의힘 또 "문형배는 이재명 절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해 변론에 나선 가운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 참가자는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얼굴을 새겨넣은 팻말을 들고 다녔다. ⓒ 김성욱
서부지법 폭동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경찰은 "예측하긴 어렵지만 탄핵 결정이 내려질 날도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날부터 탄핵심판에 직접 나서기 시작하면서, 헌법재판소 일대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날 헌재 앞에는 4000명 정도의 극우 시위대가 몰렸는데, 신고된 집회 장소인 안국역 5번 출구 쪽에는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 100미터쯤 더 가까운 안국역 사거리 쪽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층이 유튜브 생방송을 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9일 서부지법 폭동의 주축 역시 2030대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서부지법 내부에서 검거된 46명 중 무려 26명(56%)이 30대 이하였다.
헌재 앞에선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얼굴 사진을 붙이고 'OUT'이라고 적은 팻말을 건 시위대의 모습도 포착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날은 아예 헌재에 직접 방문하기까지 했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소속된 공익인권법재단의 이사장이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변호인인 김이수 변호사라며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바 있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헌재 항의방문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 경찰 출신 법조인은 "극우 시위대의 행동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지나친 정치 공세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일 서부지법 폭동 때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장면도 12.3 비상계엄 때 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장면과 매우 흡사했다"라며 "국가의 권위가 무너진 시기에는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의 더 책임 있는 언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21일 헌재 앞 시위에서도 정치권의 구호가 그대로 극우 지지자들의 행동으로 연결되는 모양새였다. 극우 시위대는 윤 대통령이 계엄 후 대국민담화에서 했던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는 말을 그대로 구호로 외치고, 단체 피켓에 새겨 흔들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수차례 선거관리위원회를 언급하며 부정선거를 강변한 것처럼, 극우 시위대는 "선관위 서버 까", "선관위 해체"를 외치고 '부정선거 척결, 제2의 4.19 혁명'이라 적힌 깃발을 띄웠다.
윤 대통령이 '중국'과 '간첩'을 연결 지었던 대로, 극우 시위대는 '중국인 투표권 박탈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일부 극우 시위대는 취재를 하는 기자들에게 "좌파 매체 기자들은 중국인들이고, 친척 중에 중국인이 있어야 입사할 수 있다던데 사실이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하겠다며 묻고 또 물었다.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에서 한 젊은 남성이 '중국인 투표권 박탈하라'는 피켓을 들고 가고 있다. ⓒ 김성욱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극우 시위대.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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