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대 집회’로 안국동서 사라진 외국인 관광객…자영업자들 “죽고 싶은 심정”
자영업자 “임대료 내려면 문 닫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윤정헌 기자 yjh@vop.co.kr 발행 2025-01-23 13:38:06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출석을 예고한 21일, 오전부터 헌법재판소 인근에 차벽이 세워졌다. ⓒ민중의소리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났는데, 화요일엔 그마저도 반토막 났어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기일이 있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마다 이럴 거라는데, 눈앞이 깜깜하네요”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ㄸ’기념품 매장을 운영 중인 김(42)씨는 “관광객 손님이 ‘뚝’ 끊겼다.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평소 이 상점은 외국인 관광객 손님의 비중이 70~80%에 달했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는 헌법재판소 일대가 경찰버스로 가득 찼다. 윤 대통령이 출석하기로 하면서 극우 지지자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헌법재판소 근처로 집결했고, 경찰은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해 경찰 버스 등을 이용해 차 벽을 설치했다.
경찰 차벽 안쪽에 있는 김씨의 기념품 가게는 이날 손님의 발길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하루 50만~60만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달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반토막 나 임대료를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21일에는 그마저도 매출이 1/6 수준으로 급감했다.
김씨는 “화요일에 하루 종일 영업했는데 매출이 5만원이었다. 비상계엄 이후 30만원 정도는 벌었는데, 말 그대로 손님이 없다”며 “인건비를 생각하면 문을 여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한탄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 자료사진 ⓒ뉴시스
창경궁과 북촌 한옥마을 등이 인접한 헌법재판소 일대는 평소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서울의 관광 명소 중 하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일대에 거대한 경찰 차벽이 둘러지면서 평소 북적이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췄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다음 달 13일까지 예정된 다섯 번(매주 화, 목)의 변론기일에도 대통령이 모두 출석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임대료를 내야 하니 어떻게든 문을 열고 있는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이럴 거로 생각하니 답답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면서 “이럴 바엔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알바)라도 해 임대료를 벌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하소연했다.
헌법재판소 주변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대부분 비슷했다. 그나마 경찰 차벽 바깥에 위치한 상점들은 경찰들과 시위대가 이용해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경찰 차벽 안쪽인 재동과 안국동 일대 상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안국동에서도 ‘핫플’로 손꼽히는 ‘T’브런치 카페도 직격탄을 맞았다. T카페의 매니저인 이모(31)씨는 “비상계엄 직후부터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지난 화요일엔 거기서 다시 50%가 떨어졌다”며 “평소 외국인 관광객 손님 비중이 높은 편이었는데, 경찰 차벽이 세워진 이후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다고도 했다. 김씨는 “요즘 사장님과 매출 감소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한다”면서 “사장님이 ‘코로나도 버텼는데, 요즘은 (가게 운영이) 정말 위험한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사장님과 함께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영업시간을 더 늘리는 등의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헌법재판소 인근에 ‘ㅇ’쿠키 전문점 가게를 오픈한 류모(63)씨는 “이제 조금씩 단골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이 주변을 차로 다 막는 상황이 발생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매출도 줄어든 수준이 아니라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상황이다. 임대료는커녕 인건비도 감당할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추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대해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류씨는 “좌파·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대체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거냐”며 “이런 피해를 윤 대통령한테 청구해야 하나, 민주당에 청구해야 하나. 정말 옥상에 가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있다. 2025.01.2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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