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 내란 사건' 검찰에 기소 요구...'2차 계엄' 증거 확보
강현석 2025년 01월 23일 18시 20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늘(23일) 오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피의자 윤석열을 대통령 관저에서 긴급 체포한 지 8일만이다. 이날 공수처는 브리핑을 열고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공소제기(기소)를 검찰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검찰이 사건을 인계받아 보강 수사를 거친 뒤 기소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공수처, ‘윤석열 내란죄 사건 기록’ 3만쪽 검찰에 보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장관 및 군사령관들과 공모해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또 직권을 남용하여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결론냈다.
 
공수처는 이같은 수사 결과를 담은 사건 기록을 편철하여 검찰에 보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한지 47일만에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피의자심문조서 등 수사 기록 전체를 넘겨 받게 됐다. 공수처가 송부한 수사 기록은 약 3만 쪽 분량으로 69권에 이른다. 다만, 윤 대통령이 체포된 1월 15일 이후 총 5차례에 걸쳐 조사에 불응하고, 일체 진술을 거부했기 때문에 기록 대부분은 이번 내란에 가담한 군·경 핵심 관계자를 조사한 내용으로 채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2차 계엄’ 정황 증거 확보... 추가 병력 투입 의혹
 
공수처 관계자는 “계엄 해제 직후, (피의자 윤석열이) 국회의원 체포와 또다른 비상계엄을 시도한 정황을 보여주는 여러 진술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른바 ‘2차 계엄’과 관련한 수사 결과도 언급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공수처가 확보한 2차 계엄 정황 중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직후, 윤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내 결심지원실(결심실)을 찾아 국회 장악에 실패한 김용현 전 장관을 질책하고, 추가 병력 투입을 위해 대책회의를 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 얼마나 병력을 넣었느냐’고 김용현 전 장관에게 물었고, 김 전 장관이 500명 정도라고 답하자 “거봐, 부족하다니까. 1천명은 보냈어야지”라며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엄 당일 새벽, 일부 군부대는 서울 진입을 위해 병력을 준비하는 등의 긴급 상황이 계엄 해제 직전까지 지속되었다고 공조본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밖에 공수처는 김용현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을 사전 모의한 증거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조본에 따르면, 계엄군은 수도방위사령부의 B1 벙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선거연수원을 일종의 ‘정치범 수용소’로 만들어 국회의원 등 반국가세력을 체포해 구금한다는 작전을 수립·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불법 구금 시도는 내란죄를 구성하는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어질 검찰 수사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조치될 수 있도록 엄정하게 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공수처 수사 불응… 경호처도 비화폰 압수수색 가로 막아 
 
이날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빈손’ 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한듯 브리핑을 통해 최근 서울서부지법의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돼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며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로 피의자의 내란 혐의를 의심할 이유가 있으며,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부분을 설시했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앞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구치소 내 특별조사실에서의 방문 조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준비 등의 이유로 모든 조사를 거부했다. ‘건강상 문제가 있다’며, 조사를 회피한 채 병원에 머무는 일까지 있었다. 이에 공수처는 강제 구인을 검토했지만, 서울구치소는 관련 규정의 미비를 근거로 대통령 구인에 미온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강제 구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는 것이 공수처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간은 오는 28일까지로 이후엔 검찰이 구속영장 연장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며, 발부된 체포·구속영장이 관할을 벗어났기 때문에 불법·무효”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수처의 위법 수사와 불법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또 대통령 경호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데 이어 수사 핵심 증거인 대통령의 ‘비화폰’ 압수수색을 가로막고 있다. 대통령 측의 수사 방해를 위한 조직적 증거 인멸 시도가 반복되는 양상이다.
 
따라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에서도 사법 절차를 부인하며, 수사에 응하지 않거나 계엄의 정당성만을 강변하는 등의 변론 전략을 고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시도한 뒤 이르면 다음달 초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
취재  강현석, 강혜인
웹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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