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광화문파 vs 손현보 여의도파…음모론 부메랑 맞은 극우
‘여의도파, 전광훈 죽이려 해’ 의혹 촉발
이재명 탓→사법 탓→내부에서 원흉 찾기
고나린 기자 수정 2025-01-31 20:09 등록 2025-01-31 15:40
 
3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구속기소를 겪으며 윤 대통령 지지를 표방해 온 극우 세력들 내부에 갈등 조짐이 인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로 나뉘어 집회를 여는가 하면, 서로를 향해 음모론을 제기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주고 받는다. 음모론과 비방에 바탕해 세력을 키워 온 이들 생리가 서로를 향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 발언과 이를 주도하는 유튜브 방송 등을 31일 보면, 최근 극우 진영은 주말 집회를 여는 장소에 따라 서로를 ‘광화문파’와 ‘여의도파’로 구분해 부르기 시작했다. 광화문파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신혜식 유튜브 ‘신의한수’ 대표 등이 속해있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전한길 강사, 유튜버 그라운드씨 등은 여의도파에 속해 있다고 한다.
 
두 세력 사이 갈등은 신혜식 대표가 지난 26일 유튜브 라이브에서, 전광훈 목사에 대한 경찰 수사를 두고 ‘여의도파가 전광훈 죽이기에 나섰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하며 본격화됐다. 경찰이 전광훈 전담팀을 꾸린 뒤 손현보 목사가 전광훈 목사에게 ‘너는 오늘로 끝이다. 두고 보면 알겠지’라는 욕설 문자를 보냈다는 게 신 대표 주장이다. 그는 방송에서 “자꾸 전광훈 목사님 수사팀 만든다, 체포조 만든다 하는데 다 계략이 꾸며진 것 같다”며 손 목사가 경찰과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댓글 등에서 신 대표 주장을 옹호하는 광화문파와 이를 반박하는 여의도파 사이의 갈등이 번져 나갔다. 서로를 ‘유튜브 돈벌이와 정계 진출 등을 위해 현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식이다. 가령 최근 윤 대통령 지지를 밝히며 유튜브 구독자 수가 열흘 만에 50만명 가까이 늘어난 전한길 강사를 두고 소위 광화문파에서는 “돈벌이를 위해 갑자기 등장해 진영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여의도파는 “전한길의 파급력이 크니 극우 유튜버들이 텃세를 부린다”고 두둔했다. ‘전한길 강사는 사실 좌파’,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는 사실 화교’라며 본인과 뜻이 다른 이를 ‘좌파’, ‘화교’라며 조롱하는 글도 대상만 바꿔 반복됐다.
 
극심한 갈등 속에 극우성향 유튜버들의 집회 이탈 선언도 이어진다.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는 지난 27일 유튜브를 통해 “‘너 때문에 대통령이 구속됐다’, ‘너 때문에 이런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고 하는데 다른 유튜버들에게는 책임 전가를 안 한다. 그래서 저도 집회 그만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극우 유튜버 ‘홍철기 티브이(TV)’도 이날 “그동안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신자유연대 서울구치소 집회를 지원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 밥그릇 지키기, 기득권, 텃세, 코인 팔이 등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더 이상 평일 집회에 참여, 취재,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갈등 양상을 두고, 공격할 대상을 찾고 음모론을 동원해 그를 비방하는 방식이 윤 대통령 지지 세력 내부에서 반복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극우 진영의 가장 쉬운 돈벌이 방식은 원인을 다른 대상에게서 찾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탓을 하고, 이후 사법체계 탓을 하다가 윤 대통령의 구속기소와 서부지법 사태 이후 혼란이 발생하자 또다시 ‘탓할 대상’을 지지 세력 사이에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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