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eoulpost.co.kr/news/10252


상대를 깔봐서 큰 코 다친 '동천왕'
고구려 11대왕 동천왕 편- 경적필패(輕敵必敗)라 했으니 사람들은 만사에 유의해야
임동주 서울대 겸임교수 (발행일: 2009/07/04 15:39:54)  

서기 234년 동천왕 8년, 위(魏)에서 화친을 청해왔다. 당시 후한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위오촉 3국으로 분열돼 서로 패권을 다루던 이른바 삼국지 시대였다. 촉에서는 유비가 죽고 그 아들 유선이 등극해 위나라를 쳤으나 사마의 중달에게 참패를 당해 촉은 점점 쇠약해졌다. 동천왕은 위나라가 커지는 것을 보고 심사숙고 화친을 허락했다. 

몇 년이 흘렀다. 요동의 공손연이 위나라에 반기를 들었다. 위나라는 고구려에 원병을 요청했다. 고구려는 이틈에 요동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군대를 파견 위와 함께 공손연을 토벌하고 서안평을 가로챘다. 그러자 위는 끈질기게 서안평의 반환을 요청했다. 동천왕은 마이동풍이었다. 

서기 244년, 참다못한 위는 유주자사 관구검을 대장으로 고구려에 군사를 파견했다. 관구검은 지략과 용맹이 뛰어난 장군이고 당시 유주부의 군사들은 강병이었다. 고구려 조정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동천왕은 천하무적 철기병만 믿고 자신만만했다. 

관구검이 거느린 위군은 국경은 넘어 비류수까지 호호탕탕 쳐들어왔다. 강만 건너면 고구려 도성 국내성이 지척이었다. 동천왕은 계략을 써서 1차 전투에서 위군 5천명 2차에서 3천명을 죽이는 대성과를 이룬다. 관구검은 초전에 대참패를 당한 패인(敗因)을 꼼꼼히 분석하고 방진(方陣)을 치기에 이른다. 

방진은 보병 위주의 군대가 기병과 맞서 싸울 때 유리했다. 먼저 군사들이 직사각형 또는 마름모꼴의 밀집대형으로 서는데 앞쪽과 좌우는 장창부대와 궁수부대로 편성된다. 이들이 먼저 상대의 기마병을 막고 그 다음 안에 있는 보병들이 뛰어나가 백병전을 펼치는 것이다. 

언덕에서 위군 진영을 바라보니 허술하고 군기가 없어 보였다. 관구검이 일부러 허술 하게 보이게 한 것을 알 리 없는 동천왕은 크게 웃었다. 
 
“관구검이 천하의 지장(智將)이라더니 진영이 저게 무엇이냐? 내 당장 달려가 저들을 혼내 주겠노라.” 
동천왕이 말을 마치고 군사들을 이끌고 나가려하자 국상 명림어수가 말고삐를 잡고 간한다. 
“관구검은 흉계가 뛰어난 간교한 자입니다. 그러니 무슨 간계가 있을 줄 모릅니다.” 
그러나 동천왕은 일소에 부치고 5천의 철기병을 이끌고 질풍같이 적진으로 향했다. 명림어수는 황급히 장군 유옥구, 밀우 등에게 왕의 경호를 부탁한 후 자기도 할 수 없이 보병 1만5천을 끌고 뒤를 따랐다. 

고구려 철기병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자 관구검은 군사들을 독려해 순식간에 방진을 쳤다. 장창부대를 앞줄에 궁수대를 그 뒤에 배치했다. 동천왕이 철기군을 이끌고 위군 진영 앞에 이르니 적들은 이미 완벽한 방진을 마친 상태였다. 동천왕은 방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적이 방진으로 포진한 경우 단창이나 검, 도끼 등으로 무장한 보병을 먼저 내보내 백병전으로 장창부대를 무력화해야 하는데 동천왕은 철기병만 이끌고 있을 뿐이었다. 

동천왕은 황급히 진격을 막으려했지만 이미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기병을 단번에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위군은 철기병이 지척에 다가오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내렸던 장창을 일제히 치켜세웠다. 고구려 군마는 날카로운 장창에 꿰여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앞서 달리던 군마들이 쓰러지자 뒤따르던 군마들도 차례로 걸려 넘어졌다. 이어 화살이 날랐다. 고구려 군사들은 처참하게 죽어갔다. 이때 죽은 고구려 군사가 1만8천명이었다. 

동천왕은 밀우와 유옥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함흥 땅까지 도망쳤고 유유의 희생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아무리 군사가 강하더라도 적을 깔보면 당하기 마련이다. 자고로 경적필패(輕敵必敗)라 했으니 사람들은 만사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 서울대학교 겸임교수, 도서출판 마야 대표 (임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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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왕 일대기 (11대 동천왕) - jo29694631  http://tadream.tistory.com/200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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