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밭막국수
나는 미식가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식가다. 달달 한 거 좋아하고 많이 먹는 거 좋아하고... 벌써 미식가로서는 실격이다. 그냥 이거저거 먹어 봤지만 기억 상실증 수준의 기억력이라 그 기억 더듬어 이렇게 저렇게 비교하고 그런 정도밖에 안 된다. 그저 먹은 기억 안 까먹기 위해 다시 쓸 뿐이다. 맛없게 먹은 기억도 잊어 다시 먹으면서 그 옛날 기억 되살리고 후회한 적도 많아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왜 사람이 많은지 이해가 안 간다. 바로 보름 전 어떤 블로그 글도 칭찬일색이다. 그냥 허허 그럴 수밖에... 거품을 좀 빼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 글을 시작해 보렵니다.
1. 양, 가격
양이 너무 적다. 눈으로 맛이 가늠이 되겠는가? 그저 얼마나 맛있어 보이는지, 양은 어떤지 볼 뿐이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다. 양이 적다란 얘기는 가격이 비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검색해보면 가격이 양,질 두가지 다에 대해 높다라는 건 많은 블로거들이 동감하는 거 같다.
샘밭정식이란 걸 시키려다 다른 사람 시킨 걸 보고 바로 막국수로 바꿨다. 그 양 때문이다. 보쌈인지 뭔지 정말 쥐꼬리만큼 준다. 고기 다섯점, 손바닥만한 녹두전, 그리고 백김치와, 무김치 쬐끔... 교대역 근처 몇몇 보쌈 정식은 먹다가 남겨 포장해 오는구만... 막국수 8000원(2013년)이다.
원래 막국수가 양이 적은 편이긴 하지만 그릇 때문인가 여기는 그런 데보다 더 적게 느껴진다. 반드시 한가지를 더 시켜야 남자들은 먹긴 먹었네 소리가 나올 듯하다. 그건 내가 말을 건넨 옆자리 부부가 증명해 주었다. 모두부 4조각 나오더라 ㅎㅎ 소리 없이 내뱉는 내 "허"소리에 역시 썩소로 대답하는 옆자리 손님. 그거 먹을 거면 차라리 예술의 전당 쪽 두부 유명하다는 집 그 집이 더 많이 준다.
양이 적어 돌아오는 길에 냉면집 들러 비빔냉면 한사발 먹었다 ㅎㅎ 양에 대해서는 검색해 보니 공통적 의견이더라.
2. 막국수 맛
나야 심심하게 잘 먹으니 맵지 않은 막국수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다. 국물만 붜서도 맹으로도 잘 먹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막국수는 좀 별로였다.
막국수는 면발이 중요한데, 유명하다는 춘천, 홍천 쪽이나 동해안 쪽 막국수와 비교 않더라도 좋은 점수를 주긴 그렇다. 그냥 중간 이상이다. 요즘은 막국수 면발에 대한 눈이 높아져서 식감, 뚝뚝 끊어지는 메밀의 함량, 심지어 향기까지 이런 거 귀신 같이들 알아낸다. 부러울 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서울 바닥에서도 심지어 닭갈비집 막국수도 눈 똥그라지고 고개 끄덕이게 하는 막국수가 가끔 보인다.
메밀면 점수는 중상 정도이고 식사할 때 가서 먹는다면 몰라도 굳이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블로거들이 메밀 함량에 대해서도 열심히 적어 놓았는데, 별로 높지 않다는 중론이다. 그 편견이 생길까 일부러 안 읽어보고 갔다. 개인적으로는 넘어져서 코 닿을 데인데 가기 싫다. 양은 적고 가격은 비싸고 맛은 괜찮다는 수준이고... 아 그리고 면수를 주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이 집 면수(면 삶은 물)가 메밀 함량을 가늠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검색해 보니 이 면수에 대한 호평은 잘 안 보이는군요.
면 이외의 맛은 어덜까? 비빔장은 역시 양이 적고 매운 맛도 적어 매운 거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많이 아쉬울 것이다. 나는 양념 없이도 메밀면 먹기도 하니 비빔장에 대해서는 별 불만 없다. 그저 비빔장이 맛있다고는 못할 뿐이다. 다만 깨나 김이 좀 보여 덜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깨나 김, 참기름 너무 많이 투하하는 곳은 별로다. 춘천 쪽 가니 그런 집이 꽤 있던데 심할 때는 다 빼고 먹기도 한다. 왜냐하면 메밀맛이 죽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참기름 대짜로 사다 먹는 사람이고 김밥도 내 젯상에 오르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렷을 적에 먹었던 홍천의 어느 막국수는 이러지 않았는데 말이다.
주전자에 주는 국물은 어떨까? 영동지방 쪽의 동치미 국물 맛과 비교하기에는 심심한 국물이라 말아 먹는 건 말리고 싶다. 벽에 붙여 놓은 신문 기사 대로 겨자와 식초 넣으면 괜찮다기에 해 봤는데 그것도 그냥 뭐 그렇다. 요즘은 수도권에 이리 막국수 파는 데도 꽤 보이니 뒤져 보시라. 맛도 괜찮다.
결론은 다른 블로거들은 좋은 평들을 했는데 많이 이해 안 갈 뿐이다. 근데 재밌는 건 막국수 평을 많이 한 건다운님도 댓글에서는 난타? 당하더라 ㅎㅎ 결정적으로 그 적은 양에도 내 옆 자리 아줌마는 남겼다 ㅋㅋ
3. 다른 건 어떨까?
모두부만 제대로 의견을 들어봤다. 모두부는 괜찮다는 말이다. 두부 맛이야 뭐 원래 그렇지만 양까지 고려한다면 그냥 별로라는 얘기다. 남의 가게에서 촌평을 늘어놓기는 그렇고 그냥 몇마디와 얼굴 표정으로 다 보여주더라 ㅎㅎ 다른 분들이 먹는 다른 음식은 어떨까 하고 물어보니 의견이 분분...
보쌈을 많이들 드시는 거 같은데 호평도 많긴 하지만 음식 좀 많이 찾아 다니는 몇몇 블로거들에게는 점수가 박한 듯하다. 그렇다면 가격표만 본 나로서는 보쌈 먹으려면 굳이 몸소 실험할 거 없이 동래파전 등 교대역 다른 집이 낫겠다 싶다. 사실 백김치 보쌈을 내가 좋아하는데 그냥 아쉬울 뿐이다.
4. 친절, 위생
손님의 수가 많을 때와 적을 때 맞이하는 정도가 다르더라. 문간에 혼자 앉아서 뭘 하겠는가 사람들 오고가는 거, 뭘 먹는지 감시하는 수밖에... 등산 갔다 온 팀에게는 대단한 환송에, 세명인 팀에게는 안녕하세요. 두명인 부부에게는 아무 소리 없어, 나는 뭐 기대도 안했다. 역시 결과는 ㅎㅎ
행주 만진 손으로는 컵이나 주전자 안 만졌으면 한다. 나야 원래 비위 아주 좋고 다른 이들은 눈치를 못 채는 듯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종업원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만 하여간 아닌 건 아닌 거다.
내가 좋은 손님이 아닌 건 안다. 옷 대충 입고 심지어 슬리퍼 찍찍이니 말이다. 그래서 최소한 나한테 대한 친절에 대해서는 별 기대 안 한다. 그저 음식만 볼 뿐이다. 친절에도 그 식당을 외면하는 나를 보는 눈길을, 유리창 밖에서 의식할 때, 나도 편치는 않다 ㅎㅎ
그래도 손님이 "여기 주문 안 받아요" 하는 말이 나오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사람들 느긋하게 구경하다 한마디 하니 아주 느긋한? 답에 한 10분 후가 되서야 드디어 주전자가 식탁 위에 올아왔다. 아주 여유로운 휴일 오후 ㅋㅋ
* 좀 안 좋은 얘기들로 쭉 이었는데 호평들에 대해 균형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만약 샘밭막국수가 나의 글에 대해 억울하다 생각되면 개선하면 될 것이고, 그 좋아진 모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 식당 대신 나를 비난할 것이다라 생각한다. 그럼 그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과 친절이라는 이득으로 돌아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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