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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淵蓋蘇文)의 이름에 관하여
한국어원학회/질답방 김하준 2003-04-11 17:20:02

연개소문(淵蓋蘇文)은 개금(蓋金) 또는 개소문(蓋素文)이라고도 불린다.   연개소문의 할아버지는 자유(子遊)이고, 아버지는 태조(太祚)로, 이들은 모두 막리지(莫離支)의 지위에 올랐다고 연개소문의 아들 천남생 묘지(泉男生墓誌)에 기록되어 있다.

그의 姓씨에 대하여 중국측 기록에는 '천'(泉) 또는'전'(錢)이라 하였는데, 천(泉)은 연(淵)이 당나라 고조(高祖)의 이름인 이연(李淵)과 같으므로 그것을 피하려고 한 때문이며, 전(錢)은 泉과 비슷한 音字를 사용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그의 성을 천(泉)이라고 한 것은 연개소문에 관한 기사의 전부가 당나라의 서적에 의거하였기 때문이다.   천남생 묘지석에는 남생의 아버지가 연개소문이며, 할아버지가 연태조, 증조부가 연자유, 작은 할아버지가 연휘만이라고 되어있고, 모두 대막리지를 지낸 것으로 되어있다.   이는 연개소문이 고구려의 전통적인 귀족집안 출신이었음을 의미한다.   그의 시조는 '샘'(井) 또는 '물'(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연(淵)이라는 성도 거기에서 유래하였던 것으로 보면서, '샘'이나 '내'(川) 또는 '호수'의 정령(精靈)을 외경하여, 이를 자신들의 시조(始祖)와 연계시키는 고대 동북아시아 제 민족의 설화나 신화와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많다.   

한편 《일본서기》에는 그의 이름을 이리가수미(伊梨柯須彌)로 기록하고 있다.   이 이름은그 당시의 발음을 풀어 비슷한 한자로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단재 선생은 '갓쉰동전'의 연국혜가 연개소문의 아버지 연태조이며, 연개소문의 이름 개소문에서 개(蓋)는 '갓'으로 읽고, '소문'(蘇文)은 '쉰'으로 읽어 '갓쉰동'은 연개소문이라고 생각했다.

연개소문에 관한 기록은 거의 없는 반면, 그와 관련된 설화는 중국과 우리나라에 많이 전해지고 있으며, 강화도 출생설도 전해지며, 평양 천도후에 등장한 신흥귀족세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측 설화는 연개소문에 관하여 매우 부정적이다.   그 만큼 당나라에 부담이 되었던 강자였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여러 설화중 그의 이름과 관련, 주목되는 것은 소문산성(蘇文山城, 새미성)이다. 소문산성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신동 산13 에 있는 백제시대의 산성으로 토성위에 석성을 덧쌓은 형태인데, 보장왕때 연개소문이 쌓은 성이라 전해진다고 한다.   고구려에 의해 백제의 토성위에 석성이 덧싸였을 가능성이 있다. 연개소문 당시 고구려의 세력은 강성하였고, 의자왕 말기에는 백제의 국력이 떨어졌으므로, 이 지역이 고구려의 영향권내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淵蓋蘇文(연개소문)의 한자구성을 살펴보면 淵은 '얼'의 한자화로 보인다.   '얼'은 大, 高 등의 의미로 쓰였지만, 泉, 井등의 경우에도 '얼'로 발음되었다.   따라서, '큰', '높은' 등의 의미인 '얼'을 같은 발음인 泉, 井 등과 같은 淵을 차용하면서, '샘'이나 '내'(川) 또는 '호수'의정령(精靈)을 외경하는 그 당시의 상황에서 이를 자신들의 시조(始祖)와 연계시키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연개소문이 자신의 조상이 물에서 나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淵자 성을 가지고 연개소문이 연나부(椽那部) 출신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서기의 이리가수미(伊梨柯須彌)에서 '이리'는 '얼'과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蓋자는 이엉, 덮개의 의미를 갖는 한자로 ge 또는 gai의 음가를 가지고 있다.   한편, 갓(弁)의 원시형태는 이엉 등을 엮어서 만들었었다.  이로 볼 때, 단재 선생이 蓋를 '갓'으로 본 것이 맞을 것 같다.   蘇자는 쉴 蘇자로 su의 음가를 가진다.   文은 무늬 文자에 wen음가를 가지고 있다.   삼국사기에 文峴은 近尸波兮라는 기록이 있어 文이 '그시' 또는 '긋'일 가능성도 있지만, 일본에서 불린 이름이 이리가수미(伊梨柯須彌)인 것으로 볼 때, 무늬의 원어 '뮈' 또는 '무니'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면, 연개소문(淵蓋蘇文)은 '얼갓쉬뮈' 또는 '얼갓새미'등과 비슷한 발음을 갖는 고유어 이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일본의 이리가수미(伊梨柯須彌)와 비슷한 발음이 된다. 또한, '소문산성'의 다른 이름 '새미성'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갓새미'로 볼 때, '새미'는 泉의 뜻이 되어, 전해지는 설화와도 관련이 지어진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캐쉰'이라고 불린다 하는데, 이는 蓋蘇文을 그들의 발음으로 불러서 그런 것이다(gai+su+wen).   한편, 단재 선생은 '갓쉰동전'의 주인공이 아버지인 연국혜가 50세가 넘어 난 자식이라 '갓쉰동'이라 하였고, 蓋蘇文은 갓쉰동의 한자화이며 갓쉰동이 연개소문일 것이라 하였는데, 줄거리는 그럴 듯 하지만 후대에 각색된 것으로 보인다.

연개소문의 다른 이름 蓋金은 '갓쇠'를 표기한 것으로 보이며, 위의 '갓쉬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다. 위의 사항을 종합해 볼 때, 연개소문과 그 조상의 姓은 '얼'과 가까운 음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大, 高의 의미를 지니고, 한편으로는 水神사상과 관련된 泉,淵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보여지며, 先代의 을두지(乙豆智), 을소(乙素), 을파소(乙巴素), 을지문덕(乙支文德)과 같은 계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을소, 을파소의 출신지 등에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저는 용렬 우둔하여 참으로 큰 정치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서압록곡(西鴨谷) 좌물촌(左勿村)의 을파소라는 이는 유리왕의 대신 을소(乙素)의 후손입니다.   성질이 강직하고 지혜와 생각이 깊은데도......"라는 삼국사기 열전의 기록에서 을소, 을파소가 서압록곡 출신임이 나타나는데, 압록강의 옛 이름이 '오리수, 아리수 등'이며 鴨자가 오리 鴨자로 그의 姓 '을'(乙)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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